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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우토야 참사 이후의 대반전, 추도사의 놀라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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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곧 금이다" 이 표현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경구다. 말을 생각 없이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전달되어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뜻의 표현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 때도 있고, 듣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모르는데 입을 열었다가 자칫 지식의 바닥을 들어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때가 있다. 잘못하며 본전도 못 뽑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정 반대의 경구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무언이 가치를 발휘할 때도 있지만,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말을 하지 않으면 무시한다고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잘 구사한 한마디가 예상치 못한 진가를 발휘할 때 이 표현을 쓴다. 시련을 당한 이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주는 메시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한마디는 두고두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를 기억하게 하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

말의 최고의 진수는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슬픔을 딛고 일어서 화해와 단합, 그리고 새롭게 국가정신을 일깨워줄 수 있을 때 발휘된다.

2011년에 발생한 노르웨이 연쇄 테러를 다룬 넷플릭스 영화 '7월 22일' 포스터

얜스 스톨텐버그(Jens Stoltenberg) 현 나토 사무총장은 노르웨이 총리 출신이다. 2011년 그가 총리였을 때 국가적 재난을 당한 적이 있다. 오슬로 외곽 노동당 청년캠프 시설이 있는 우토야 (Utøya)섬에 잠입한 극우 테러범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92명이 사망하고 69명이 중상을 입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민간인들이 그렇게 많이 한꺼번에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2차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그 충격은 컸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다고 자부하던 자기 나라 땅에서, 그것도 미래 정치인을 꿈꾸며 여름캠프에 참가한 20대 청년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참사를 목격하며 충격과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여름휴가에 있었던 스톨텐버그는 바로 집무실로 달려가 상황을 파악했다. 후속 테러범이 남아 있을 것을 우려해 전국에 비상경계를 선언하고 수사를 위해 총매진 하는 동시에, 1주일간 애도의 주간으로 정했다. 총격이 있었던 섬에서 255명의 생존자들이 정신적-육체적 충격으로 인한 불안, 불면, 공포심리를 치유하기 위해 오슬로 인근병원에서 입원 후 장기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의 심리상담사들을 배치해 도움을 주도록 했다. 이와 함께 충격에 빠진 가족들과 불면과 불안증세를 보이는 국민들의 위해 마을교회와 학교에 전문심리상담사를 신속하게 배치해 집단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도록 했다.

스톨텐버그는 외국인 이민자들의 소행으로 오인해 모스크와 외국인 주거주역을 집단 공격할 것을 우려해 범인을 신속히 체포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건 이틀만에 우토야 공격은 신나치즘을 지지하는 단독 극우 테러범인 자국민 소행으로 밝혀졌다. 경찰청장, 국가정보원장 그리고 내무부 장관이 함께 나와 사건의 경위, 희생자 및 생존자 명단, 범인 체포상황 등을 매일 아침과 저녁 두번씩 신속하게 발표했다. 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자녀를 잃은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위로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해 가정에서 부모들이 상세히 설명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자칫 잘못하면 서로 증오하고 다른 희생양을 찾아 보복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스톨텐버그는 총리로서 국가의 대재난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상황을 마무리한 후 사임할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하며 눈물의 사죄를 했다. 하지만 누구하나 그에게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하는 국민은 없었다. 야당들도 참사 후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애타게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에 격려를 보냈다. 사고가 난 직후 바로 업무에 복귀해 상황을 파악하고, 범인체포, 생존자 구출, 사망자 수습, 사건의 경위 파악 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목격했다. 지도자의 진면목은 위기관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능력있는 지도자를 잃을 수 없다고 사임을 반대하며 도리어 총리를 위로해 주는 감동적인 모습은 국난을 당한 국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총격이 있은지 이틀만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민이 모였다. 국왕 하랄드 5세 가족과 전내각, 여야 당대표, 그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스톨텐버그는 다음의 짤막하지만 힘있는 추도사를 남겼다.

노르웨이 총리 앤스 스톨텐베르그가 2011년 7월 23일 오슬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오슬로 외곽 우토야에서 벌어진 살상은 2차대전 이후 최고로 잔혹한 민족재난입니다. 하루하루가 영원의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충격과 절망, 분노, 절규는 낮과 밤 내내 교차하면서 지속됩니다. 오늘은 애도의 시간입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을 다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더 이상 우리 옆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다함께 슬퍼할 시간입니다. 우리는 92명의 생명을 잃었습니다. 여전히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죽음은 비극 그 자체입니다. 그들의 죽음은 이제 국가의 비극이 되었습니다. 그 비극의 규모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감당할 수 없을만큼 고통은 커져만 갑니다. ….중략….. 모니카는 내가 20년 동안 알고 지내온 동료였습니다. 우토야가 곧 그였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보호하고 안전하게 구해내기 위해 애쓰다가 총을 맞고 우리를 떠났습니다. 남편 존, 두 딸 빅토리아, 헬렌은 지금 드람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불공평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토레 에이케란드, EU 토론연설을 잘해 우리의 기억에 생생한 젊은이도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반드시 안고 살아 가야 합니다. …중략… 오늘 저는 슬픔 가운데 당당히 서로를 위로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가 만난 인간존엄과 열정을 지닌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받습니다. 우리는 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국민은 무한한 자긍심을 가진 분들입니다. 아직 충격에 빠져 있지만 우리가 간직한 중요한 가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입니다. 우리는 개방과 인간존중의 가치를 지닌 민주주의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것이 순진하다고 보면 안됩니다. 얼마전 CNN과 인터뷰한 청년간부의 영상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한사람의 테러리스트가 이렇게 엄청난 증오를 만들어냈다면, 우리 모두 함께 엄청난 사랑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전국 어디에선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국민들께 말씀드립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으신 그 아픔, 저와 온 국민이 함께 짊어지겠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온 세계가 슬픔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전 세계의 국가지도자들이 저희에게 조문을 보내왔습니다 (세계지도자들의 이름을 읽어 내려간다) ...중략... 무엇으로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할 수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데려 올 수도 없습니다. 가장 삶이 진흙 같이 어두울 때 서로 위로하고 지지대가 되어 줍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 입니다. 이 어려운 순간 우리 모두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추도식 내내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스톨텐버그는 차분한 어조로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며 눈물을 머금고 가끔씩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차분히 읽어 내려 간다. 그의 비통한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그의 연설은 비애, 좌절, 분노, 절규로 가득찼던 국민들에게 마음을 열고 포용하며 소외된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감싸주자고 호소한다. 이 국가적 트라우마를 겪고 난 후 노르웨이 국민들은 테러리스트의 재판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를 보며 테러리스트에게 지지 말자고 거듭 각오하는 모습을 확인한다. 얜스 스톨텐버그 총리의 연설은 미국의 레토릭 데이타뱅크에 세계적 연설로 소개되어 있다. Online Speech Bank: Jens Stoltenberg: Norway Bombing Tragedy Memorial Address (transcript-audio-video) (americanrhetoric.com)

참사현장에서 대학살을 목격하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물에 뛰어들었던 생존자들을 위한 정신치료는 몇 년동안 지속되었다. 그들을 돌보는 정부의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소개되었다. 여전히 물리치료를 받고 있던 생존자들이 연극을 통해 치유하는 모습, 함께 사건현장에서 토론하는 모습을 담았다. 밤마다 이유없는 눈물과 고통속에서 보낸 생존자들이 차차 일상으로 회복되어 가는 모습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정부와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이제 상처는 아물고 견과류 껍질보다 더 단단한 모습으로 죽은 사람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각오도 담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유가족들은 총소리 넘어 들려오는 딸과 아들들의 공포에 질린 마지막 절규가 환청으로 들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부는 이들의 정신적 치료가 필요할 때까지 보살펴 주겠다고 약속해 끝까지 실천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상담사들은 언제든지 기꺼이 상담에 응해 주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 할 정도로 방치하면 예전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무서운 증상이다.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할 의무는 국가와 지역사회에 있다. 금전적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담을 통한 정신적 치유와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다. 이럴 때 유가족들은 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정부와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우토야 대참사가 있은 후 노르웨이 국민은 이전보다 더 사람들과 제도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한 국제저널에 4명의 사회학자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민들은 우토야 대참사를 겪고 난 후 정부, 지역사회 등에 대한 제도적 신뢰가 더 높아졌고, 더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2-30대 젊은 세대들의 신뢰와 참여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를 연구자들은 신뢰의 재동원 가설(Remobilization-of-trust hypothesis)이라 부르고 있다 (Wollebæk D, Enjolras B, Steen-Johnsen K, Ødegård G. After Utøya: How a High-Trust Society Reacts to Terror—Trust and Civic Engagement in the Aftermath of July 22. PS: Political Science & Politics. 2012;45(1):32-37. doi:10.1017/S1049096511001806). 정부의 노력으로 국가적 트라우마를 잘 극복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 정치커뮤니케이션의 한 연구분야로 추도수사학(Eulogistic rhetoric)이 새로 생겨났다. 슬픔과 충격상태에 있는 국민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를 연구하는 국가추도수사학 (National eulogy rhetoric)은 추도사를 국가지도자의 통치수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글스칼라에서 추도수사학을 키워드로 입력해 보면 수많은 연구논문들을 읽어 볼 수 있을 정도다.

넬슨 만델라 추도 강연을 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할 뿐아니라 국가의 통합과 포용을 위해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갖는지 연구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희망을 통한 치유: 바락 오바마가 행한 국가추도사의 수사학적 분석(Healing through Hope: A Rhetorical Analysis of Barack Obama's National Eulogies)을 쓴 빅토리아 웨스트 교수는 국가지도자의 추도사는 국민 전체가 애도하도록 돕고, 공유된 이해와 인정을 통해 공통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도자의 추도사는 죽음을 인정하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를 현재에서 과거로 전환시키며, 직간접적으로 죽음에 직면했던 애도자들의 공포를 완화시켜 주며, 희생자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공동체를 다시 결속시키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추도사를 통해 국가지도자는 유가족, 생존자 그리고 국민 모두가 좌절, 정신적 충격, 슬픔을 딛고 회복력 있는 국가로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웨스트는 국가추도사는 네 가지의 요소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연구에서 주장한다.

첫째, 서문(Prooemium)은 그 자리에 모인 이유, 누구를 기리기 위한 추도의 자리인지 각인시킨다. 서문에서는 자신이 어떤 자격으로 이 조사를 읽고 있는지 소개하기도 한다. 스톨텐버그의 연설 서문에서 "오늘은 애도의 시간입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을 다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둘째, 칭송(Epainos) 부분은 희생자의 중요한 업적과 고귀한 정신, 그리고 순수한 이성과 정신 등을 담고 있어야 한다. 희생자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공동체 전체가 떠난 사람들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을 표현하고 유가족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스톨텐버그의 연설에서 희생자들의 헌신과 업적으로 각인시켜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셋째, 위안(Paramythia 혹은 consolatio)은 가족, 생존자, 추도식 참가자, 그리고 전체 국민을 향해 던지는 위로의 표현으로 상실감과 비애에 빠져 있는 가족들에게 아픔을 함께 나누고 혼자가 아님을 각인시키는 내용을 담는다. 종종 이 부분은 공동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로와 아픔의 공유를 담아내지 못하면 그 상실감은 오래가고,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배신감과 반감은 커지게 된다. 희생자의 이름을 한사람씩 불러 주는 것은 가족에게는 최대의 위안이 된다. 오바마의 조사를 보면 대개 희생자의 이름을 꼭 불러주며 가족과 눈을 맞추는 행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톨텐버그도 희생자와 그들 가족의 이름을 하나씩 열거하며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넷째, 말문(Epilogue)에서는 모두가 아픔을 딛고 다시 하나가 되어 새로운 삶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내용을 담는다. 말문은 다시 새롭게 공동체를 세우고 더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스톨텐버그의 연설 말미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으신 그 아픔, 저와 온 국민이 함께 짊어지겠습니다…. 가장 삶이 진흙 같이 어두울 때 서로 위로하고 지지대가 되어 줍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 입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천안함,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을 겪으며 현장에서 살아 남은 생존자, 희생자의 유가족 그리고 함께 애도하던 국민들을 어떻게 치유하고자 노력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국가는 대형사고와 참사가 나면 무엇보다 보상체계에 더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트라우마 치료는 개인 책임의 몫으로 남겨놓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을 꼼꼼히 챙겨주질 못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국가추도식을 거행하면서 국민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지도자의 추도사를 제대로 경험해 보질 못했다.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의 외상후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치료해 주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며, 따뜻한 말한마디로 동질감을 회복해 다시 하나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한번도 경험해 보질 못했다

국가적 재난을 당했을 때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온전히 위로하고 치유하며 다시 극복할 수 있는 힘있는 추도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필요한 때다. 미래 국가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들은 어떻게 하면 국민을 하나로 융합시키고 화합시킬 수 있는 수사학과 말을 구사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도 불신과 배신의 골이 더 깊어져 국가의 결속력은 급속도로 와해될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국가의 통합과 화합, 신뢰회복임을 다 같이 인식해야 할 때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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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8.4조원 해킹 당해…역대 최대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추정 피해액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낸스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추정 총 피해액은 약 63억"라며 "블록체인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피해 자산을 동결했으며, 현재까지 약 30억 달러가 온체인에서 동결됐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즉각 모든 가상자산의 입출금을 일시 중단했다. 비트코인 [사진=블룸버그] 바이낸스 측은 비상 상황에서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2018년에 조성한 '사용자 자산 보호 기금(SAFU)'을 언급하며, 모든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와 서클 역시 해킹과 관련된 자금 각각 15억 달러 이상과 8억 달러 상당을 즉각 동결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블록체인 정보업체 TRM 랩스는 이번 공격의 배후로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엘리트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TRM 랩스는 "강력한 온체인 및 오프체인 정보에 근거해 이번 공격은 북한의 정예 해킹 부대인 트레이더트래이터의 소행으로 판단한다"며 "이러한 판단을 매우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킹은 지난해 2월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발생했던 15억 달러 규모의 탈취 기록을 크게 뛰어넘는 역대 최대 피해다. 이번 사건으로 암호화폐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29일 미국 증시 마감 후 3% 하락했고, 아시아 거래에서도 추가로 3% 떨어져 7만 7천 달러 아래로 하락하며,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타 알트코인도 매도세를 보였다. 가뜩이나 트레이더들은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의 큰 변동성에 대비했던 상황이라 충격이 크다. 30일 110억 달러 규모의 옵션 만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음 주(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 곳 또는 둘 다 탈환할 경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한편, 사이버 보안 위협은 암호화폐 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같은 날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은 제3자 소프트웨어 제공업체가 해킹돼 국제 거래소 거래를 한 시간 동안 중단시켰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버블맵스는 X에 게시한 글에서 700명이 넘는 폴리마켓 사용자들이 270만 달러 상당의 자금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한국 대신증권은 최근 고객 정보 유출과 미래에셋운용의 해킹 피해가 공개됐다. 일본에서도 GMO인터넷그룹의 외환거래 클라우드가 해킹 협박을 받는 등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wonjc6@newspim.com   2026-10-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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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 매입 무주택자 44% 증가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서울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는 가운데 올해 생애최초 부동산 매수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났다. 서울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잇따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30대를 중심으로 첫 부동산 매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보다 당장의 주거 불안이 매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I일러스트 = 최현민 기자] ◆ 서울 첫 매수자 전국 대비 10배 이상 증가…30대가 절반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생애최초 부동산 매수자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면서 주거 불안에 따른 실수요자의 매수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9월 서울에서 생애 처음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은 6만5750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만5711명보다 2만 39명(43.8%)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전국 생애최초 매수자는 32만 471명에서 33만2358명으로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국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른 반면 서울은 40% 넘게 늘면서 매수 지역이 서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9만6031명에서 10만8032명으로 12.5% 증가했지만 인천은 3만1255명에서 2만 664명으로 33.9%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9월 서울의 30대 생애최초 매수자는 3만58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602명보다 58.7% 늘었다. 전체 서울 생애최초 매수자의 54.6%를 차지하는 규모다. 20대 역시 4552명에서 6699명으로 47.2% 증가했고 40대는 1만772명에서 1만3994명으로 29.9% 늘었다. 상대적으로 주택 마련 수요가 높은 30대를 중심으로 첫 부동산 매수가 확대된 모습이다. 월별로 보면 올해 서울 생애최초 매수자는 1월 6554명에서 4월 7341명으로 늘었고 8월에는 9353명까지 증가했다. 9월에는 8324명으로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5983명과 비교하면 39.1% 높은 수준이다. ◆ 집값·전셋값 동반 상승…공급 확대에도 입주까지 '하세월' 생애최초 매수자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서울 주택가격 상승과 전세시장 불안이 거론된다. 주택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세가격까지 오르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 가격 조정이 나타났지만 중랑구와 성북구, 서대문구 등 강북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달 들어서도 상승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10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주보다 줄었지만 서울 전체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세시장에서도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 우려가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주거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거나 월세 부담을 감수하는 대신 매매시장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3기 신도시와 수도권 신규택지 조성 등을 통해 주택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도 김포 아라와 구리 건원, 하남 등 수도권 신규택지 6곳에 7만67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신규택지에 공공택지 최단기 착공모델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입주는 2033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택지 지정과 보상, 기반시설 조성 등 후속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에 주택공급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와의 주택공급 협의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이번 신규택지 발표에서도 서울 내 공급부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신규 공급 물량이 모두 경기도에 집중된 만큼 이번 대책 역시 서울 주택시장의 수급 불안을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분간 공급계획이 실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서울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의 움직임이 무주택자의 매수 결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무주택자들의 매수세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차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무주택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확보하려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2026-10-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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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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