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명예훼손·허위보고 유죄…직무유기 무죄 판단
"죄질 무거운데도 범행 부인" 징역 1년·구속은 면해
이 중사 모친, 선고 듣다 혼절…부친 "대대장이 주도"
[서울=뉴스핌] 이성화 배정원 기자 = 공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 보고를 한 혐의로 기소된 당시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중대장과 군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함께 재판에 넘겨진 대대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선고를 지켜본 이 중사의 어머니는 혼절했고 이 중사의 아버지는 "유죄"라고 소리치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김모(30) 씨와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군검사 박모(30) 씨에게 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중대장 김씨에 대해 "피해자(이 중사)가 선임으로부터 심각한 강제추행 피해를 당하고 다른 선임으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한 뒤 갑작스럽게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을 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당시 피해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을지라도 직속상관으로서 더욱 세심하게 새로운 부대에서의 적응을 도와줬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전적으로 피고인에게 돌릴 수는 없어도 피고인의 허위사실 전파는 피해자가 15비행단에서 제대로 정착하는데 큰 방해 요인이 됐고 일반적인 명예훼손 범죄와는 죄질의 무게감이 다르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군검사 박씨에 대해서는 허위보고와 무단이탈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강제추행 사건을 송치 받은 이후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한 사실이 없고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피해자 조사 일정을 연기했다"며 "피해자의 사망 이후 사건처리 지연이 문제 되자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 보고를 했고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중사가 빠른 사건 처리를 원하고 있던 시기에 재판 출장 신청이 승인된 것을 이유로 이틀 동안 무단으로 이탈해 휴식을 취했음에도 업무량이 많아 이 중사 사건 처리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비난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재판에 성실히 출석한 점과 추가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대대장 김모(45) 씨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직무상 의무를 부담한다거나 의무를 의식적으로 방임 내지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직무를 유기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휘관의 직무유기와 관련해 피고인의 조치가 다소 부적절하거나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법리에 따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고(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왼쪽에서 세번째)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중사의 직속 상급자들에 대한 1심 선고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1.15 shl22@newspim.com |
이 중사의 아버지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대대장이 상부에 거짓 보고를 하며 모든 걸 주도했는데 판결이 거꾸로 됐다"며 "무죄가 말이 되느냐,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사 유족 측 변호인도 "피고인들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직무유기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유족 입장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항소심에서 면밀히 다뤄져 반드시 유죄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이 중사는 지난 2021년 3월 선임인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이를 신고해 군 검찰의 수사를 받던 도중 같은 해 5월 2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당시 이 중사 사건에 대한 군 수사기관의 부실수사와 2차 가해가 있었다고 보고 2022년 9월 관계자 총 15명을 재판에 넘겼다.
대대장 김씨는 공군본부 인사 담당자에게 '피해자(이 중사)로부터 가해자인 장 중사가 분리돼 있고 장 중사의 파견을 조사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군사경찰의 요청이 있었다'고 허위사실을 보고한 혐의 등을 받는다.
중대장 김씨는 이 중사가 전입하려는 15비행단 중대장에게 '피해자가 좀 이상하고 20비행단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고 한다'는 등 허위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중사 사건을 담당하던 군검사 박씨는 이 중사의 심리 상태 악화와 2차 가해 정황을 알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조사를 지연하고 이 중사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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