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결렬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8월 1일부터 30% 상호관세를 부과하면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제품에 똑같은 30% 관세를 매길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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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상대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추가로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자칫 미국과 EU가 경쟁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앞으로 며칠 내에 EU 회원국들의 투표가 실시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뜻이 모아지면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시점은 오는 8월 7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U는 보복 조치는 그동안 따로 발표한 1차 패키지(210억 유로 규모)와 2차 패키지(720억 유로)를 통합해 거의 1000억 유로(약 161조원)에 육박하는 통합 보복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이 EU 지역에 수출한 상품의 가치가 총 3350억 유로 정도인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수출품의 약 3분의 1이 보복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다.
보복관세 부과 목록에는 보잉 항공기와 버번 위스키, 자동차, 닭고기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올로프 길 EU 집행위 무역 대변인은 "우리의 주요 목표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라며 "모든 결과에 대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책을 더욱 명확하고 간단하며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1차와 2차 제재 패키지의 목록을 하나로 통합할 것"이라고 했다.
EU의 이 같은 강경 대응 방침은 독일을 비롯해 여러 EU 회원국들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절대 일방적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으로 바뀐 가운데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EU 집행위 관계자는 "심지어 독일은 노딜(No Deal) 상황이 현실화되면 EU가 '통상위협대응조치(ACI·Anti-Coercion Instrument)'를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소위 '무역 바주카'로 불리는 ACI는 다른 나라가 통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면 수·출입과 서비스 제한, 외국인 직접투자와 금융시장 접근 기회 차단, 지적재산권 보호 배제 등 무역과 관련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재량권을 EU 집행위에 부여하는 제도이다. ACI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2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제 미국과의 관세 분쟁에서 결정적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합의가 없다면 우리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겪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동안 줄곧 "EU가 트럼프의 위협에 대해 더욱 강경하게 보복하고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18일 열린 EU 대사 회의에서 ACI 발동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EU가 아직 일본만큼 혁신적인 제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은 이전보다 더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EU와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27개 회원국을 갖고 있는 EU는 집단 행동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