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동일 과목·연차 복귀 허용 역풍
수도권 병원 빈자리에 지역 출신 지원
수도권·비수도권 병원, 수련 질 차이 커
지역의사제·지역인재전형 정책 '역부족'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사직전공의 하반기 수련 모집이 한창인 가운데,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 우려가 제기된다. 복지부가 동일 연차·동일 과목으로 복귀를 허용하면서 기존에 근무했던 수도권 병원에 지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수도권의 의료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의료 정책뿐 아니라 지역 발전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전공의 복귀 수도권 쏠림 '우려'…동일 과목·연차 복귀 역풍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사직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원서접수를 받고 있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수련 모집 규모는 총 1만3498명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의과대학 정책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사직전공의는 이번 모집에서 대거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지부가 동일 연차·동일 과목으로 복귀를 허용하면서 전공의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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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이 2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수련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25 yooksa@newspim.com |
우선 의사집단행동 이전의 사직전공의가 복귀하면서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배치 불균형이 이어질 전망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집단행동 이전 비수도권의 전공의 인원은 약 45%로 수도권(55%)보다 적었다. 당시 이탈했던 전공의가 같은 수련병원으로 돌아오면서 불균형 현상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사직전공의에 대한 특례 허용으로 반작용도 예상된다. 복지부는 사직전공의가 동일 연차·동일 과목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의사집단행동 과정에서 수도권 병원에 있던 전공의가 입대하면서 빠진 정원(TO) 자리에 비수도권에 있던 같은 연차의 사직전공의만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동일 연차·동일 과목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결원 또는 정원 내 신규 배치로 전환돼 인력이 부족한 지역 수련병원의 유입 비중이 커졌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등 결원이 많은 필수과의 우선 배치가 가능하다.
하은진 서울의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이 병원도 많고 TO가 많다 보니 수도권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군대 간 친구들이 다시 오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리다 보니 병원은 인력을 채용할 수밖에 없고 지역 출신 사직전공의는 서울대로 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역의사제·지역인재전형 불충분…돌파구는 '지역 발전'
복지부는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지난달부터 '지역필수의사제'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내과, 외과 등 필수의료과목 의사가 지역 의료기관에서 장기간 근무하도록 근무 수당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아울러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려 지역 의료인력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료에만 한정된 정책으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하 교수는 병원보다 수도권 병원의 인력이 많은 만큼, 전공의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봤다.
하 교수는 "나중에 병원을 차릴 때 서울대 등 빅5 병원 출신 타이틀을 딸 수 있고 환자와 싸움도 수도권보다 지역에서 더 빈번하다"며 "더 안전하고 기회가 많은 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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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사직 전공의 등에 대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일인 1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5.08.11 ryuchan0925@newspim.com |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역이 소멸되는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의도적으로라도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투자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 활성화 정책과 의료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지역의사제, 지역인재전형으로는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에 부족해 공공의료 확대도 필요하고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방면의 방안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며 "지역 맞춤형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의료도 한 꼭지로 들어가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