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 인적분할로 '주주가치 훼손·대주주 승계 의혹' 논란
소액주주들 "주주권익 침해, 주가 하락 우려'로 강하게 반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사회 개편 뒤따라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파마리서치가 지난 8일 인적분할 추진 계획을 철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주주권익 침해' 등을 이유로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회사측이 이를 수용한 셈이다.
업계에선 파마리서치의 이 같은 결정이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충실 의무 확대가 필요한 효과적인 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이사회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어 파마리서치의 추가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용 의료기기 및 화장품 상품인 '리쥬란'으로 유명한 제약사 파마리서치는 지난 8일 인적분할 추진 계획을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파마리서치 측은 "분할의 취지에 공감하며 글로벌 도약을 응원해 주신 기대와 더불어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그리고 소통의 충분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이를 신중히 받아들여 이번 결정을 재검토하게 되었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앞서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6월 회사를 투자 부문(파마리서치홀딩스)과 사업 부문(신설 파마리서치)으로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분할 비율이 존속법인 74.3%, 신설법인 25.7%로 책정돼 실질적 성장 동력인 사업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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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리서치 전경 [사진=파마리서치] |
소액주주들 역시 "오너만 좋은 인적분할", "주주권익 침해", "주가 하락 우려"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파마리서치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추진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 대주주 승계 의혹, 특혜 논란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선 "인적분할 추진이 대주주 승계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킨 만큼 이번 철회 결정은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했다는 점에서 신회 회복에 기여했다"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손지훈 파마리서치 대표도 이번 인적분할 철회와 관련해 "지주사 설립의 취지에 공감하며 응원을 보내주신 주주들도 계셨기에 이번 결정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공감한다"며 "파마리서치는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를 통해 보다 주주 친화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을 철회했지만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시장 중심의 글로벌 에스테틱 사업 가속화, 기존 조직 내 투자 기능 강화 및 전략적 인수합병(M&A) 준비, ESG·컴플라이언스 기반의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 등 기존 경영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철회 이후에도 업계에선 '가족 이사회 개편' 목소리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논평을 통해 "지배주주인 창업자 정상수 이사회 의장 및 이사회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9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2명을 30대 자녀로 꾸린 것은 주주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현 이사회 구조 및 멤버로는 회사가 지향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리더로 도약을 이끌기 부족하다"며 "사내이사 수를 대폭 축소하고, 글로벌 헬스케어와 기업거버넌스 경험이 풍부한 리더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CVC캐피탈과의 제3자 유상증자를 비롯한 각종 계약에 파마리서치 분할 계획 등이 논의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금융당국이 계약 내용과 부속 계약을 꼼꼼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사모펀드는 투자 실사 단계에서 패밀리기업의 경우 승계 계획을 집중적으로 물어본다"며 "당국은 작년 CVC캐피탈의 실사 과정에서 회사의 분할 및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시나리오가 논의됐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