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이번 회담 "(트럼프 대통령에) 청취 연습"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확대
젤렌스키 "영토 할양 못해"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오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대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백악관이 일찌감치 미러 정상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낮추고 있다'며 별 소득 없이 끝날 이벤트를 예고하는 격이라고 보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진들은 알래스카 회담을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한 제안의 장으로 인식하기보다 푸틴 대통령의 말을 "청취하는 연습(listening exercise)"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두 나라 정상이 전화 통화 대신 직접 만나면 종전 해법에 대해 더 확실하게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을 보탰지만 '듣기 평가' 수준에 그칠 것 같다는 회담의 성격 규정에서 이미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1일 기자회견에서 다가올 회담과 관련 "나는 '행운을 빈다'고 말하고 떠날지 모른다. 그것이 끝이다"라고 말해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음을 보여줬다.
지난 주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포기하고 러시아는 점령지 일부에서 철수하는 종전 조건을 거론할 당시만 해도 트럼프는 적지 않은 기대를 거는 눈치였지만 막상 푸틴과 마주할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 우크라이나에 "(종전) 서명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달리, 그는 회담에서 종전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을 매우 낮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신문(WP)은 분석했다.
이는 최근 러시아측의 동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군은 최근 며칠 동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공세를 강화하며 점령지를 크게 늘렸다. 미국으로선 러시아의 이런 고압 자세를 감안, 푸틴이 쉽사리 양보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편 유럽 지도자들은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여하는 영상 회담을 트럼프 대통령과 가질 예정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알래스카 회담에 초청받지 못한 상태에서 푸틴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유리한 종전 조건을 내걸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러시아에 양보할 경우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가 앞으로 제3의 전쟁을 시작할 때 발판이 될 것"이라며 영토 할양 자체를 거부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혹은 압력에 못 이겨 돈바스를 떠날 경우, 우리는 세 번째 전쟁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군부는 러시아군이 9월 전열을 정비해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전부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바스 지역에는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 지역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군은 우세한 병력과 장비를 앞세워 동부 우크라이나의 전략 요충지 포크로프스키를 거의 포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 반도를 강제 합병하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그렇게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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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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