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연맹 "결과지 하단에 내용 표기하지만, 결국 DNF 처리"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한국 육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던 김민규(국군체육부대)의 도전이 주최측의 어이없는 실수로 빛을 잃었다.
김민규는 1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과 인근 코스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35㎞ 경보에서 5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공식 기록은 'DNF(완주 실패)'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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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김민규가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35km 레이스 도중 생수로 몸의 열을 식히고 있다. 2025.09.13 zangpabo@newspim.com |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문제는 경기 후반에 벌어졌다. 2㎞ 코스를 16바퀴 돌아야 했던 김민규는 15바퀴째를 돌았을 때 진행 요원의 안내에 따라 국립경기장 안으로 진입했다.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했는데, 잘못된 안내 탓에 33㎞만 걸은 것으로 처리됐다.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남자 35㎞ 경보 무대에 나선 의미 있는 순간이 조직위의 실수로 무너진 셈이다. 이에 대한육상연맹은 대회조직위원회에 공식 항의하고, DNF 결과에 대해 상소했다. 하지만 세계육상연맹과 조직위는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서, 전례를 바탕으로 DNF로 처리하되 결과지 하단에 해당 내용을 표기하겠다"며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선수의 총 레이스 거리가 33㎞이기 때문에 DNF로 처리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김민규의 공식 기록지 하단에는 "해당 선수의 확인된 기록과 순위는 28㎞ 기준으로 2시간06분44초(27위)"라고 추가 표기됐다. 세계육상연맹은 김민규의 공식 기록을 28㎞까지 확인했고, 이 지점까지의 순위를 기록지에 별도 표기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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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캐나다의 에번 던피가 13일 도쿄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35km 경보에서 1위로 골인하고 있다. 2025.09.13 zangpabo@newspim.com |
캐나다의 베테랑 에번 던피가 2시간28분22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브라질의 카이오 본핌이 2위, 일본의 가쓰키 하야토가 3위에 올랐다. 여자 35㎞ 경보에선 스페인의 마리아 페레스가 2시간 39분 01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육상 사상 첫 남자 35㎞ 경보에 도전한 김민규에게 이번 세계선수권은 단순한 출전 이상의 의미를 가진 대회였다. 연맹의 항의 결과에 따라 김민규의 공식 성적이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미 잃어버린 순간의 가치는 돌아오지 않는다. 선수의 땀과 준비가 존중받아야 할 무대에서 나온 초유의 사태가 한국 육상에 뼈아픈 기억으로 남게 됐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