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 대상 간담회...외교 현안 브리핑
"북·미 입장 차이 커 대화 재개 쉽지 않을 것"
한·미 정상 '동맹 현대화' 논의 여부에는 '언급 자제'
"美 방문 앞서 입지 유사한 日과 먼저 만날 필요"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은 14일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가 북·미 대화에서 마련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북·미 대화를 위한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조 장관은 "(최근 미국 방문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백악관 참모들을 만나 '지금의 상황이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것을 기대한다'고 하자 미측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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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내신 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14 gdlee@newspim.com |
그러나 조 장관은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상정하고 있는 미국과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한 대화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미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현재 한·미 간 최대 현안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및 재배치, 국방예산 증액 등을 지칭하는 '한·미 동맹 현대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 장관은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실무에서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상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원자력, 조선, AI(인공지능), 퀀텀, 바이오 등을 망라하는 기술 동맹 차원으로 한·미 동맹을 확대하고 깊이 있게 만들자는 방향(으로 이번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8일 기자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역량"이라고 말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재배치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숫자 문제는 사령관이 자기 의견을 얘기한 것인데, 크게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다"며 "기술이 발전하면 앞으로 그렇게(감축 가능성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부가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미국이 협력하기를 원하는 것들이 있기에 일방적으로 내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하고 러시아와 군사동맹까지 갔고, 중국의 경우 빠르게 발전하고 서해에서 우리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나오는 이럴 때 미국과 협력해서 우리 국방력을 발전시키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로 가는 길에 일본을 먼저 방문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조 장관은 "미국 방문에 앞서서 우리와 여러모로 입지가 유사한 일본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한·중 관계에 대해 "중국과는 근본적 차이도 있지만, 그런 차이를 극복하고 일정 부분 협력하고 관여해야 할 필요도 있다"며 "실용적으로 접근해서 한·중 관계를 잘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