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경영난…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 1550원으로 인상
'기후동행카드' 사용 여부로 시민 반응 엇갈려
사용 불가 지역 많아...오세훈, 수도권 확대 추진
[서울=뉴스핌] 최수아 기자 = 오는 28일부터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기존보다 150원 오른 1550원으로 인상된다. 지난 2023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의 인상이다.
이는 누적 적자가 19조원에 육박한 서울교통공사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요금 인상이다. 지난 요금 인상에서도 서울시는 지하철의 운영적자가 극심해 지하철 요금 300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서민 부담을 감안해 2023년, 2025년에 150원씩 차례로 인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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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28일부터 서울·경기·인천 도시철도 기본 요금이 기존 1천4백 원에서 1천550원으로 인상되는 가운데, 26일 서울 을지로입구 지하철에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2025.06.26 yym58@newspim.com |
28일부터 경기도 부천역에서 서울 여의도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할 경우 왕복 요금은 기존 3000원에서 3300원으로 오른다. 일주일에 5일을 출퇴근할 경우 한 달 6만원이었던 교통비가 6만 6000원으로 오르는 것이다.
요금 인상을 하루 앞둔 27일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출근과 통학으로 서울을 오가는 경기도와 인천 시민들은 생활비 인상으로 인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서울 강남구로 출근하는 김모(33)씨는 "(지하철 요금이) 오른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또 올랐다. 한 달에 만원도 안 오른다고 해도, 고정비여서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모(25) 씨는 "경기패스를 이용해서 이전보다 지출이 조금 줄었지만, 계속해서 교통비가 오르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천시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 영등포구로 출근하는 권모(28) 씨도 "생활비가 엄청 늘진 않겠지만, 현재도 교통비는 8~10만원으로 부담되기에 빠른 속도로 오르는 것에 부담이 된다"면서 "현재 K-패스를 이용하지만 월 5만 5000원에 수도권 전역에 적용되는 기후동행카드가 있으면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최대 60회 이용분까지 캐시백을 지급한다.
K-패스 전용 체크·신용 카드로 교통비를 지불하고 이용금액의 20%를 추후 환급 받는 제도다. 단 청년(만19~34세)은 30%를, 저소득층은 53%를 환급 받는다. 그러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는 점에서 기후동행카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감은 서울 밖 시민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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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부터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기존보다 150원 오른 1550원으로 인상된다. 지난 2023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의 인상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한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뉴스핌DB] |
반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서울시민들은 "생활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기후동행카드로 인해 지하철 비용 인상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서울 동작구에서 양천구로 출퇴근하는 한은채(29)씨는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기에 지하철 요금이 올라도 생활비에는 영향이 없다"면서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한 후 교통비가 많이 줄었다. 일주일에 5일 출근하면 교통비가 한달에 6만원 이상 드는데, 기후교통카드는 5만 5000원이라 무조건 이득"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매일 통학하고 있는 대학생 조모(24) 씨 역시 "이전에는 한달 교통비만 10만원이 넘었지만 지금은 기후동행카드 청년할인을 통해 5만 5000원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50원 인상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기후동행카드 없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승객들은 부담이 크겠다"고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는 지난해 서울시가 도입한 교통정책으로, 요금을 충전하면 30일 동안 대중교통과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과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에서 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기본요금은 따릉이 포함시 6만 5000원, 청년은 5만 8000원이다. 따릉이가 미포함되면 기본요금에서 각각 3000원이 저렴해진다.
서울에서 자취 중인 김모(25)씨는 "기후동행카드 가격만 오르지 않으면 지하철 요금인상은 상관없다"면서도 "가끔 경기도 본가에 가는데, 광역버스와 다른 지역 버스에서 사용할 수 없어 아쉽다. 기후동행카드가 어디까지 사용 가능한지 매번 헷갈려서 불편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기후동행카드는 일부 지역만 사용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김포, 과천, 고양, 구리, 남양주, 성남, 하남 등 서울 인근 경기 지역과 협약을 체결하며 기후동행카드 사용 가능 구간을 넓혀가고 있지만, 사용 불가 지역이 여전히 많아 서울에서 승차 후 경기도에서 하차할 시 요금을 따로 결제해야 해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로 출근하는 수도권 주민도 서울시민'이라면서, 기후동행카드 수도권 확대를 추진해왔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하남시와의 기후동행카드 협약 후 "서울로 출퇴근하시는 모든 분들이 서울시민이라는 생각으로 서울생활권 인접 지자체에 대한 협력을 확대해 경기도민의 불편의 덜고, 동시에 교통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업무협약을 맺지 않은 광명시와 안양시 등은 정책 논의가 활발하지 않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기까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geulma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