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흙의 연금술사' 김지아나 개인전...'흙 예술(earthen art)'의 새 지평을 열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도자 작업으로 우주의 생성과 소멸 담아
동대문DDP서 23일까지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곳'전
논현동 리아갤러리서 2월 18일까지 '중첩된 표면'전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4차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K-컬쳐의 세계적인 부상과 확산은 참으로 경외스럽기도 하려니와 그 의미가 중차대하기도 하다. 문화의 거의 모든 지평에 "K"자가 붙으면 그것이 곧 세계의 주류를 이끄는 대세가 되고, 세계인이 동참을 희망하는 트렌드를 이끈다. 이제는 국악까지 K팝과 구별되는 소위 '조선팝'이라는 이름으로 도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차디차게 얼어붙은 동토(凍土)에 묻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분야도 있다. 한 때 찬란한 역사를 자랑했지만, 1952년 임진왜란 이후로 위세와 주도권을 상실한 우리나라 도자(陶磁)문화 이야기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라는 굳센 망령에 사로잡혀 과거의 영광만을 반추하는 한탄 속에, 그 이후를 모색하는 작업이 가능할까 생각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동대문 DDP 갤러리문(門)에서 열리고 있는 김지아나 개인전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곳'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봄'을 느꼈다. 그것도 확연한 봄을!

[뉴스핌=조용준 기자] 김지아나는 작품을 벽에 걸지 않고 도르레 위에 설치해놓았다. 빛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옮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그의 작품들을 보는 순간, 왜라 할 것도 없이 이은상 시조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이 노래가 떠올랐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 하얀 그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뉴스핌=조용준 기자] 김지아나 작가. 

김지아나(50)의 작품들은 찬연한 봄꽃이었다. 계절로는 겨울의 복판이었지만, 전시장은 이미 봄꽃이 만발해 있었고, 나비들이 여기저기서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봄처녀가 봄나물을 잔뜩 캐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환영은 곧 이 나라 도자문화 희생을 알리는 소리, 얼어붙은 땅덩어리들이 봄 기운에 쫙쫙 갈라지는 커다란 해빙의 소리로 전율을 일으켰다.

김지아나의 작품은 언뜻 보면 거대한 벽화를 연상시킨다. 꽃이 피어있는 들판처럼 보이는 벽화다. 그것은 흙이 모태이지만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을 아우른다. 다시 말해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애당초 그의 작품에 이런 쟝르의 한계를 붙이고 구속하는 행위가 무의미하다. 이런 탈 장르의 해탈, 물성(物性)의 자유로운 변환이 새로운 지평을 열고, 그 신기원적 지평은 비로소 이땅 도자문화의 힘찬 부활을 알린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도자라는 장르에 한정되는 걸 매우 경계하고, 그의 작업 자체가 사실 도자의 굳센 껍질에서 탈피해 있는 '저 너머'의 일이지만, 기존 도자문화 경계와 외연의 확장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는 바야흐로 'K-도자 르네상스'의 출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가의 바람대로 좀 더 소박하게 표현해서 '흙 예술(earthen art)'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하자.

[뉴스핌 = 조용준 기자] 작품을 보고 돌아서면 작품들이 관람자를 향해 일제히 배웅 인사를 하는 듯 보인다. 이 또한 작가의 의도다.

김지아나에게 어떻게 흙과 친해지게 되었는지 먼저 물어보았다.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뉴욕의 대학으로 진학하게 됐다. 처음에는 방송무대 디자인 전공을 선택했다. 그런데 9월 입학이라 반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던 차에 평소 관심이 있던 마렉 체쿨라(Marek cecula) 작가 도자작업실을 무작정 찾아갔다. 어려서부터 지점토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마도 그런 미지의 끈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 준 것 같다. 동양에서 온 조그만 계집애가 일하겠다고 하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었던지 보조원으로 일하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물론 샐러리도 없었고 점심식사 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너무 즐겁게 일했다.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청소만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내가 궁금했는지, 그제서야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하고 이것저것 질문도 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마렉 체클라가 바로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세라믹 학과장이었다. 나는 원래의 전공을 포기하고, 그 교수 추천으로 파슨스 세라믹 학과로 학교와 전공을 바꿨다.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교수는 작업실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정돈해놓았는데, 그곳에서 일하면서 작업실 세팅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 내 작업실 역시 그곳처럼 정리가 돼 있다."

물론 흙과 친해지는 데는 그 역시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 그는 흙을 이기려고 했다. 선생님들은 "그거 그렇게 안돼. 원래 안돼"라고 말렸지만, 그는 흙을 이겨서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려고 했다.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흙과 친해지려면 먼저 흙을 알아야 한다고. 친구를 만들려면, 친구와 친해지려면 친구를 잘 알아야 하듯, 역시 흙의 본질과 물성을 깨달아야 비로소 흙에게 다가서고, 흙으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그래서 그는 흙을 아는 작업을 시작했다. 흙은 똑같은 게 아니라 다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런 흙들이 "나같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종류의 도토(陶土)를 일일히 실험하면서 그 특성을 알고자 노력했다. 참으로 많은 끈기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그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흙으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놀라운데 그건 순전히 그가 흙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2005년 국내로 들어와 2006년 서울대 박사과정에 들어간 것도 한국과 동양의 흙을 알기위해서였다. 2005년 미국에서 들어오면서 미국에서 작업하던 흙을 가져왔는데 세관에서 통과가 되지 않았다. 세관에서는 흙도 생물이기 때문에 검역을 거쳐야만 한다고 했다. 그때 또 깨달았다. 그렇구나. 흙도 살아 있는 생명체구나.

[뉴스핌 = 조용준 기자] 작가가 '셀(cell)'이라 부르는 계란 껍질을 닮은 이 반구형의 작품들은 자석이 붙어서 대형 철판 위에서 이리저리 옮길 수 있다. 작가는 매일 모양을 바꾸기도 하고, 하나씩 떼어낸다. 전시 마지막 날에는 오직 한 개만이 붙어 있게 할 작정이다.

미국과 유럽의 흙이라면 자신이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작업을 위한 흙은 어디서 사야 하는지, 어떤 흙을 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걸 가장 빨리 효율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대학원 진학이었다.

사실 그가 국내에 들어와 제일 먼저 한 일은 떡 장인에게서 무려 일 년 동안 떡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 것이었다. 바로 이런 대목이 김지아나 작가의 남다른 면모일 터이다. 물을 섞은 가루를 쳐대서 숙성시키고, 그 재료로 떡을 조물딱 조물딱 주물러서 모양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시 자신의 성형 작업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몰드를 이용해 작업을 많이 하지만, 동양은 다르다. 조선에서는 물레대장이 물레를 차면서 흙을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서 모양을 만들어냈다. 물레대장의 손솜씨야말로 도자 작업의 기초였다. 바로 그런 바탕을 김지아나는 떡을 만들면서 습득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광주요에서 만든 그릇 '해어화(解語花)' 시리즈였다. 해어화는 양귀비의 별명이고, 말을 알아 듣는 꽃이라 해서 뛰어난 미인을 뜻하기도 한다. 김지아나는 그릇이 테이블에서 양귀비처럼 말을 걸어준다고 느꼈다.

그가 요즘 추구하는 작업은 '흙의 회화'다.  투광성이 강한 자기(포슬린)을 구워서 벽에 걸거나 허공에 매달거나 하는 작업이다. 그는 포슬린의 도편에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물감의 스밈과 안료의 배어듦을 표현한다.  안료를 가득 머금은 도편들을 잇대서 형상화하고, 계란 껍질처럼 얇게 만들어 붙인다. 그런 흙의 회화는 그림과 달리 광선의 농도에 따라, 광선의 방향에 따라 그야말로 천변지변(天變地變)의 조화를 만들어낸다. 그는 '관계'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하는데, 자신이 만든 도편과 햇빛의 무궁무진한 관계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 전시를 동대문 DDP에서 연 것도, 이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철학 속에 자신의 작업을 배치하는 '관계'를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평론가 윤진섭은 김지아나의 작품에 대해 "이미 90년대부터 그는 원소로서의 사물의 근본적인 형태와 나타난 현상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한 것은 구(球)와 디테일로서의 파열"이라면서 "무수한 형태의 흙편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의 유비로서 판상(板上)에서 하나의 소우주를 이룬다"고 묘사했다. 사실 그렇다. 그의 도편들은 우주의 집약체다.

[뉴스핌 = 조용준 기자] 계란 껍질처럼 얇게 만든 도편을 잇대어 만든 작품. 마치 조개껍질로 만든 나전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작품 뒤에 LED 판을 대고, 자신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서 시시각각 변화를 주었다. 

그는 "산다는 것은 이런저런 일상의 파편이 모여 어떤 강한 색채의 덩어리로 폭발하면 서서히 빛으로 옅어져 또 다른 색깔로 바뀌는 순간의 고리들"이라고 피력한다. 인간들은 "한 줄기 빛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붉고, 노랗고, 파란색의 향원으로 살아가면서 결국 흙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김지아나 2009년 작품 'light story of water and fire' 2022.01.10 digibobos@newspim.com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보고시앙 재단은 1992년 설립된 세계적인 문화예술 후원 단체다. 보고시앙 재단은 2019년 김지아나를 아시아 지역 첫 전속작가로 선정하고 후원을 시작했다. 또한 브뤼셀 아트 로프트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어 세계 컬렉터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사실 김지아나 작가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더 알려져 있다. 뉴욕, 마이애미, 브뤼셀, 룩셈부르크, 상해, 홍콩 등에서 초대 개인전 17회를 열었고, 100회 이상의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회를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프랑스 소시오떼 빅, 생투엥 셀리오 등에서 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지아나는 올해 가나OK가 선택한 전속작가가 됐다. 그의 작품을 받기 위해선 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국립과천과학관에 10m가 넘는 대형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고, 대유위니아의 성남연구개발(R&D)·디자인센터 역시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브뤼셀의  껑브흐(Cambre) 공원도 대형작품 설치를 위해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중이다.

1월 23일까지 열리는 동대문 문갤러리 전시는 오전 12시에 문을 열어 저녁 9시에 닫는다. 사실 그의 작품은 어둠 속에서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이와 동시에 강남 논현동의 리아갤러리에서도 '중첩된 표면'이란 제목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2월 18일까지 계속된다.

digibobos@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사진
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