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대선 후보, 'AI 3대 강국 도약' 공통 비전 제시
李 "국가 인프라·기술 자립"·金 "규제 철폐·투자 유치"
'속도전 vs 장기전' 요약…차기 정부 해법 따라 갈림길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가운데, 양당 대선 후보가 제시한 'AI 3강 도약' 전략은 방향부터 판이하다. 속도를 앞세운 단기 성장과 체질 개선을 노린 중장기 투자의 대결 구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민간 주도의 투자 활성화와 규제 철폐로 빠른 시장 선점을 노리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과 기술 자립을 우선시하는 장기전 전략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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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시장 자율' 방점…이재명 '국가 주도 대규모 투자' 강조
먼저 김 후보는 민간의 역동성과 시장 자율에 방점을 찍었다. 과감한 규제 철폐와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해 빠르게 성과를 내고, 한국을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선도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100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유니콘 기업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투자와 환경 조성을 통해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혁신 경쟁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에너지 인프라 확대도 김 후보 전략의 핵심축이다. 김 후보는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는 막대한 전력 수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며,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와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전력 공급 비용을 낮추고, '반값 전기료 시대'를 열어 제조업과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인재 양성 측면에서는 AI 청년 인재 20만명을 집중 육성하고, 글로벌 대학 협력과 해외 우수 인재 유치로 기술 인력의 질적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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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5.19 choipix16@newspim.com |
반면 이 후보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비용·장기 프로젝트를 국가가 선제적으로 추진해, 탄탄한 기술 기반을 마련하고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 확보와 AI 고속도로 역할을 할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 후보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술이 특정 대기업에만 집중되지 않고,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까지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기술 발전의 결과물이 사회 전반에 고르게 확산돼야 한다는 포용적 성장의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인재 양성 역시 주요 과제다. 미래형 창의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해 중장기적인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갖춘 '기술 자립형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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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18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05.18 photo@newspim.com |
◆ "빠른 성장" vs "체질 개선"…단점은 원천기술 한계·단기 효과 전무
김 후보의 전략은 과거 산업화 시기부터 반복돼 온 '민간 주도·정부 지원' 성장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시장의 문을 열고 투자 환경을 정비하는 역할에만 집중하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과 혁신은 민간 기업에 맡기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100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투자펀드는 핵심 추진 동력으로 작동한다. 자금을 빠르게 시장에 공급하고,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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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략은 특히 AI 기술의 상용화와 유니콘 기업 배출에 유리한 구조로 여겨진다. 단기간 내 투자 회수와 고용 창출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속도전으로 주도권을 잡는 데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프라와 기반 기술 확보에 대한 국가적 대응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시장 논리에 따른 투자 쏠림 현상으로 중장기적인 기술 내재화와 원천기술 확보에 한계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 후보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당장의 투자 유치보다 체질 개선과 기반 확충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고성능 GPU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의 핵심 인프라는 막대한 초기 비용과 수익성 불확실성으로 민간이 쉽게 나서기 어렵다. 이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국가 인프라에 투자해 기반을 깔고, 민간은 이 위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와 기술 개발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후보는 AI 기술 발전의 과실이 특정 대기업에만 집중되지 않고, 국민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는 포용적 성장 기조를 강조한다. 이와 같은 방향성은 '모두의 AI 프로젝트'에 내포돼 있다. 이는 기술 혁신의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환원돼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공약으로, 소득 양극화와 기술 불평등 심화에 대한 대응책 성격도 담고 있다.
이런 전략 차이는 결국 '단기적 투자 성과'와 '중장기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선택지로 귀결된다. 김 후보의 전략은 빠른 경제적 파급 효과와 고용 창출이 가능하지만, 글로벌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자칫 플랫폼 의존형 소비국가로 전락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반대로 이 후보의 전략은 기술 자립과 독자적 생태계 구축이라는 장기 목표를 추구하지만, 당장의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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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에서도 이런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김 후보는 원전 확대와 SMR 상용화를 통해 산업용 전기료를 낮추고, 즉각적인 비용 절감으로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한다. 이는 제조업과 데이터 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춰 투자 여력을 높이려는 계산이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친환경 기술 R&D 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과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한다.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한 선제 대응으로, 향후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강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결국 두 후보의 AI 전략은 민간 활력을 앞세워 빠르게 성과를 내려는 '속도전'과,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체질 개선과 기반 확충에 무게를 둔 '장기전'으로 선명하게 갈린다. 한국 AI 산업의 향후 성장 방향과 경쟁력 확보 전략은 차기 정부가 어떤 해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궤적을 그릴 전망이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