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미디어가 지배하는 21세기 그린 예언서
생존은 오락이 되고, 절망은 시청률이 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1982년작 '러닝 맨'(황금가지)이 출간됐다. 전체주의 국가가 된 미국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 쇼를 그려내며 데스 게임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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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러닝맨' 표지. [사진 = 황금가지] 2025.09.23 oks34@newspim.com |
스티븐 킹이 다른 필명인 '리처드 바크만'으로 출간한 책이다. 빈부 격차, 환경오염, 자극적인 미디어가 지배하는 21세기를 무려 40여 년 전에 예측하고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87년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으며, 글렌 파월 주연의 리메이크 영화 '더 러닝 맨'도 제작되어 올해 11월 개봉된다.
세계 경제가 파탄 났고, 환경오염이 목숨을 위협하는 2025년, 중병에 걸린 딸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 벤 리처드는 잔혹한 게임 '러닝 맨'에 참가한다. 이 게임은 정부와 결탁한 방송사 '네트워크'가 만든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가장 위험하고 수익성이 높으며 전국으로 송출되고 있다.
공권력, '네트워크' 소속 '사냥꾼', 시청자의 감시를 피해 달려 30일 간 살아남는 것이 게임의 목표이며, 동시에 참가자는 자신의 영상을 녹화해 네트워크로 발송해야 한다. 대중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네트워크'라는 미디어를, 주인공 리처드는 생존 방법으로 택하며 이 게임은 끝을 향해 달려 나간다. 40년 전부터 미디어의 폐해를 예견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작가의 통찰력과, 노련하게 써내려 나간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