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2분기 '25% 관세' 영향 영업익 손실 1.6조원
25% 유지시 연간 감소폭 9조원 넘어...15%시 5조원대 수준
현대차·기아, 일본·EU '15%' 타결에 한국 협상 결과 촉각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25% 상호관세' 발효일인 8월 1일을 사흘 앞두고 한미 정부간 협상 결과에 현대차·기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완성차 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협상을 마치며 '15%'는 사실상 우리 정부의 목표이자 마지노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관세 협상이 자동차 뿐 아니라 대미 투자 규모, 조선업, 농산물까지 묶인 '종합 패키지' 성격을 띠며, 이미 지난 2분기 관세로 인해 '조 단위' 피해를 본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더욱 예민하게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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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2025년 2분기 실적 [사진=현대차] |
29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율이 15%로 낮아질 경우 현대차·기아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 감소폭은 5조~6조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현재대로 25%가 유지될 경우 예상되는 감소폭은 9조~10조원 수준으로 급증한다.
한화투자증권은 25% 관세율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내년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 줄어들고, 15% 관세율의 경우에는 5조6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관세율 10%p 인하로 영업이익 감소폭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지면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 감소폭이 약 6조5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KB증권은 관세율이 10%p(25%→15%) 인하된다고 가정할 때, 기존 전망대비 현대차와 기아의 2025~2026년 영업이익 개선폭이 각각 총 1조8000억원, 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만약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도 동일하게 하락한다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 개선폭은 1조9000억원, 1조2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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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분기 기아 실적 [사진=기아] |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분기 25% 관세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를 실제 경험했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조601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15.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수준이 8282억원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지난 25일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한 2조764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기아의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폭은 7860억원이다.
현대차·기아의 관세에 따른 합산 영업이익 감소 규모는 총 1조6142억원으로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의 약 25% 수준에 육박한다.
다만 2분기 손실 규모는 관세의 영향이 100% 반영된 것은 아니어서 만약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3,4분기에는 더욱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관세 영향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2분기는 풀코스로 관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다. 관세 영향으로 3,4분기에는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기아 역시 "미국의 관세 영향을 5월부터 받기 시작했다.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관세라는 외부 변수가 없었다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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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통상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구 부총리와 베센트 장관의 회담은 '25% 상호관세' 부과(8월 1일)를 하루 앞두고 양국간 통상논의를 최종 조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07.29 yooksa@newspim.com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했다. 구 부총리는 오는 31일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두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관세 협상에 나선다.
일본과 EU가 15%로 협상을 마치며 우리나라 역시 15%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대미 투자액 증액과 조선업에 대한 기술 이전 요구 가능성에 농산물 추가 개방 이슈가 맞물리며 끝까지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 수준인 25% 관세율이 유지된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새로운 전략을 빠르게 따라가는 기업) 전략에 기반한 가격 전략, 미국 공장 생산 물량을 미국에만 공급하는 현지화 전략, 인센티브 축소 등 위기 대응 전략을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