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즈, 홈런·타점·장타율·OPS 부문 압도적 1등
탈삼진 타이틀 빼앗긴 폰세, 1일 SSG전서 4관왕 도전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경쟁이 막판으로 치달으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번졌다. 시즌 내내 코디 폰세(한화)가 압도적인 성적을 내며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삼성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KBO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세우며 판세를 흔들고 있다.
디아즈는 지난 30일 대구에서 열린 KIA와의 홈 최종전에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1회 첫 타석에서 KIA 선발 김태형을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그는 시즌 50홈런 고지에 올라섰고, 동시에 타점 기록을 156개까지 끌어올리며 KBO 사상 최초로 '50홈런·15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타자로 이름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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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 디아즈. [사진=삼성] |
그동안 KBO 리그에서 단일 시즌 5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손에 꼽힌다. 이승엽(1999년 54개·2003년 56개), 심정수(2003년 53개), 박병호(2014년 52개·2015년 53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50타점까지 겸한 사례는 없었다. 디아즈는 기존의 최다 타점 기록이었던 박병호(2015년 146타점)를 넘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삼성은 디아즈의 초반 3점포를 앞세워 KIA를 5-0으로 꺾고 정규시즌 4위를 확정,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정규 시즌을 이제 단 1경기 남겨 두고 있는 디아즈의 성적은 타율 0.313(9위) 172안타(3위) 50홈런(1위) 156타점(1위) 장타율 0.642(1위)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 1.022(1위)로 무려 4개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하며 공격 지표 전반을 휩쓸고 있다.
그는 "어릴 적 중계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나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50홈런을 넘기는 장면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나도 그 자리에 서게 됐다"라며 감격을 드러냈다. 또 MVP에 대해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했다"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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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삼성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지난 25일 대구 키움전에서 150타점을 기록한 뒤 박병호(오른쪽)과 축하하고 있다. [사진 = 삼성] 2025.09.25 wcn05002@newspim.com |
디아즈가 기선 제압에 성공했기에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폰세로 향한다. 폰세는 올해 28경기에서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5라는 압도적 성적을 내며 '원맨쇼'를 펼쳤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유일하게 평균자책점 1점대를 기록했고, 승률 역시 무려 0.944로 1위다.
다승 부문에서는 2위 와이스와 NC의 라일리 톰슨(16승)과 단 1승 차이지만, 와이스는 정규리그 등판 가능성이 없고, 라일리도 일정상 두 차례 이상 등판이 어려워 최소 공동 다승왕 자리를 확정 지은 상태다.
남은 변수는 '탈삼진 타이틀'이다. 폰세는 현재 242탈삼진을 기록 중인데, SSG 드류 앤더슨(245개)에게 근소하게 뒤져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20개 대 206개로 여유 있게 앞서 있었지만, 9월 들어 앤더슨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역전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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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폰세. [사진=한화] |
하지만 이 역시 폰세가 타이틀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추가 등판이 없을 것 같았던 폰세는 1일 SSG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5이닝을 소화할 예정이며, 4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낸다면, 삼진왕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다. 폰세의 삼진왕 타이틀을 위협하는 앤더슨의 소속팀인 SSG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잔여 3경기를 남겨뒀지만, SSG의 이숭용 감독은 지난 9월 30일 앤더슨의 체력 문제로 인해 더 이상의 등판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폰세가 3개 이상의 삼진과 승리까지 챙긴다면, KBO 역대 세 번째이자 외국인 최초 '투수 4관왕'이 탄생한다.
1999년 구대성(당시 빙그레)과 2011년 윤석민(당시 KIA)이 먼저 이 대기록을 달성했었다. 만약 폰세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리그 역대 세 번째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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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폰세. [사진=한화] |
과거에도 다니엘 리오스(2007), 더스틴 니퍼트(2016), 조시 린드블럼(2019), 에릭 페디(2023) 같은 걸출한 외국인 투수들이 트리플 크라운을 비롯해 여러 타이틀을 휩쓸었지만, 탈삼진·평균자책점·승률을 모두 묶어내지 못하며 4관왕은 좌절됐다.
결국 이번 시즌 MVP 경쟁은 타격 지표를 새로 쓴 사상 첫 50홈런-150타점 타자 디아즈와 외국인 최초 투수 4관왕에 도전하는 폰세의 정면승부로 압축됐다. 두 선수가 나란히 역사를 만들며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최종 MVP의 주인공은 시즌이 끝나야 비로소 가려질 전망이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