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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듣는다]②정준모 "미술은 암기과목 아니니 내 맘대로 즐기세요"

기사입력 : 2025년03월29일 00:46

최종수정 : 2025년03월29일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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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TV 대담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미술 어렵다는데 정답 없으니 마음껏 느끼길
근대미술관 설립에 대중의 관심과 응원 필요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1인당 GDP 3만6000달러를 넘어선 한국에 아직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국립근대미술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한 정준모 미술비평가는 한국이 명실상부한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선 '근대미술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올해가 광복 80주년인 만큼 반드시 건립의 첫 삽을 올해 안에 떠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뉴스핌TV 리더에게 듣는다에 출연 중인 정준모 감독.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상임간사로 광복 80주년을 맞아 근대미술관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건립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25.03.29 art29@newspim.com

수년 전부터 '국립근대미술관(20세기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상임간사로 뛰고 있는 정 감독은 뉴스핌TV의 '리더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쉽고도 세세하게 근대미술관의 필요성을 들려주었다. 대담은 독립 큐레이터이자 에듀케이터로 활동 중인 서지형 씨가 맡았다. 이번 대담에서 정 감독은 현재 우리 미술계가 직면한 여러 이슈들과 미술시장과 관련된 이야기도들려주었다. 뉴스핌TV의 '리더에게 듣는다 정준모 감독'편은 유튜브를 통해 시청 가능하다..

서= 앞에서도 말씀하셨듯 정 선생님께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옛 기무사터에 들어설 수 있도록 앞장 서서 운동하셨습니다. 경복궁 앞에 위치해 저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 당시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정=제가 국립현대미술관에 1996년에 학예실장으로 부임했는데 과천시 막계동 산 1번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많은 분들이 정말 큰 맘 먹어야 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여기 이 산골짜기에 국립미술관이 들어와 있을까?  접근성이 중요한데 방법은 없을까 했죠. 그래서 경복궁 앞 기무사에 미술관이 들어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4대문 안에, 그것도 북촌 문화벨트로 불리는 곳에 군부대가 꼭 있을 이유가 없다, 저 자리를 미술관으로 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에 시민단체를 만들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국가 공무원이 시민단체를 만들고 시민운동을 한 거니까 사실 어떻게 보면 불법이었죠.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경. 옛 기무사 부지를 미술관으로 조성해 이제는 한국의 현대 미술을 담는 도심 최고의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5.03.29 art29@newspim.com

근데 어쨌든 '기무사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을 결성하며 운동을 펼치던 초기에 시인 조병화 선생이 가장 먼저 나서주셨고 화가이자 미술협회 이사장이셨던 이두식 교수님, 유홍준·김홍남 선생님, 공간 건축사무소의 장세양 선생님 이렇게 다섯 분이 구심점이 돼 운동을 전개했지요. 저는 간사로 심부름을 했고요. 국립현대미술관을 그만 둔 뒤로는 본격적으로 그 일을 맡아했는데 정말 다 될 듯 했다가는 엎어졌다가, 다시 될 듯했다가 지지부진하는 사이클을 반복했습니다. 15년간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는데 결국은 이명박정부 시절 확정이 돼 첫삽을 떴고, 그 다음 박근혜 정권 때 완공돼 개관을 했죠. 사실 모두가 이 과정을 소상히 알 필요는 없겠지만 누구나 즐겨 찾는 미술관이 하늘에서 어느 날 뚝 떨어지듯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닌 점은 아셨으면 합니다. .

정=여러 우여곡절 끝에 서울관이 건립됐듯이 이번에는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을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아 함께 추진하면 미래 세대를 위한 멋진 미술관이 하나 더 생기지 않을까 꿈꿔 봅니다.

서=예. 도심에 만들어지고 나니까 서울관을 마냥 즐겁게 방문하곤 하는데 오랜 기간 엄청난 노고가 깃들어져 있었군요. 앞으로 국립근대미술관이 지어지면 또 똑같이 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즐겁게 산책하며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기쁘게 미리 상상해보게 됩니다. 이번에는 퐁피두센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그런데 퐁피두센터가 서울에도 생기고, 또 부산에도 생긴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퐁피두센터 분관이 한국에 이렇게 연달아 만들어지는 게 합당한 걸까요?.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옛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근대미술관으로 만든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남쪽에 테이트 모던의 신관이 새로 들어서 미술관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2025.03.29 art29@newspim.com

정=저는 퐁피두센터 분관을 민간기업인 한화가 여의도 63빌딩(63스퀘어)에 만든다는 거는 민간이 하는 거니까 누가 뭐라 할 수 없고, 또 좋은 일이기도 하죠. 기업이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공헌을 하겠다니 유의미하다고 봅니다('퐁피두센터한화서울'은 오는 10월 개관예정). 그렇지만 서울에 퐁피두 분관이 연내 개관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또 부산시가 뛰어들어 분관을 유치한다는 건 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 되네요. 왜냐면 퐁피두센터라는 것이 우리가 통상 퐁피두 미술관이라 부르지만 그게 '뮤제 오브 모던아트'입니다. 정확히는 '프랑스 국립근대미술관'이에요. 프랑스는 미술관을 크게 세 덩어리로 구분하고 있는데 루브르가 고대에서부터 19세기까지를 다루고, 오르세가 소위 프랑스혁명이 났던 해부터 1차세계대전 전까지를 다룹니다. 그리고 20세기 미술을 퐁피두가 다루지요.

결국 퐁피두는 프랑스 국립근대미술관으로 프랑스 미술 중 나름대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들을 모은 미술관이죠. 우리는 퐁피두센터라는 유명세와 누구다 누구다 하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니까 좋겠지 하고 단정합니다. 하지만 미술관이 갖고 있는 이중성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하죠. 아주 보편적인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며 교육한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프랑스 문화예술의 자부심, 자긍심 이런 것들을 은연 중에 과시하고자 하는 점도 있습니다. 즉 '우리가 일군 번영과 문화적 성취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예전부터 예술적 자질을 갖고 있던 민족이었기에 가능했다'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측면이 있거든요.

정=이 같은 목표 등 여러 고려를 바탕으로 수집한 퐁피두의 작품을 한국의 분관으로 가져다가 그들의 큐레이팅을 통해 전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요. 그 것도 나랏돈 세금과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한다니 좀 의아스럽지요.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분관을 건립하는 데만 약1300억원을 투입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1300억원 어치를 미술품으로 산다고 생각해 보세요. 1억원짜리 1300점을 살 수 있습니다. 10억원짜리는 130점을 수집할 수 있고요. 그런 컬렉션을 가진다면 세계적인 미술관을 만들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부산시는 또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근대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을 갖고 있는 도시입니다. 부산 시립미술관이 모던 피리어드(근대기)를 담당한다면 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은 컨템포러리(동시대)를 표방하고 있거든요. 부산현대미술관에 요즘 그림 중 선별해 1300억원 어치를 꾸준히 사서 넣어놓으면 20년, 30년, 50년 뒤에는 어마어마한 미술관이 될 거란 말이죠. 21세기 좋은 그림들은 다 컬렉션한 그런 미술관이 될 거 확신합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이탈리아 밀라노의 근대미술관인 '20세기 미술관'의 전경. [사진 제공=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2025.03.29 art29@newspim.com

서=유명 미술관의 분관 보다,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맥락있게 보유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군요.

정=예. 차라리 돈을 그렇게 쓰면 세계적인 미술관을 만들 수 있고, 길게는 의미있는 문화유산으로 남길 수 있을 겁니다. 부산시의 경우 퐁피두 유치한다는 게 너무 쉽게 미술관 하나를 '뚝딱'하고 만들어보겠다는 의욕 때문 아닐까요. 좋은 미술관은 아주 오랜 시간을 두고, 가꾸며 만들어야 가능한 건데 말이죠.

서=그렇군요. 선생님은 미술품감정기구인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를 이끌고 계시죠,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정=저희 모임이 국립근대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작품을 모으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제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작품구입 예산이 너무 적었던 겁니다. 처음 미술관에 들어갔을 때 10억원대였고, 10년쯤 지나 40억원대로 늘었습니다. 요즘도 연 42억원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예산으로는 김환기화백의 그림 한점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었던 게 '외부의 기부 기증'이었습니다. 외국 미술관들은 1년에 600점의 그림을 모았다 하면 580점이 기증받은 겁니다. 나머지도 미술관 이사들이 돈을 모아서 그림을 산 뒤 기부한 거구요. 반면에 우리는 기증이 거의 없죠. 그래서 기증문화를 확산하고, 기증한 인사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작품의 질과 가격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요. 그걸 하기 위해 감정연구센터를 만든 겁니다. 그렇게 해서 이제 5년쯤 지나니까 정부와 사법부에서도 저희들의 감정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세금혜택의 증거로, 재판 등에도 저희 연구센터의 평가가 기준점으로 통용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서 정부의 미술품 물납제도 비로소 도입됐습니다. 

서=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진위감정도 하고 있지요

정=예. 수집가들은 늘 그림의 진위여부를 중요시하는데 사실 미술품의 진위 문제는 학술적인 분야입니다. 얼마 전에 반 고흐 그림이 유럽서 발견됐는데 그게 진짜냐 가짜냐 논란이 분분했죠. 암스텔담의 반 고흐 뮤지엄의 전문가팀이 검증과 연구를 통해  '진품이 아니다'고 발표해 결론이 났어요. 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바로크 거장 루벤스가 딸을 그린 그림을 기증받아 갖고 있었는데 위작이란 소문이 많았죠. 그래서 미술관은 그 그림을 아주 싼 값에 매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다각도로 조사하고 검증한 것은 물론, 각종 자료와 논문을 비교 검토한 결과 진품으로 판명이 났지요. 메트같은 최고의 미술관도 그런 실수를 합니다. 그래서 진위문제는 상당히 어려운 부문이고, 학문의 영역입니다.

정=한눈에도 위작이라고 금방 판단되는 그림은 시가 보다 유난히 싼 그림들이 그래요. 예를들어 박수근 그림이 10호 크기가 약 25억원인데 돈이 급해 5억원에 팔겠다고 할 경우 가짜일 확률이 높아요. 통상적인 가격보다 엄청 싼 거는 위작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미술품 진위문제는 고도의 전문적 영역이고, 학술적 영역이므로 우리가 가십처럼 막 쉽게 이야기하는 건 삼가야 합니다.

서=국내 미술시장 분석 리포트도 매년 내고 계신데 요즘 아트 마켓은 왜 저조한가요?

정=지금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좋아 미술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시장들은 인간의 삶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데 반해 미술품은 그렇게 절박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미술시장은 경기가 좋아지면 가장 늦게 좋아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나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비해 미술품 감상과 수집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제 우리도 정서적으로 좀 누릴 때가 됐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매일 저녁 TV만 보면 되겠느냐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끔은 오케스트라며 오페라 공연을 내돈내산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좋은 미술관, 좋은 음악회, 좋은 연극이 더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서=마지막으로 젊은이들이 미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듣고 싶습니다.

정=미술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사실 미술관이라는 게 무척 재밌는 곳입니다. '민주주의의 교육의 장'이라고도 해요. 미술관에서 똑같은 그림을 보지만 옆의 친구와 나는 서로 다르게 느끼고 생각할 때가 많거든요. 바로 그 다른 것들을  인정하는 곳이 미술관입니다.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미술은 암기 과목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도슨트가 하는 말을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같은 그림도 오늘은 이렇게 보이고, 내일은 또 저렇게 보일 수 있거든요. 정답이 없는 게 미술이니 좀 더 자유롭게 즐기세요. 작가이름, 생몰연대를 굳이 외울 필요 없고요, 미술은 모두 주관식이니 어떤 틀에 얽매이지 마세요. 나만의 생각, 좀 엉뚱하지만 창의적인 생각을 하며 미술관문화를 마음껏 꾸준히 즐기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안목도 생기고, 전문적인 책도 찾아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요.

서=오늘 긴 시간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편 끝)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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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단타, 11월에만 5조 팔았다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연중 고점을 기록한 코스피가 11월 들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한 주체는 영국계 자금으로 나타났다. 9~10월 단기 매수세로 코스피를 4000선 위로 끌어올렸던 영국계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약 5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수급 전환의 중심에 섰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자료를 종합하면, 영국계 자금은 상반기까지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9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해 지수 급등을 견인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며 단기간에 코스피를 다시 4000선 아래로 밀어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투자 이탈보다는 업종 재배치·수익 실현·헤지 전략 등 다층적 조정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 영국계, 활발한 거래에도 낮은 보유 비중…'단타 성향' 뚜렷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자는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4조99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 금액은 13조5328억원으로, 영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6.9%에 달한다. 이는 지난 10월 영국계가 2조4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전체 외국인 순매수(4조2050억원)의 절반 이상을 견인했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영국계 자금은 올해 외국인 매매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8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영국계 투자자는 총 557조원 규모(매수 273조9270억원, 매도 283조730억원)를 거래하며 외국인 전체 거래액의 44.7%를 차지했다. 국적별 기준으로는 거래 비중 1위였지만, 보유 비중은 10%대 초반에 머무는 등 높은 회전율이 특징적이다. 이는 중·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유동적 자금 특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국계 자금은 9월 2조2000억원, 10월 2조4000억원 등 두 달간 총 4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수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고, 코스피는 9월 말 3424포인트에서 10월 말 4107포인트까지 약 20% 급등했다. 이후 이달 3일에는 장중 사상 최고치인 4221.87포인트를 기록했다. 당시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매수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고, 거래 비중에서도 영국계 영향력은 두드러졌다. 하지만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코스피는 한 달 새 300포인트 넘게 밀리며, 전날(26일) 기준 3960.87로 마감했다. ◆ 수익 실현 흐름 속 업종·자산군 재배치 뚜렷…"ETF 투자도 변화 감지" 코스피 4000선을 끌어올렸던 외국인 수급이 11월 들어 주춤하면서, 이번 수급 전환의 배경에는 반도체 중심의 차익 실현과 업종 간 포트폴리오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국인 자금은 특정 업종에서 수익을 실현한 뒤, 해외 자산이나 새로운 산업군으로 비중을 재조정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KODEX 레버리지'(93억8000만원)였고, 이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64억2000만원), 'TIGER 차이나항셍테크'(64억원),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55억2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순매수 상위 10개 ETF 중 절반이 중국 테크 및 미국 증시 관련 상품으로 구성돼 외국인 자금의 관심이 해외 주요 지수로 이동한 모습이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같은 기간, 'TIGER 2차전지TOP10'(-79억원), 'TIGER200선물레버리지'(-68억원), 'KODEX AI반도체'(-56억9000만원) 등이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올랐으며, 상위 10개 가운데 9개가 국내 ETF였다. 개별 종목에서도 자금 재배치 흐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달 1~25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두산에너빌리티, KB금융, NAVER, 한화오션 등이 포함됐다. 반면 셀트리온, 이수페타시스, LG 씨엔에스, SK바이오팜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통 반도체주에서 인프라, 바이오, AI 관련 종목으로 수급이 분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재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물 매도를 통해 일부 비중을 축소하는 동시에, 선물·옵션을 활용한 헤지 전략이나 국채 등 대체 자산으로의 분산 투자가 병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외국인 자금의 유출보다는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내년 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되고 있어 외국인 수급이 재개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외국인 유입에 기반한 증시 상승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코스피 4000 돌파는 단기 유동성이 아니라 기업 실적이 만들어낸 구조적 상승이었다"며 "현재 조정은 큰 흐름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다음 단계 상승을 위한 숨 고르기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nylee54@newspim.com 2025-11-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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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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