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한국 드라마 규제 완화에 이어 K팝 걸그룹 공연이 중국 본토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한령 해제 조치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해제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한중 문화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걸그룹 케플러가 오는 9월 13일 중국 13일 푸젠성 푸저우에 있는 15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케플러의 공연은 K팝 아이돌 그룹으로 9년 만에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올리는 케이스다. 지난달 푸저우가 속한 푸젠성이 공연을 허가했 공연 일정이 중국 문화여유부 홈페이지에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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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그룹 케플러. [사진=클렙엔터테인먼트] 2025.08.14 moonddo00@newspim.com |
특히 케플러의 공연 다음날인 14일에는 '고등래퍼3'와 '쇼미더머니 777' 출신 래퍼 키드밀리가 역시 푸저우에서 공연한단 소식이 전해졌다. 2016년부터 이어진 비공식적 보복조치 한한령이 점차 해제될 가능성에 자연스레 무게가 실린다.
케플러의 공연이 문제없이 성사될 경우 중국에서 추가적인 K팝 그룹, 한국 가수 공연이 이어질 가능성이 주목된다. 그동안 수백 명 규모의 팬사인회, 기업 행사 등은 중국에서도 진행돼 온 만큼 본격적인 단독 공연이 이루어지면 다양한 형태의 문화 교류가 늘어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의 러브콜도 꾸준한 상황이다.
앞서 중국 내에서는 한국 외 다른 국적의 뮤지션의 경우 제한적으로 공연이 성사된 경우는 있었다. 한국 밴드 '검정치마'는 지난해와 올해 산시성 시안, 후베이성 우한, 허난성 정저우 등지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그의 국적은 미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엔터 업계에 따르면 중국 측에선 로제, K팝 아이돌 그룹 내 중국 국적 멤버 등 다양한 경로로 섭외 요청을 해온 바 있다는 전언이다. 이번 케플러의 공연 이후 한국 국적의 뮤지션들의 중국 본토 진출이 가시화될지 기대감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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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K팝 공연인 '드림콘서트'. [사진 = 한국연예제작자협회] |
음악 뿐만 아니라 콘텐츠 부문에서도 한한령이 완화될 거란 예측은 꾸준히 나온다. 지난 19일 드라마를 포함한 해외 우수 프로그램 콘텐츠에 대해 빗장을 푸는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의 방송·인터넷 감독 기관인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은 'TV 대화면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방송 영상 콘텐츠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발표하고, 장편 드라마 방영 및 심사 등 여러 부문의 완화 조치를 내놓았다.
특히 오는 10월 APEC 정상회담에 시진핑 국가 주석이 방한이 추진되고 있어 한한령의 실질적 해제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을 경우 관련 조치가 급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몇년 간 한중 문화교류와 관련해서 문체부, 중국 문화여유부가 장관급 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해왔던 점도 있다. 9월 말부터 우리 정부가 시행하기로 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등의 조치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거란 예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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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25 K-콘텐츠 서울여행주간 : 오징어 게임 팝업 광화문' 행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징어 게임 팝업 광화문'은 내달 6일까지 열리며 현장에는 오징어 게임 속 상징적인 요소들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포토존과 전시, 미니 게임 등이 마련돼 있다. 2025.06.29 yooksa@newspim.com |
이와 관련해 국내 콘텐츠 업계에선 "아직까진 체감하는 조치는 없다"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수 년간의 완화를 시사하는 중국 측으로부터 발언이 나왔음에도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중국 측에서 '한한령은 없다'고 명문화되지 않은 비공식 제재를 이어왔던 점도 긍정적 예측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그동안 추진됐던 본토 내 한국 가수들의 공연이 결국 성사되지 못하고 취소된 일도 없지 않았다. 앞서 보이그룹 이펙스, 록밴드 세이수미 등의 공연이 무산된 바 있다. 엔터 관계자들은 "수년간 이같은 일이 반복돼 왔기에 공연, 수출 등 계약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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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5.05.02 chk@newspim.com |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K팝 아이돌 공연 타진, K콘텐츠 관련 수출입 편의 등 한한령 해제를 수년간 손꼽아 기다려온 만큼 어쨌든 업계에선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 케플러의 단독 콘서트와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과 성사 여부가 실질적인 신호탄이 될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