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입자 보상 강화 규정 마련...연내 조례 개정 예정
관리처분 인가 후 세입자는 보상 안돼...일부 구역서 세입자 반발 예상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 '주거이전비'를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도 거주기간 등에 따라 일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사업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구역지정 공람공고 3개월 이전보다 단 하루라도 늦게 입주한 세입자는 한 푼의 이주비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장기 거주를 이유로 보상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는 세입자와 합의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다만 임대주택은 받을 수 없다.
세입자 보상을 강화하는 이번 제도는 조례 개정 당시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구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만큼 현재 이주를 마친 세입자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또 조례 개정 당시로 기준 시점이 확정되면 서울시가 방침을 발표한 날부터 조례 개정까지 기간 동안 관리처분 인가를 받으려는 단지는 세입자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서울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른 재개발 세입자 보상 기준 개선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에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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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지정 공람공고 3개월 이전에 거주하지 않은 세입자도 거주기간 등에 따라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사진=뉴스핌DB] |
시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신속통합기획 시즌2' 방안에서 재개발구역에 거주한 세입자 가운데 '주거 이전비'를 받지 못하는 세입자에 대해 보상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는 장기간 거주하고도 주거이전비를 받지 못해 이주를 거부하는 경우 등 세입자와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행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재개발사업구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이주를 할 때 주거이전비를 받는다. 또는 주거이전비 대신 서울시내 임대주택 거주 권한을 받을 수 있다. 재개발 주택에 살고 있지 않은 집주인들이 이주비라는 형태의 대출 지원을 받는 것과 달리 세입자들이 받는 주거이전비는 이주비로 통칭되고 있지만 강제 이주에 따른 보상 성격을 갖는다. 조례상 주거이전비는 올해 기준 2인 이상 가구 기준 900만원이 하한선이다. 구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4인 가족의 경우 20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는 무상 보상인 만큼 사업비 증가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대상이 한정돼 있다. 즉 구역지정 공람공고 3개월 이전부터 살았던 세입자들만이 주거이전비 대상이 된다. 만약 무허가 건물일 경우 공고 1년 전부터 거주해야한다. 이에 따라 구역지정 공람공고 3개월 이전보다 늦게 주민등록을 옮긴 세입자는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없으며 임대주택 거주권한도 얻을 수 없다. 재개발사업이 통상 구역지정 공고부터 이주까지 15년 정도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15년을 살았다해도 공람공고 3개월 전에 입주하지 못했다면 주거이전비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같은 규정의 개선에 나선다. 실제 10년 이상 장기거주한 세입자들이 제도를 정확히 알지 못해 이주가 다가와서야 자신이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없고 임대주택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흔히 벌어진다. 이 경우 이번 대책의 도입 이유인 보상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는 세입자도 흔치 않게 나타난다.
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공람공고 3개월 이전부터 거주하지 않는 세입자들도 관리처분인가 당시 거주하고 있다면 일부라도 보상해주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아직 금액이나 보상 기준이 되는 거주 연한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란 게 서울시의 이야기다. 서울시는 빠르면 연내 조례 개정으로 해당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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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서울시] |
세입자에 대한 보상금액은 서울시가 건축 기준 인센티브를 부여해 보전해준다. 서울시 방안에 따르면 조합이 세입자에 추가 보상을 하면 용적률의 100분의 125 범위에서 용적률을 완화해 준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상 기준과 보상 금액 액수 그리고 해당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조례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공람공고 3개월 이전에 거주하지 않은 세입자는 주거이전비를 일부 받더라도 임대주택 거주권은 받을 수 없다.
이번 방안의 대상은 조례 개정 시점에서 관리처분인가 이전 단지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관리처분이 인가됐다면 이주를 마치지 않았거나 이주를 마친 후 착공을 미룬 채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있는 단지도 해당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리처분이 난 구역은 이미 보상계획이 완료된 단지인 만큼 이번 제도 개선이 소급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신속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조례 개정 이전 관리처분이 인가될 경우 구역지정 공람공고 3개월 이전부터 거주하지 않아 주거이전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반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관리처분을 준비하는 단지들은 세입자들의 반발로 인해 서울시 조례 개정 때까지 관리처분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남뉴타운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 세입자들의 역할은 크지 않지만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약간의 시간차로 받을 수 없게 되는 만큼 세입자들의 반발로 재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며 "이미 방침이 나온 만큼 약속대로 연내 조례를 개정해야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가 대책 발표일인 9월 29일을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 인가를 준비하는 주택 재개발 사업 구역은 북아현 3구역을 비롯해 18곳이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