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수사기관 정보 제공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사후통보 의무화
1회 3개월 씩 총 2회 유예 조건도 부여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앞으로 경찰이 수사 목적으로 휴대전화 정보 등 통신 관련 개인정보를 수집·조회한 후 당사자에게 이를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조치로 개인정보 보호 등에서 의미있는 조치로 평가되지만 수사에 있어 일부 부작용도 우려되는만큼 통보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할 경우 당사자 통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은 통신이용자 정보를 제공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조회 주요 내용과 사용 목적, 정보를 제공받은 자, 날짜를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다만 ▲국가 및 공공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자 또는 사건 관계인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증거인멸, 도주, 증인 위협 등 사법절차 진행 방해 우려가 있는 경우 ▲피의자, 피해자, 사건관계인의 명예 사생활 침해 우려 있는 경우 등에는 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 유예기간은 수사중인 사건의 경우 1회당 최대 3개월로 2번까지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내 국가수사본부 [사진=뉴스핌DB] |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법원이나 검사 또는 수사기관이 재판이나 수사, 형의 집행 등과 관련해 통신사를 통해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 등을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개인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한 후 당사자에게 이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는 없어서 통신 이용자의 권익과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법개정은 지난 2016년 시민사회단체들이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근거가 되는 해당 조항이 기본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해당 헌법소원에 대해 수사를 위해 통신 자료를 취득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통신자료 취득 후 이용자에게 통지하지 않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2023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사후통보 의무화 조치에 대해 경찰 내부와 전문가들은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향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수사 내용등이 유출되는 등 부작용도 생길 수 있는만큼 통보와 유예 적용에 있어 세부 기준이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후 통보이지만 당사자에게 사실을 알려야 하는 만큼 통신정보 수집에 대해 당사자들이 제기하는 논란이 일부 해소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수사 정보가 나가거나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도 있는만큼 세부 기준이 잘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를 엄격히 하는 취지로 이해가 되면서도 수사기관 입장에서 수사 진행상황이 외부로 유출돼 범죄대응이나 사회안전 부분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증거인멸이나 사건관계자 잠적으로 인해 수사의 부작용도 우려된다"면서 "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완이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보인권, 개인정보보호 부분에서 진전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경찰 등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에서 보다 강화된 사전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참여연대는 법개정에 대해 "그동안 수사기관이 수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수집하면서도 이를 통지하지 않았다"면서 "통지절차를 신설한 것은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일부 진전이며 통신정보 무단수집으로 인한 위헌성의 일부만을 제거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 해 수백만건에 이르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에 대한 사전적·사법적 통제는 여전히 미비하다"며 "영장주의 도입 등 실효적인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추가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