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 콘텐츠 플랫폼에서 커머스 주체로 진화
틱톡, 미국 물류센터까지 확보…풀필먼트 직접 운영 시도
국내 대응 움직임…CJ온스타일 '콘텐츠 커머스' 역량 강화
콘텐츠 소비 데이터 쌓는 빅테크, 커머스 주도권까지 넘본다
숏폼(Short-form) 콘텐츠는 단순한 영상 트렌드를 넘어 유통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은 짧고 몰입도 높은 콘텐츠에 상품 탐색, 신뢰 형성, 결제 전환까지 아우르는 수직통합 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AI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 자동 영상 생성 기술, 개인화 마케팅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한 '숏폼 커머스'는 구조적 혁신이자, 플랫폼 주도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플랫폼과 유통 기업들도 숏폼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주도권을 놓고 펼쳐지는 산업 간, 플랫폼 간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숏폼 커머스의 산업적 위상과 변화 양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글로벌 플랫폼의 전략 및 국내 기업의 대응, 정책·제도적 과제까지 다층적으로 진단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유튜브·틱톡이 쇼핑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한국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는 국내 유통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제품 홍보 창구 역할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자체 결제 시스템과 물류 서비스까지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추후 쇼핑 플랫폼 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숏폼 커머스] 글싣는 순서
1. "20초의 승부"…이커머스 판도 흔든다
2. 거대한 트렌드, 글로벌 빅테크 수직 통합 전략
3. 숏폼은 콘텐츠로 끝나지 않는다…유튜브·틱톡, '커머스'로 진격
4. 네이버·카카오도 가세…불 붙은 숏폼 커머스 경쟁
◆ 유튜브·틱톡, 국내 숏폼 시장 장악
15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25 상반기 모바일 앱 총결산'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 1위 앱은 유튜브로, 총 4768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튜브는 지난 2020년부터 숏폼 콘텐츠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2020년 9월 인도에서 '유튜브 숏츠(YouTube Shorts)' 베타 버전을 출시한 데 이어 2021년 7월에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정식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숏츠 인기에 힘입어 2023년 2월부터는 광고 수익 분배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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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
숏츠의 원조격인 틱톡은 이보다 앞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6년 숏폼 기반 앱을 선보인 틱톡은 2020년 '틱톡 포 비즈니스(TikTok For Business)'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커머스 기능 확장에 나섰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는 이들 플랫폼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쿠팡, 컬리, 알리익스프레스, 11번가, 테무 등은 유튜브와 직접 협업하거나 인플루언서와 연계해 콘텐츠 기반 커머스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쿠팡 추천템'으로 검색하면 인플루언서가 상품을 소개하고, 해당 링크를 통해 바로 쿠팡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숏츠를 통한 앱 유입이 실제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플랫폼과 이커머스가 모두 윈윈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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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내 숏츠를 통해 쿠팡 아이템이 광고되고 있는 모습. 클릭 한번으로 판매까지 연결된다. [사진=유튜브 캡쳐] |
◆ 글로벌 플랫폼, 자체 커머스 생태계로 진화 중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IT 플랫폼들은 아직 자체 커머스 역량은 제한적이다. 콘텐츠 제작이나 상품 기획, 물류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한 탓에 현재로서는 외부 쇼핑몰과 연계하는 어필리에이트(성과 기반 수수료)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콘텐츠에 상품 링크를 삽입해 사용자를 외부로 유도하고 전환된 매출에 따라 일정 수수료를 지급받는 구조다. 이로 인해 쿠팡, 아마존, 네이버 등 자체 유통·물류 체계를 갖춘 기업에 종속된 구조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다만 최근 글로벌 플랫폼들은 쇼핑 탭 기능 확대, 영상 기반 상품 태깅 고도화, 자체 결제·배송 기능 강화 등 독립형 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콘텐츠 소비부터 결제까지 플랫폼 내부에서 완결되는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 향후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틱톡은 2021년 '틱톡샵'을 론칭한 후 2022년에는 미국 내 풀필먼트 센터 구축에 착수했다. 2024년까지는 광고→링크 연동 커머스→앱 내 쇼핑몰→물류 일원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빠르게 완성하며 '숏폼→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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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진출도 점차 본격화…틱톡은 연동, 유튜브는 광고 중심
한국 시장에서도 이들의 커머스 확장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틱톡은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물류 플랫폼 '아르고(Argo)'를 운영하는 테크타카와의 연동을 통해 국내 풀필먼트 시스템을 개선하고 한국 셀러들이 틱톡샵을 통해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은 틱톡과의 협업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나서는 분위기다.
유튜브도 지난해 6월 말 앱 상단에 쇼핑탭을 적용한 뒤 숏츠 영상에 삽입되는 광고, 브랜드 협업 콘텐츠를 통해 커머스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쇼핑 광고에 참여하는 브랜드들이 늘면서 콘텐츠와 커머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CJ온스타일이 가장 유사한 모델을 운영 중이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앱 중심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며 약 300명의 인력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자사 콘텐츠의 하이라이트를 숏폼으로 재가공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외부 플랫폼에 확산한 결과, 올해 1분기 숏폼 기반 주문 전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고 CJ온스타일 측은 설명했다.
문제는 글로벌 플랫폼들의 확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이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든 사용자를 잠재 고객으로 보고, 체류 시간, 클릭 반응, 조회 패턴 등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 성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데이터 역량을 기반으로 자체 커머스 생태계가 완성될 경우 기존 이커머스 강자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단순 유입 채널로 여겨졌던 유튜브나 틱톡이, 점차 결제·배송까지 품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커머스를 내재화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