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방·안보

속보

더보기

[특전기자가 간다] '8.5G 중력가속도'에 기절 직전…실핏줄 터져도 버텼다

기사입력 : 2024년03월01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3월29일 17:36

충북 청주 항공우주의료원 비행환경적응훈련
G테스트·비상탈출훈련·저압실비행훈련 등
불굴의 의지로 약 650kg 중력 이겨내

[청주=뉴스핌] 박성준 기자 = "버텨야 합니다, 호흡하세요! 조금만 더!"

머리부터 심장과 폐 등 모든 장기가 짓눌렸다. 중력가속도는 8.5G, 기자 체중의 8.5배인 약 650kg의 중력이다. 뇌의 혈액이 급속히 아래로 쏠려 시야가 어두워지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다.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으로 모든 근육을 쥐어짰다. 이미 앞은 보이지 않는다. 호흡하라고 소리치는 교관 목소리만 들린다. 필사적으로 숨을 헐떡였다. 기절 직전이었다.

[청주=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본지 기자가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은 가속도내성강화훈련 시작 전(위)과 진행 중(아래)인 모습. [공군 제공] 2024.03.01 parksj@newspim.com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가 돼보고 싶었다. 고도의 특수 비행을 하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전투기 조종사는 파일럿(pilot)이 아니라 '파이터(fighter)'라고 부른다. 유유히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전사'로서 비행 임무를 수행한다는 뜻이다. 최첨단 전투기를 타고 창공을 나는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다.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을 찾았다. 가속도내성강화훈련, 비상탈출훈련, 저압실비행훈련 등 비행환경적응훈련을 해보기로 했다.

이날 오전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군의관 문진을 끝내고 카키색 조종복을 받았다. 조종복 입은 공군은 만나봤지만 직접 입어 본 건 처음이었다. 전투화에 장갑까지 끼고 나니 잠시나마 조종사가 된 실감이 났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 조금 멋있다고 생각했다. 상하의 일체형인 조종복은 가볍고 편안했다. 태극기와 공군 마크, 기자 이름이 적힌 패치까지 붙였다.

조종사가 필수로 통과해야 하는 훈련이 바로 G(gravity) 테스트라고 불리는 가속도내성강화훈련이다. 전투기가 빠르게 기동할 때 조종사가 받는 중력가속도 하중을 가정한 훈련이다. 우리가 평소 느끼는 가속도는 1G인데, 2G라고 하면 몸무게의 2배 중력에 눌린다는 뜻이다. 3G부터는 얼굴이 밑으로 축 처지면서 4G가 되면 시야가 흐려지고 심하면 의식을 상실할 수 있다. 6G는 하체에 피가 몰리는 것을 막지 않으면 불과 몇 초 만에 의식을 잃게 된다. 6G 이상부터는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곧바로 기절한다.

모형전투기 조종석에 앉았다. 곤돌라 모양의 중력가속도 훈련 장비다. 이 장비가 큰 원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돌아 중력가속도 하중을 만든다. 한 명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비좁은 공간에 허리를 숙여 들어갔다. 앞에는 비행 상황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있다. 좌·우측에는 수많은 조작버튼과 계기판이 설치됐다. 안전요원이 양측 어깨와 다리에 있는 안전띠를 채운 뒤 꽉 조였다. 6G에서 20초를 버티는 훈련이었다. 최종 점검이 끝나고 문은 닫혔다.

중력가속도 하중을 버티려면 온몸에 힘을 줘야 한다. 하체로 과도하게 피가 쏠리면 의식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하체와 복부 근육을 수축하는 게 중요하다. 훈련 장비에 탑승하기 전 특수호흡을 따로 배웠다. 기관지 양쪽 사이 틈을 완전히 닫고 복부와 하체에 힘을 주며 터뜨리듯 호흡하는 것이다. 3초 간격으로 이 호흡을 반복해야 한다.

[청주=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본지 기자가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은 가속도내성강화훈련 시작 전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공군 제공] 2024.03.01 parksj@newspim.com

곤돌라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호흡하고 하체, 복부, 호흡을 다시 생각했다. 교관 지시에 따라 중앙에 있는 조종대를 힘껏 당겼다. 블랙홀에 빠진다면 이런 느낌일까. 4차원 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비행 스크린이 90도쯤 돌아갔고 얼굴은 일그러졌다. 숨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입과 목, 가슴이 꽉 눌렸다. 배운 것을 최대한 기억하며 억지로 호흡했다. 멈춰달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6G에서는 말은커녕 비명을 지를 수도 없다.

교관이 "눈 크게 떠야 한다"고 외쳤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긴 것이다. 머리도 자꾸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교관은 "머리 들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괴로웠다. 단순히 숨을 못 쉬는 고통이 아니다. 원심분리기 안에서 온갖 감각이 뒤틀리고 분리되는 느낌이었다. 속으로 '제발 그만'이라고 소리치면서 결국 20초를 버텨냈다.

"합격입니다." 기뻐하기 전에 정신을 차리는 게 먼저였다. 곤돌라에서 나와 대기실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입은 바싹 말라 있었고 어지러움이 가시질 않았다. 물을 마시자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모든 근육에 최대의 힘을 쓰니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조종대를 얼마나 강하게 당겼는지 주먹을 꽉 쥘 수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다리가 덜덜 떨렸다.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6G를 겨우 버텼다. 그러나 기자는 훈련에 앞서 8.5G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었다. 입을 꿰매고 싶다. 8.5G는 실제 조종사들이 하는 훈련이다. F-15 전투기 조종사는 8.5G에서 15초를 버텨야 한다. 다행인 건, 바로 도전하는 게 아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충분했다.

6G 이상부터는 혈액이 하체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G슈트라는 장비를 착용한다. 일종의 압박 붕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8.5G쯤 되면 실핏줄이 터지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패기만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교관은 기자를 불러 8.5G에 대해 몇 번이나 설명했고, 다른 현역 장병들도 "정말로 할 것이냐"고 거듭 물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느 순간 가슴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게 올라왔다.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결심이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독기로 무장했다. 전투에서 2등은 땅에 묻힌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돌이켜보면 8.5G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게 건 싸움이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도전이었다. 누군가는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지만,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이자 국방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군에 대한 열정이기도 하다.

[청주=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본지 기자가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은 비상탈출훈련하는 모습. [사진=공군 제공] 2024.03.01 parksj@newspim.com

"고생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8.5G를 버텨냈다. 장비를 나오는 계단에서 다리 힘이 풀려 미끄러졌다. 세 명에게 거의 들려 내려왔다. 조종사는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조종사들은 이 공간 안에서 한없이 단단하며, 눌러도 찌그러지지 않고, 당겨도 끊어지지 않으며, 밀어도 흔들리지 않는,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조종사들이 조종흉장(Wing)을 받기까지는 이같은 고통을 수도 없이 인내해야 한다.

저압실비행훈련도 쉽지 않았다. 높은 고도를 가정해 저압·저산소 상태에 노출하는 밀폐된 저압 훈련장이다. 일부는 고도 상승·하강 과정에서 귀 등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리에 앉아 산소마스크를 착용했다. 저압실의 공기가 서서히 빠지고 2만5000피트까지 올라갔다. 교관 지시에 따라 산소마스크를 제거했다.

구구단이 적힌 종이에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2분쯤 지났을까, 교관이 손짓으로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답했지만, 교관은 기자를 3초 정도 보더니 급히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왜 씌웠냐고 묻자, 산소포화도가 과도하게 떨어졌고 입술도 보라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저산소증에서는 정상적인 사고가 힘들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외에도 전투기 조종사들은 비행착각 상황을 맞닥뜨린다. 실제와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청력, 방향감각 등 모든 감각이 틀리는 경우가 생긴다. 인체 능력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이다. 기체가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 하강하다가 바다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공간감각상실훈련은 그런 상황을 경험하는 훈련이다. 시뮬레이션 장비에 앉으니 스크린 가상 상황이 펼쳐졌다. 분명 기체는 10도 상승하고 있는데 체감은 60도 이상이었다. 기체는 기울지 않았는데 좌·우측으로 기울었다고 느끼기도 했다.

전투기 추락 등 최후의 수단에 대처하는 법도 역시 숙달해야 한다. 전투기에는 비상시 기체에서 벗어나는 장치가 조종석 아래 설치돼 있다. 조종석이 사출될 때 순간적인 충격 때문에 조종사에게 큰 부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탈출 자세를 숙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헬멧 등을 착용하고 장비에 앉아 자세를 고정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다리 사이에 있는 레버를 당기자, 조종석이 순식간에 10m가량 솟아올랐다. 체감상 순간 속도는 유명한 놀이기구의 3배쯤 되는 것 같았다.

고생 끝에 비행환경적응훈련 수료증을 받았다. 하루 동안 흘린 땀이 여기 담겨 있고 앞으로 흘리게 될 땀도 여기에 담겨 있다. 기자는 이 수료증을 갖고 곳곳을 날아다니며 군을 취재할 것이다. 지금보다 8.5배의 스트레스가 와도 좋을 정도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적어도 8.5G를 견디며 실핏줄이 터져 생긴 붉은 반점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parksj@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다음달 10일 2차 소비쿠폰 기준 나온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기준을 이르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 10% 구분 기준은 부동산 및 금융소득 등을 살펴 이달 중 기준 수립 준비에 나선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간담회에서 "9월 10일 정도에 2차 (소비쿠폰)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에 따르면 2차 지급 기준 준비는 이달 중 시작된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만나 기준을 짜야 한다"며 "2021년 사례를 보면 1인가구는 특례를 가산했고, 맞벌이가구는 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한국신용데이터(KCD)가 4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매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은 전주 대비 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08.04 ryuchan0925@newspim.com 한 실장은 "고액 자산가인데 건보료만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며 "(행안부의) 부동산 데이터나 국세청 금융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를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비쿠폰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는 4818만명으로, 전체 지급대상자의 95.2%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8조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용 현황은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5조860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404억원(51.9%)이 소비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역별 신용·체크카드 소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지역이 높은 편이었다. 제주가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 54.7%, 울산 54.6%, 광주 54.5%, 충북 54.1%, 대전 54.0%, 부산 53.7% 등이었다. 한 실장은 "비수도권에 3만원·5만원 더 준 부분도 있지만, 지역 영세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숫자"라며 "10%포인트(p) 차이는 아니지만 2~3%p라도 높은 것은 그만큼 비수도권이 어려웠다는 방증이자 (소비쿠폰이) 사용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사업 전체 13조9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만 지방(예산)이고 나머지 12조1000억원가량이 국비다"라며 "(국비에서) 8조1000억원을 먼저 내렸고, 기획재정부 협조를 구해 이달 중순 정도에 4조1000억원을 조속하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2025.08.08 sheep@newspim.com 한 실장은 "(소비쿠폰 2차 지급에 앞서) 지방채 발행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고 충분조건 정도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통과는) 9월 본회의까지 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는 민생쿠폰 관련 연구용역 예산 2억원도 담겼다.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취지다. 한 실장은 "민생쿠폰 추경에 연구용역비 2억원이 담겼다"며 "과거 2020~2021년 효과가 있냐 없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연구원이나 KDI 등과 연구한다는 것이 행안부 현재 계획이다. 행안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그간 도서산간지역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한 실장은 "면 단위에서 동네에 마트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하나로마트 121곳에서 현재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현장을 가 보니 마트가 있어도 너무 영세해 고기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현재 시장·군수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로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추가 소비 진작 대책을 관계부처와 많이 만들고 있다"며 "행안부는 수도권 기업, 공기업, 관공서 등과 비수도권 간 자매결연을 맺는 소비진작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8-08 16:11
사진
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