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기 범죄 혐의 다툴 여지 있어"
횡령 여부 관련해 "상당 부분 소명돼"
"현 단계서 구속 필요성 인정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NH농협은행으로부터 수십억원대 부당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한상권 서영홀딩스 대표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0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를 받는 한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법원은 이날 오후 10시쯤 "사기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방어권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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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NH농협은행의 부당대출 의혹을 받는 한상권 서영홀딩스 대표(가운데)가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05.27 leemario@newspim.com |
정 부장판사는 "서영산업개발을 시공사로 한 대출 신청 목적이 공사대금을 부풀려 자부담금 마련을 위한 계획하에 이뤄졌다는 검찰 측 주장은 의심은 가나 추가 소명이 필요해 보이고, 상당한 담보 지급, 계열사들의 자금보충약정서 제출 등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상속세 등을 회피하고 자부담금을 대출금으로 우회해 충당할 목적으로 대출 신청을 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농협 측이 서영산업개발의 시공을 전제로 대출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후 피의자 측이 다른 시공사와 도급계약 체결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기망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농협 내부의 사무처리 과정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인테리어비용 등과 관련한 진술에 나타난 심사역과 센터장의 진술에 비춰 보면 농협 측은 공사대금의 구체적 내역보다는 총액에 중점을 두었을 개연성도 엿보인다"고 부연했다.
또 정 부장판사는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고,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공범들의 진술도 있으나 피의자가 상당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고 변소 내용도 어느 정도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정 부장판사는 횡령죄 부분에 대해선 "상당 부분 소명돼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피의자가 대부분의 횡령액을 변제한 것으로 보이고, 가족관계 및 건강 상태에 비춰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했고 피의자가 증거인멸을 하거나 영향력을 이용해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한 대표는 농협은행에 제출할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받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린 계약서를 제출해 200억원대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서영산업개발그룹은 수도권 지역 일간지인 경기신문의 최대주주이며 서영홀딩스는 건축·토목공사 회사로 서영산업개발의 지주회사다.
농협은행 부당대출 의혹은 2023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당시 농협은행이 서영홀딩스에 건축비 대출에 필요한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모두 받기 전 100억원을 대출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 2월과 4월 농협은행 본사와 경기영업본부, 서영홀딩스, 서영산업개발그룹 등에 대한 압수수색 나섰다. 지난달 10일 한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지난 20일 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