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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정치개혁의 담론, 누가 이끌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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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매년 민주주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10점 만점인 이 지표는 8점 이상을 얻은 나라를 완전한 민주주의체제라 분류하고 있다.

1789년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은 2023년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7.85점을 획득해 불완전한 민주주의(Flawed democracy)로 분류되어 있다. 트럼프가 집권한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 질은 급전직하로 악화되었고 이후 제대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기간 동안 민주주의의 질을 회복하지 못하고 7.85점 수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민주주의 질이 한번 추락하면 예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질적인 개선을 이루어 내야 하나?

[사진=위키피디아] 2022년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전세계 민주주의 지수 현황

하락하고 있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

8점 이상을 얻은 국가는 167개 측정국가 중 24개국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 우리나라는 2022년과 2023년 두 번에 걸쳐 8.09를 얻어 22위에 머물고 있다. 피부에 와 닿지는 않지만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완전한 민주주의의 옷을 입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대통령과 야당대표 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지적한 한 연구단체가 있어 화제다. 자유민주주의 지표를 매년 발표해 국제적 공신력을 얻고 있는 V-Dem 자유민주주의 지수(Liberal Democracy Index, The Variety of Democracy Institute)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 뒤집힌 종모양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측정결과 1점 만점 중 0.6으로 추락해 전체 179개국 중 47위를 기록하고 있다. 2년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에 있으며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두 기관의 상반된 신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처럼 별탈없이 잘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V-Dem의 지적처럼 우리도 미국과 같이 질이 급격히 떨어져 영영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V-Dem의 측정결과가 어느 정도 우리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대통령제의 문제는 아닐까? 그렇다면 의원내각제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국가별 민주주의 지수 (이코노미스트), 위키페디어 재인용.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장단점

민주주의 수준과 통치체제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코노미스트지가 측정한 완전 민주주의에 속한 23개국 중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우루과이(14위), 한국(22위), 프랑스(공동 23위)만 있을 뿐 나머지는 의원내각제를 통치체제로 운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최고의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국가들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경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지표는 보여주고 있다. 아렌드 리이파트(Arend Lijphart) 교수는 주로 대통령제와 소선거구가 결합된 웨스트민스터 모델보다는 의원내각제에서 채택하고 있는 협의적 모델이 더 좋은 민주주의 제도라는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사진=위키피디아] 국가별 정부형태

왜 그럴까?

협의적 모델을 채택한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국민생활수준이 높고, 사회적 타협이 잘 이루어져 사회계층간 갈등이 낮고, 정치적 부패도가 낮으며, 양극화의 정도도 낮다. 그러니 삶의 수준과 평균수명이 길수 밖에 없다. 선거를 통해 정치를 변화시키고 한 표의 가치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가치측정 지표인 정치효능감(political efficacy)이 높아 투표참여율도 높게 나타난다. 1990-2010년 기간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스톡머와 칼카 (Stockemer & Calca 2012)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협의제 모델을 채택한 국가들에 비해 평균 5% 포인트의 투표율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대의적 대표성과 사회적 비례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 효능감도 높아져 투표율이 높게 나온다는 가설을 잘 입증해 주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에 과다하게 집중된 통치권력과 의회와의 불협화음이 가장 큰 정치적 불안요인으로 지적된다. 3권분립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여대야소 상황에서는 야당을 무시한 정책독주가 발생하고, 여소야대 상황 하에서는 야당의 독주로 대통령과 정치적 충돌을 야기시키며, 그 결과 정국의 불안정이 초래되어 시장의 안정까지 해쳐 국민의 불안도 가중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제는 경제성장과 분배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맥마누스와 오즈칸 (McManus &  Ozkan 2023)의 책 '왜 대통령제는 경제에 해로울까' (Why are Presidential Regimes Bad for the Economy?)에서 대통령제 국가들이 대체로 인플레이션 조절에 실패하고, 양극화의 골이 더 깊으며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권력이 집중되어 효율적인 대응에 실패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뿐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잘 입증되고 있듯, 집권여당이 야당보다 의석수가 적은 여소야대의 상황속에서 타협보다는 두 정치권력이 정면충돌해 정치적 타협은 실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생활을 안정시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본연의 의미는 실종되고 일방통행과 배타의 정치가 만연해 결국 국민은 풍파를 만난 동주에 떠있는 불안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정부효율성과 자유민주주의 지수의 상관성

그럼 의원내각제는 만병통치약일까?

협의제의 근간을 이루는 의원내각제와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대표성, 비례성, 표의 등가성이 높아 가장 이상적인 통치체제처럼 보이지만, 이 제도도 상당한 단점을 안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고 핀란드 등의 국가들에서 보듯 정부구성의 어려움이 가장 큰 난점으로 꼽힌다. 적극적 의원내각제(positive parliamentarism)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적극적 의원내각제란 과반수를 넘는 정당세력들이 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4개에서 10개 이상의 정당으로 분파된 의회에서 51퍼센트를 확보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어, 종교, 지역, 인종으로 분화된 정당세력간의 이해득실 계산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정치적 협상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기간이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6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가 구성되어 활동하더라도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소수정당이 연립정부를 박차고 나갈 경우 정부는 다시 해산되어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선거를 치르고 정부를 구성할 수 없어 결국 재선거를 치렀지만 똑 같은 상황이 벌어져 정부구성이 또 다시 난항을 겪은 사례가 숱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극적 의원내각제(passive parliamentarism)를 채택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다수가 반대하지 않으면 소수정권(minority government)을 출범시킬 수는 있겠지만 다수 야당들과 협상과 타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산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킬 수 없는 식물의회가 되기 때문에 정국자체가 매우 불안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어 이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수정권은 전적으로 야당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야간 양보할 것은 하고, 얻을 것을 얻어내는 정책교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비타협적 정당들이 존재하는 한 정부는 야당의 도움 없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 낼 수 없게 된다. 결국 타협과 협상의 준비가 되어 있고, 합리적 설득과 토론을 바탕으로 정책협상을 전개할 수 있는 정당들의 존재가 전제조건으로 선행되어야 소극적 의원내각제도 성공할 수 있게 된다. 타협과 협상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한 적극적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과 비슷하게 소극적 의원내각제에서도 정치적 비효율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혼합선거제(Mixed-member proportional system)와 5퍼센트의 최소득표율을 결합시키면 의원내각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까? 이것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지 않다. 첫째, 정당들이 3-5개가 의회에 진출할 때 과반수 정당들의 연합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데, 가장 규모가 큰 두 개의 정당들이 정책적 거리감이 적은 정당들로부터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다수정부(majority government) 구성은 이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둘째,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야의 최대 정당들이 함께 좌우연정을 구성할 수 있어야 가능한데, 우리나라처럼 두 거대 정당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절대로 함께 정부구성에 참여할 수 없을 경우 정부구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독일의 경우 안젤라 메르켈과 울라프 숄스(Olaf Scholtz)가 구성한 좌우연정처럼 보수계 기민당과 진보계 사민당이 함께 정부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가 제대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 결국 혼합식 선거제도와 소극적 내각책임제의 결합이 답이 될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는 이런 중대한 정치적 논제를 꺼내 들고 논의를 할 수 있는 정당들이 아예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개혁은 요원하기만 하다.

대안은 없을까?

민주주의 개선을 위해 정치개혁 논의는 일반적으로 정당들이 주도권을 쥐고 진행해 나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정당들이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선거가 다가오면 그 때야 마지못해 논의를 시작해 시간부족으로 졸속으로 개혁안을 가지고 협상을 하거나, 아예 포기하게 되는 상황은 한 두 번 경험 것이 아니다. 매번 국회가 구성되면 그럴듯한 정치개혁 특위활동을 위해 국민들의 세금이 얼마나 헛되이 쓰여졌는지 그 숫자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다.

국민들은 이제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기대조차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얼마 전 참가한 정치학자 학회모임에서조차 정당들이 변하지 않으면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며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형국이라는 한탄과 포기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당들이 손 놓고 있고,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영영 우리나라의 정치개혁은 이제 포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영국의 성공적 사례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사드협회 홈페이지

영국의 한사드협회(Hansard Society)는 1944년 당시 무소속 출신 의회의원 이었던 킹홀(Stephen King-Hall)이 2차대전 이후 영국 의회개혁과 발전, 그리고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해 처음 출범되었다. 2차대전 당시 총리와 부총리였던 처칠과 애틀리와의 면담에서 의회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 출판, 의회의 관심, 국민계도 등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해 둘을 회원으로 가입시킨 직후부터 의회 밖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의회의원들의 본회의 회의록을 정리해 국민들에게 주요 정책현안에 대해 소개하며 의회제도의 버그를 찾아내려고 역량을 집중했다.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선거제도의 장단점을 소개하기도 했으며, 선거관리제도의 문제점을 연구해 국민계도용으로 출판하기도 했으며, 선거획정제도, 선거비용문제, 의회의 상임위 활동의 문제점, 국민투표의 장단점 등 경계없는 연구주제를 채택해 지속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 왔다. 시민들을 위한 정치교육과 정책교육도 협회의 활동 중 중요한 영역이다.

영국의 한사드협회는 80년간 어떤 대학연구소, 국책연구소, 사설연구소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의회개혁과 민주주의 증진(parliamentary reform and democracy promotion)을 위해 캠페인을 전개해 나갔다. 그 결과 국민들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책자의 출판, 중요한 개혁이슈에 대한 정치적 담론 제기 등을 통해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 왔다. 협회가 80년동안 발행해 온 자료는 협회도서관 자료실에 보관되어 시대별로 제기된 개혁의 필요성에 관한 논쟁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어 2차대전 후 영국민주주의의 발전과정을 확인해 보는데 매우 중요한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필자도 1995년 한사드협회를 방문해 선거제도와 선거관리, 선거구획정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체계적으로 수집해 활용했던 좋은 경험을 갖고 있다. 협회에서 출판한 자료들은 의회와 대학에서 중요한 토론자료가 되기도 하고, 미래 정치인 지망생들을 위한 중요한 정치교육자료로도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양궁협회는 부동의 세계 1위 팀을 만들어냈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양궁협회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모방해 훈련모델과 장비개발, 지도자 육성 등에 투자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선수들을 관리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고, 훈련시켜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지속적 투자와 무한한 정성의 결과다. 양궁협회처럼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개선을 위한 민간단체의 출현은 필연이라고 본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질은 꾸준한 제도개혁과 정당민주화, 새로운 지도자의 육성, 그리고 정치토론 수준 향상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함께 힘 합쳐 한국의 한사드협회와 같은 민간정치개혁협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2024.01.15 mironj19@newspim.com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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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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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핵심인사 일가족 중국서 탈북했다고?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고위층 일가족이 중국 체류 중 우리 관계기관에 탈북·망명을 요청해 국내에 무사히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정보 관계자는 15일 뉴스핌에 "중국에서 대표부 대표급으로 일해온 노동당 핵심 인사가 지난 7월 망명을 요청해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면서 "현재 국가정보원의 보호 아래 합동신문과 국내 정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중국에 체류해온 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의 일가족이 지난 7월 탈북 망명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15일 파악됐다. 사진은 북한 고위층 일가족의 한국행을 AI를 이용해 표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AI생성] 2026.09.15 ◆북한 고위급 인사 망명 확인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노동당 대외 관련 핵심 부서의 간부급으로 중국으로 파견돼 일해온 이 인사는 부인은 물론 자녀를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체류 고위급 북한 인사의 탈북·망명과 수용 조치가 확인된 건 이번이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이다. 탈북·망명 동기와 관련해 이 인사는 한국과 서방국가의 자유로움과 발전상을 보며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압적인 행태에 실망했고, 특히 어린 자녀의 미래를 위해 평양 귀환을 하지 않고 서울행을 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망명해 온 인사가 동북 3성 지역의 북한 공작 핵심 거점 도시에서 일해온 만큼 최근 북한의 대남 관련 동향이나 북중 관계 정보를 다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특히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대남적대 노선 노골화 이후 북한의 대남 전략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인사의 탈북과 국내 입국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중국 당국의 협조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지난 6일 강원도 원산항에서 열린 구축함 강건호 취역식에 참석한 조용원(앞줄 왼쪽)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를 비롯한 핵심 간부와 가족들이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행사장 대형 화면에 국무위원장 김정은과 딸 주애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2026.09.15 yjlee@newspim.com 해외 근무 북한 외교관이나 대표부 요원, 파견 근로자의 한국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태영호 영국 주재 공사가 가족과 함께 망명했고, 조성길 이탈리아 대리대사(2018년), 류현우 쿠웨이트 대리대사(2019년), 리일규 쿠바 주재 대사관 참사(2023년) 등이 대표적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체류 국가나 신상을 밝히기 어려운 고위급 인사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 2026-09-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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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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