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하) 승자의 도의, 국가의 품격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큰 물고기는 왜 피라미를 잡아먹지 않을까

자연계에서도 공생의 원리는 질서와 생존의 핵심 조건으로 작동한다. 대표적인 예로, 큰 물고기는 자신의 이빨을 청소해 주는 작은 피라미를 잡아먹지 않는다. 피라미는 포식자의 이빨 사이에 낀 찌꺼기를 제거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포식자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 이 생태학적 통찰은 정치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란 무한 경쟁이 아닌 상호 공존의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협력이 무너진 정치는 배신과 불신만을 남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유사한 협력 구조가 존재한다. 야구에서 포수와 심판은 비록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경기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상호 존중과 보완의 자세로 움직인다. 포수가 심판에게 공을 잘 보이도록 포구를 하거나, 심판이 포수의 움직임을 감안해 판정을 내리는 등, 신뢰 기반의 협력이 경기를 원활하게 만든다. 정치는 경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기본 원리는 다르지 않다.

이러한 신뢰와 포용은 단발적인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는 『The Evolution of Cooperation』(1984)에서 반복게임 상황 속에서 '상호이타성'이 장기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뢰와 협력이 상대방의 선의를 선제적으로 믿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되며, 그것이 협력을 누적시키는 핵심 변수라고 분석한다. 액설로드의 이론에 따르면, 협력의 전환점은 처음으로 신뢰를 베푸는 순간이며, 그 한 번의 신뢰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협력'의 기초가 된다고 본다. 바로 이 순간이 정치에서도 필요하다. 만약 큰 물고기처럼 순간의 이익을 위해 공생관계를 무너뜨린다면, 다시는 협력이 작동하지 않는 불신의 게임만이 남게 된다.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는 『The Evolution of Cooperation』(1984)에서 반복게임 상황 속에서 '상호이타성'이 장기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뢰와 협력이 상대방의 선의를 선제적으로 믿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되며, 그것이 협력을 누적시키는 핵심 변수라고 분석한다. 액설로드의 이론에 따르면, 협력의 전환점은 처음으로 신뢰를 베푸는 순간이며, 그 한 번의 신뢰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협력'의 기초가 된다고 본다. 바로 이 순간이 정치에서도 필요하다. 만약 이 순간을 무너뜨린다면, 다시는 공생과 협력이 작동하지 않는 불신의 게임만이 남게 될 것이다.

정치적 포용의 원칙은 정치학 연구에서도 이론화되고 있다. 신뢰의 거버넌스를 연구한 보 로스타인(Bo Rothstein)은 『The Quality of Government: Corruption, Social Trust, and Inequality in International Perspective』(2011)에서 "포용과 절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부의 기반이 된다"고 주장하며, 정치 승자의 아량은 공공신뢰를 증진시키고 민주주의의 질을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신뢰와 정의의 결합을 강조하며, 정치에서 '패자의 존엄을 인정하는 절제된 승리'는 정당성 있는 제도 구축의 전제가 된다고 본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요청이 아니라, 시민의 제도 신뢰와 복종을 얻는 핵심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론과 국가의 사례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진실로 향한다. 정치란 권력을 쟁취하는 것은 맞지만, 쟁취한 후 그 권력을 얼마나 패자를 위해 절제하고 어느 정도 양보 하느냐에 따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의 진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여당의 리더십

민주당은 대선까지 승리해 강력한 입법·행정권을 확보했다. 정권교체 이후 승리감을 뒤로 한채 민주당은 파죽지세로 밀어붙일 태세다.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던 6월 4일,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 정원법 개정안을, 이어 5일에는 내란·김건희·채해병 관련 특검법 3건과 함께,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 징계 청구 권한을 부여하는 검사징계법까지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야당시절 했던 그대로의 방식으로 현 야당의원의 참여없이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아무리 정치가 비정하더라도 지금처럼 상대를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는 결국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의 분개와 원한만 가중시킬 뿐이다. 또 다시 주말마다 극렬 반대와 탄핵의 목소리만 키울 뿐이다.

이제 여당이 되었으니 민주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정 운영에 나서야 한다. 정권을 타도해야 하는 야당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정을 책임을 지고 국가를 이끌어야 할 여당은 국정의 무게감을 안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적어도 패배한 정당이 지도부를 새로 뽑고 새롭게 국정의 파트너로 복귀할 때까지는 기다려 주는 것이 여당의 예의이자, 정치의 도리다.

기로에선 대한민국

지금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링컨이 보여준 그 포용의 리더십이다. 내전을 치른 미국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전쟁에서 승리해서가 아니라, 링컨이 자신의 정치적 적수들까지 내각에 끌어안으며 통합의 정치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대통령에게서 그러한 리더십을 보고 싶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까지 품어 안는 포용의 정신, 그 속에서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제 일방적 대립보다 절제에, 독점보다 타협의 정치에 기반을 둔 정치를 보고 싶다. 대통령도 약속을 했으니 야당이 지도부를 갖출 때까지 잠시 휴지기를 갖고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승리한 정당의 정치적 도리다.

지금 한국 사회는 대선 직후의 격렬한 분열과 갈등을 지나, 다시 공생과 협력의 시스템으로 복귀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만약 이 시점에서 승자가 패자를 완전히 배제하고, 상대방에게 숙의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 정치는 협력의 고리를 끊는 배신의 정치로 기억될 것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기다림과 절제, 그리고 협치의 정치다. 정치란 결국,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무너진 야당과 함께 살아가는 질서를 만드는 예술품이어야 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국정원 "로저스 대표 위증 고발 요청"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를 위증 혐의로 고발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도중 "국정원이 오늘 청문회를 모니터링하던 중, 청문회를 지켜보던 국정원장이 로저스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해 달라고 과방위에 요청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며 "구체적인 위증 내용도 함께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은 간사에게 전달해 내일 청문회 종료 시점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pangbin@newspim.com 로저스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쿠팡이 정부 및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정보 유출자를 접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저희는 피의자와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그 기관(국가정보원)에서 피의자와 연락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지시나 명령이 있었느냐'는 추가 질의에는 "명령이었다. 지시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누구와 소통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이름은 없지만 해당 이름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는 해킹에 사용된 장비의 포렌식과 관련해서도 "정보기관이 복사본을 보유하고 있고, 원본은 경찰에 전달했다"며 "그 기관이 별도의 카피를 만들어 우리가 보관하는 것도 허락했다"고 말했다. 또 '셀프 면죄부 조사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한 조사"라며 "이사회도 한국 법에 따라 협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측은 로저스 대표의 주장과 선을 긋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포렌식 검사와 로그 분석의 주체는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민관합동조사단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이라며 "국정원이 지시하거나 조사를 주도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국정원은 증거물을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훼손이나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이를 조사 지시나 개입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별도의 입장을 내고 로저스 대표의 발언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지난 26일 공지를 통해 "쿠팡 사태와 관련해 국정원은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어떠한 지시를 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국가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해,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한 업무 협의를 진행한 바는 있다"고 설명했다. mkyo@newspim.com 2025-12-30 18:00
사진
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일이며 실체파악 잘 못했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30 yym58@newspim.com   2025-12-30 10:2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