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적평가 다툴 여지 있어"...특검팀 법적 검토 다시 해야
박성재 전 장관도 형사적 책임 묻기 어려워져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구속을 면했다. 법원이 내란 특별검사(특검)와 달리 한 전 총리의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특검은 그에 대한 법적 검토를 다시 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1시30분 내란우두머리방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특검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에 관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수사진행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경력, 연령,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절차에서의 피의자 출석상황, 진술태도 등을 종합하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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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방조 혐의 등을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08.27 mironj19@newspim.com |
한 전 총리는 '제1의 국가기관'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인 국무총리로서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의 절차적 합법성과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전 그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계엄이 해제된 이후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했다가 폐기하는 데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가 계엄 당시 단순 부작위(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의한 방조를 넘어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었다. 즉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막을 책무가 있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계엄이 '잘' 진행되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애초 법조계 일각에선 특검이 국무위원들의 헌법적 책무에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계엄 선포 전후 행위에 따라 계엄을 돕는 역할을 했다면 방조 내지는 공범으로 엮일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헌법상 책무와 형법상 내란죄는 구성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국무위원의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고선 내란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앞서 특검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선 법원의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데 성공했다. 당시 특검 측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지는 행안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을 우두머리로 하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 가담하는 등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소방청장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헌법전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헌문란의 목적은 결국 헌법상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들 목적을 말하고, 이런 목적으로 폭동을 해야 한다"며 "즉 폭동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계엄 선포를 미리 알았다는 것으로는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장관과 달리 한 전 총리나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에게 계엄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이같은 해석은 법을 너무 확장해서 해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이번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헌정사 최초의 '전직 국무총리 구속'이라는 불명예는 피하게 됐다.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등을 재구성하고 있는 특검은 한 전 총리와 박 전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에 대한 수사도 계속해 나갈 전망이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