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美 중심' 투자 추가…자국서 D램 40% 생산
트럼프 반도체법 재협상…삼성·SK, 보조금 삭감 불가피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미국 마이크론이 2000억 달러(약 271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확대를 발표하면서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재편 움직임에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보조금에 대해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기존 지원금 조건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미국 내 설비투자에 드는 고정비 부담을 고려하면 보조금 조건이 일부만 바뀌어도 국내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 마이크론 질주에 '빅테크 총출동'…美 반도체 자립 전면에
15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전날(현지시간) 미국 내 투자에 총 2000억 달러(약 271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투자 계획 대비 300억 달러(약 41조원)를 증액한 것이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D램 중심의 생산라인 확충에, 500억 달러는 연구개발(R&D)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두 번째 첨단 메모리 팹을 건설하고, 뉴욕주 클레이에는 세계 최대 D램 '메가 팹'을 조성할 계획이다. 자국 내 DRAM 생산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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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사무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에 미국 상무부는 마이크론의 발표 직후 최대 2억7500만 달러의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 체결된 기존 계약을 확정한 수준에 불과하다.
마이크론 투자 확대에 메모리 수요 기업인 미국 내 빅테크들 기업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AMD 등 미국 주요 빅테크 CEO들이 일제히 공개 지지 발언을 내놓았다. 주요 고객사들이 한목소리로 지지를 보낸 것은 이례적으로, 마이크론은 미국 중심 반도체 생태계 강화의 상징적 기업으로 부상했다.
◆ 보조금 재협상 가능성…삼성·SK '계약 리스크' 직면
마이크론의 미국 내 추가 투자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 움직임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반도체법을 비판해왔고, 보조금 지급 필요성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4일 의회 청문회에서 "일부 기업에 제공된 보조금이 과도하게 관대해 보인다"며 "몇몇 기업과는 이미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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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제공] |
이같은 재협상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정부와 보조금 계약을 맺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47억4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계약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하고 약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 비율이 기존 10%대에서 트럼프 정부가 시사한 4% 수준으로 축소될 경우 이들 계약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업계에선 보조금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경우, 미국 내 투자 수익성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아시아에 비해 고정비가 높은 구조여서, 보조금 없이 생산라인을 가동할 경우 전 세계 공급망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