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감사위원회 종합감사...수 년간 전형위원 규정 무시 행태
규정 없는 '서약서'로 퉁치기도...상급자 결재 없는 초대권 남발도
[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대전시립연정국악원(국악원) 채용 공정성이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단원 채용 시 이해관계 가능성이 있는 전형위원을 그대로 참여시키거나, 규정에도 없는 형식적인 서약서를 위원들에게 받아 온 것이다. 여기에 관리 부실까지 확인되며 국악원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25년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악원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된 국악단원 채용 과정에서 전형위원 제척·기피·회피 규정을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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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대전시립연정국악원] 2025.09.15 nn0416@newspim.com |
'대전시 지방공무원 인사 규칙' 제12조 4항에 따라 시험위원은 응시자와의 관계 및 해당 시험 실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을 위촉해야 한다. 또 '국립국악원과 그 소속 국악원 국악연주단 채용시험 규정' 제18조에 따르면, 심사위원은 본인과 관계가 있거나 8촌 이내 친인척, 5년 이내 응시 분야 사제관계자는 심사에서 제척된다.
그런데 감사 결과 국악원은 채용 시 전형위원에게 응시자와의 관계에 대한 기피·회피 서약서를 제출받지 않았다.
심지어 한 단원 채용 과정에서는 사제관계자를 제외하면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응시자와 학연·지연 관계가 있어도 엄정히 평가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었다. 물론 이러한 서약서는 규정에 없는 내용이다.
이는 채용 공정성을 보장하기는커녕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방치한 것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결국 응시자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가 채용 과정에 참여했음에도 이를 제어할 장치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던 셈이다.
공연 운영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국악원은 정기회원에게 조례 근거 없이 무료 초대권을 제공해 왔으며 133개 공연에서 1만 9000여 매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대 발행 가능 매수를 5000여 매 초과해 무분별하게 발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더 심각한 점은 절차다. 초대권 발행 과정에서 사전 수요조사나 발행계획, 상급자 결재도 거치지 않은 채 담당자가 임의로 대량 발행했고 배부 결과 보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감사에서는 "객석 점유율을 부풀리려는 목적으로 초대권을 남발했다"는 점까지 지적됐다. 공연 관리의 기본 절차와 내부 통제를 모두 무시한 행위로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감사를 통해 심각한 운영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처벌은 사실상 경미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채용 전형위원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국악원장은 앞으로 관련 규정을 정비해 달라"는 '통보'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또 공연 운영 부문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담당자들에게 '훈계' 조치와 무료 입장권 운영 관련 근거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데 그쳤다.
소식을 접한 예술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국악인은 "가뜩이나 '국악원 같은 조직을 들어가려면 실력보다 연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늘 도는데 대전 사례를 보니 뜬소문이 아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사제 관계가 아닌 예술인은 국악원에 발도 못 디딘다는 말 아니냐"며 분노했다.
또 다른 국악인은 "문제가 이렇게 발생해도 제대로 된 처분이 없으니 이런 일이 은밀히 계속 발생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대전시가 선두적으로 나서 공정한 채용과 운영에 나서 달라, 그게 예술을 중흥하는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nn041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