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고율 관세 부과 앞두고 고위 대표단 방미
미국 LNG 구매, 투자 확대 등 제안할 가능성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카린 켈러-주터 대통령이 이끄는 스위스 정부 고위 대표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징벌적 수준의 고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5일(현지시간) 급히 워싱턴을 찾았다. AP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이날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협상을 위해 대표단을 급히 워싱턴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주 스위스산 초콜릿과 기계류, 시계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해 7일부터 39%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고율 관세는 유럽연합(EU) 상품에 부과되는 관세(15%)의 2.5배가 넘고 영국 상품에 부과되는 관세(10%)의 4배 가까운 수치로 스위스로선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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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이 2025년 5월 9일, 제네바 무역 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미국 대표단과 각각 양자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고율 관세 부과를 앞두고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던 켈러-주터 대통령으로선 관세 부과 개시 전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급히 워싱턴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이번 고위 대표단의 워싱턴 방문 목적이 "단시간 내에 미국 당국자들과 회동해 스위스의 관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회담을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우려를 고려해 스위스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수준을 낮추기 위해 더 매력적인 제안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켈러-주터 대통령이 언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지 그리고 스위스가 미국에 제시할 새로운 제안이 어떤 내용일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스위스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더 많이 구매하고 미국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EU와 일본, 한국 등이 미국과 협상한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그동안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미국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녀(켈러-주터 대통령)는 상냥했지만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41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데 스위스는 1%의 관세를 내길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과장된 수치일 가능성이 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