14일 이성헌 구청장 개미마을·유진상가 방문...주거 환경·정비사업 상황 점검
개미마을·홍제 문화마을·홍제4구역 묶어 개발...고층·테라스형 아파트 등 건설
인왕시장·유진상가 개발 SH와 협업...1121가구 공동주택 개발·홍제천 복원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대문구가 노후화된 주거지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개미마을 일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사업'과 서울 서북권 랜드마크 조성을 위한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두 사업 모두 최대한 빠른 속도로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14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홍제동 9-18번지 개미마을 일대를 방문해 주거 환경을 점검했다. 개미마을은 1960년대 빈민들에 의해 무허가 판자촌이 들어서면서 형성됐다. 2000년대 들어 시설 노후화에 따른 재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무허가 건물이 많아 소유권 문제를 정리하기 어렵고 일부 주민들이 재개발에 반대하면서 사업 추진이 좌초됐다. 이후 거주 불편으로 주민들이 떠나면서 현재 건물 300동 중 78동에서만 실거주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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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대문구 홍제동 9-18번지 개미마을 2025.10.15 blue99@newspim.com |
서대문구는 정비계획 수립 용역 착수, 서울시 관계부서 협의, 총괄기획가 위촉 및 자문회의 등을 실시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 개미마을 일대 재개발사업이 조건부 선정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시 선정위원회(소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서대문구는 개미마을과 인근의 홍제 문화마을, 홍제4구역을 묶어 문화타운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개미마을로 들어서는 대로변을 2종주거지역에서 3종주거지역으로 종상향시키고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를 건설할 것"이라며 "개미마을이 위치한 산자락에는 6층 규모 테라스형 아파트를 지어 주민들의 선택권을 넓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고층 아파트에서 수익을 많이 내고 전체 수익을 테라스형 아파트 소유주들과 공유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며 "가급적 개미마을 주민들이 살던 곳을 떠나지 않도록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미마을 일대 재개발사업이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로 확정됨에 따라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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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대문구 홍제동 298-9 유진상가 건물 2025.10.15 blue99@newspim.com |
이날 이 구청장은 서대문구의 다른 주요 정비사업 추진 구역인 인왕시장·유진상가도 찾았다. 1970년대 조성된 전통시장인 인왕시장과 주상복합 아파트 유진상가는 홍제동 298-9 일대에 위치한다. 지난 20여 년간 주민 주도 조합 방식 등 다양한 개발 시도가 있었다. 보상금 문제 등 주민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서대문구는 인왕시장·유진상가를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사업을 통해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역세권 활성화사업은 서울시가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토지에 대해 용도상향을 제공하고 사업자는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지역에 필요한 생활서비스시설과 공공임대시설로 확충하는 것이다.
2023년 11월 인왕시장·유진상가 일대가 서울시 역세권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후 구는 여러 차례 주민 소통의 장을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7월 3일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을 확정했다. 또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위한 연번 부여 동의서를 교부했다. 법정 동의율(50%) 이상이 확보돼 8월 14일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승인하면서 사업이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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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지난 14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서대문구 개미마을과 인왕시장·유진상가를 방문했다. 2025.10.15 blue99@newspim.com |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은 이 구청장이 직접 사업시행자로 나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구청장은 "조합이 중심이 돼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사업은 서대문구가 시행사다. 빠른 속도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나섰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시행의 주체가 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비사업 대상지 선정 이후 시행자 지정까지 평균 8년이 걸리지만 해당 사업은 구가 직접 나서며 이 기간을 1년 9개월로 단축했다"고 덧붙였다.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에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공동시행자로 참여하기로 결정됐다. SH와 사업비 부담을 나누면서 1조2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 구청장은 "유진상가는 홍제천 위에 건립됐기 때문에 주민들은 토지 소유권이 아닌 재산권만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주택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며 "구는 SH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서대문구는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을 통해 인왕시장·유진상가를 철거하고 해당 부지에 1121가구 규모 공동주택 4개동, 오피스텔 92가구, 근린생활시설, 업무시설, 문화시설, 사회복지시설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과거 유진상가를 지을 당시 메웠던 홍제천은 다시 복원할 방침이다.
이 구청장은 "정비사업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아이들이 어떤 마을에서 자라날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과제"라며 "속도와 투명성을 동시에 충족해가면서 낙후된 서대문구의 주거환경 변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