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AIG 여자오픈 최종일 5번홀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에이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홀인원은 흔히 행운을 동반한다. 잘못 친 공이 굴러굴러 들어가기도 하고 경사면을 맞고 운좋게 홀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면 앞서 샷한 동반자의 공을 맞고 홀컵에 들어가는 천운에 가까운 홀인원 확률은 얼마나 될까.
4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잉글랜드의 미미 로즈(23)가 '기적같은 홀인원'이라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해냈다.
신화 탄생의 홀은 184야드(약 168m) 파3 5번홀. 로즈에 앞서 스테파니 키리아쿠(호주)가 먼저 티샷을 했다. 공은 홀 바로 옆에 공을 붙어 홀인원이 될 뻔했다. 뒤이어 티샷에 나선 로즈는 8번 아이언으로 부드럽게 샷을 구사했다. 공은 그린 전방에 떨어진 뒤 굴러들어가던 중 홀 옆에 멈춰 있던 키리아쿠의 공을 때리고 튕겨나가듯 살짝 오른쪽으로 꺾이더니 홀 안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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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가 5번홀에서 샷하고 있다. [사진 =R&A 동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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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의 공(왼쪽)이 홀을 향해 굴러가고 있다. [사진 =R&A 동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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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의 공이 키라아쿠 공을 맞고 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R&A 동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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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오른쪽)가 홀인원을 확인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R&A 동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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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오른쪽)가 캐디와 홀인원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R&A 동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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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왼쪽)가 홀인원한 공을 들어 갤러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가디언] |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에이스를 기록한 로즈는 환하게 웃었다. 뒤늦게 알게 된 키리아쿠는 어안이 벙벙했다. 키리아쿠는 이틀 전 2라운드 8번홀에서 자신의 첫 홀인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틀 전엔 본인이 홀인원을 기록한 홀에서 이틀 뒤엔 동반자에게 홀인원을 도운 셈이다. 그는 경기 후 "로즈의 공이 내 공에 맞은 줄도 몰랐다. 영상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며 "약간은 내 에이스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장면은 골프계에서 매우 드물다. 2016년 마스터스에서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 J.B. 홈즈의 공에 맞고 홀인원을 기록한 이후 9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스누커샷' 또는 '인오프(in-off)' 홀인원이라 부른다. 볼이 움직이지 않는 다른 공을 맞고 홀인원 되는 확률은 통계적으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알려졌다. 프로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은 약 3000분의 1, 아마추어는 약 1만2500분의 1이다. PGA 공식 채널에서도 "거의 로또 수준"이라며 놀라워했다.
키리아쿠의 공이 없었다면 로즈의 공은 홀컵 왼쪽을 살짝 비켜갈 것으로 보였다. 골프 규칙상 볼이 다른 정지된 볼에 맞아 홀에 들어가더라도 그 위치에 있었던 것이 우연이었다면 정식 홀인원으로 인정된다. 맞은 공은 원래 자리로 옮겨놓는다.
이 홀인원으로 로즈는 이번 대회 공식 통계상 네 번째 에이스 기록자가 됐다. 이런 행운에도 로즈는 죄종일 4오버파로 부진해 공동 19위권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LET(유럽여자골프투어)에서 활약하는 로즈는 2021년 데뷔 이후 통산 3승을 거둔 유망주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