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관세협상 불발…김정관·여한구 '고군분투'
정부 전방위 접근에도 통상협상 교착 상태 평가
李 대통령, 재계 총수와 1대 1 면담…방안 고심
쌀·소고기 협상 대상 제외했던 정부 고심 깊어져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미국의 상호관세 25% 부과 시한을 약 일주일 앞두고 정부가 무역협상 타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 앞서 관세 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분석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일본과 비슷한 5500억달러(약 755조원) 수준의 투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협상이 난항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투자 금액은 한국의 1년치 예산(약 673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세 협상 진행 현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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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Fed) 청사 공사 현장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 실장은 방미 도중 카운터파트너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출로 면담이 불발되면서 유선상 협의만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관련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24일(현지 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미 제조업 협력 방안' 등 관세 협상 타결 방향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난 김 장관은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고려해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및 상호관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정부의 전방위적 접근에도 통상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한국 경제계 수장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를 코앞에 두고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았다. 향후 협의 일정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반면 한국에 대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연준) 청사 공사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돈을 내고 관세를 낮췄다"며 "다른 나라도 돈을 내고 관세를 낮추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앞서 한국은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협상단에 제안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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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6.13 [사진=대통령실] |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재계 총수를 1대 1로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15일 구광모 LG그룹 회장, 22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23일 최태원 SK 회장과 각각 만났다.
일본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자동차, 부품·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210억달러(약 30조8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이미 미국 투자 계획을 세운바 있다. 정부가 재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현실적으로 도울 수 없다
쌀·소고기 수입 확대 등 민감한 사항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했던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를 통해 "호주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한 나라들을 두고 보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통상대책회의를 연다.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릴 통상대책회의에는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구 부총리,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한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