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쌀·옥수수 등 핵심 농산물과 유제품에 대해서는 고율 관세 유지 주장 중
아몬드 등 비핵심 농산물과 석유 제품 관세는 인하 추진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인도가 미국에 다양한 상품에 대한 수입 관세의 '대폭' 인하를 제안하면서도 농산물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인도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밀·쌀·옥수수 등 핵심 농산물과 유제품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현재 미국산 쌀에 70~8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미국산 유제품에는 30~6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인도와 미국은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농업 국가로 꼽힌다.
FT에 따르면, 인도는 1947년 독립 이후 수입 농산물에 대해 높은 관세 장벽을 유지해 왔다. 인구 대국인 인도 노동력의 절반가량(약 7억 명)이 농업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과 달리 소규모 농민이 대다수인 만큼 고율 관세로 농업을 보호해 온 것이다.
소식통들은 인도가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의 대폭 인하를 제안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협상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영향권에 있는 산업계가 반발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도 측 협상단은 현재 최대 12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아몬드 등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일부 양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수입 석유 및 가스에 대한 관세 또한 2.5~3%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인도 상무부는 논평을 거부했고,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무역대표부(USTR) 또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FT는 덧붙였다.
소식통들은 인도 정부가 미국에 대한 무역 개방에 있어 최근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무역 협정과 비슷한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례로 세계 최대 우유 생산국인 인도는 지난 2022년 호주와 무역 협정을 체결할 당시 유제품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보호하는 데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인도에는 약 1500만 명이 가입한 유제품 협동조합이 20만 개에 달하고 대부분은 소규모 유목민이다.
이달 영국과 체결한 협정에서는 주류와 자동차·자동차 부품·엔지니어링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에 합의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또한 보석과 섬유·신발·가죽·수공예품 등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생산된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도 미국에 요구하고 있고, 단기 비자로 미국에 파견된 인도 근로자들의 사회보장보험 납부 면제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를 '관세의 왕'이라 부르며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초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 발표하면서 인도에는 26%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양국 간 교역액을 2030년까지 5000억 달러(약 700조원)로 늘리는 것 등에 합의했던 인도는 양자 무역 협정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고자 미국 측과의 협상에 공을 들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달 중순 카타르 도하에서 기업가들과 만나 "인도에서 물건을 팔기 매우 어렵다"며 인도가 미국에 무관세 방안을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브라마니얌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부 장관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며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어떤 판단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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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百度)]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