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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작가 윤석남의 손으로 탄생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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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남, 학고재서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개인전 개최
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 초상 채색화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조국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러 떠난 남편이 결국은 한줌의 재로 돌아왔다. 남편의 뼈가 담긴 궤짝을 부둥켜 안은 아내는 애써 슬픔을 억누르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분노를 터뜨릴 것만 같다. 독립운동가의 아내가 아닌 여성 독립운동가로 살았던 박자혜(1895~1943)의 삶을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신채호의 부인'으로도 알려진 박자혜는 3.1운동 당시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함께 근무하던 간호사와 함께 '간우회'를 조직해 만세 시위와 동맹파업을 시도하고 이 일로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난 뒤 북경으로 망명해 연경대학 의예과에서 의학 공부를 했다. 신채호와 결혼 후 그는 나석주의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파 거사를 도우며 투쟁한 1인이다.

한국의 독립운동사는 남성 위주의 기록이다. '신채호의 부인' 박자혜, '여자 안중근' 남자현으로 설명된다. 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가에게 붙은 수식어가 어쩔 수 없이 남성의 이름으로 상징되고 있지만 그들의 존재 가치와 역사적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박자혜 초상 Portrait of PARK Ja-hye, 2020, 한지 위에 분채 Color pigment on Hanji, 210x94cm [사진=학고재] 2021.02.17 89hklee@newspim.com

지난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잊힌 독립운동가 특히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려는 사업이 다각도로 진행됐다. 당해 자료 기준 훈장을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수가 종전의 170여명에서 470여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전체 1만5825명 중 3%에 불과한 수치다. 

이 시대 '여성주의 미술가의 대모' 윤석남은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이 이룬 업적에 집중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초상화를 붓으로 남긴다. 100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을 그리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은 윤석남 작가는 14명을 우선으로 해 개인전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에서 여성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선보인다. 전시는 학고재에서 17일부터 4월 3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개막한다. 학고재 본관에서는 강주룡,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김알렉산드라, 김옥련, 남자현, 박자혜, 박진홍, 박차정, 안경신, 이화림, 정정화, 정칠성 등 14인을 그린 채색화와 연필 드로잉을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정정화 초상 앞에서 윤석남 작가 2021.02.17 89hklee@newspim.com

이번 초상화는 윤석남 작가가 위인의 사료를 통해 얼굴을 그리고 이들의 몸짓과 전체 초상은 상상력을 더해 구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 자체와 그들의 삶과 업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의 실제 모델인 남자현(1872~1933)의 초상화도 볼 수 있다. 그림 속 남자현 선생은 흰 한복을 입고 혈서를 쓰고 있다. 왼쪽 네번째 손가락이 절단된 상태다. 그는 독립 의지를 고취하고 운동가들의 분열을 막기 위해 두번이나 혈서를 썼고 1932년 국제연맹조사단이 하얼빈에 왔을 때는 왼속 무명지를 잘라 '조선독립원(朝鮮獨立願, 조선은 독립을 원한다)'이라는 혈서를 써서 자른 손가락 마디와 함께 조사단에 보냈다.

그러던 그는 1933년 일본전권대사이며 관동군사령관 무토를 암살하려 나섰으나 거사 직전 일본영사관 형사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고문과 단식투쟁으로 건강이 악화돼 6개월여만에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출감 직후인 8월 22일 숨을 거뒀다.

윤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손이 유독 크다는 인상을 준다. 그에게 '손'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윤 작가는 화가가 손으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듯 '손'은 그 사람의 생애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독립투사들의 손을 하얗고 곱게만 그릴 수 없었다"며 "그들의 삶을 보여주기위해서는 크고 투박하게 그리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마리아 초상화 포즈를 선보이는 윤석남 작가 2021.02.17 89hklee@newspim.com

대중에게도 익히 알려진 김마리아(1892~1944)의 초상도 이번 전시에서 빼놓지 않았다. 김마리아는 칠판 앞에서 아이들에게 독립에 대한 교육을 하는 모습으로 활동적이다. 당찬 얼굴로 팔을 쭉 뻗어 독립에 대한 열망과 한국인으로써의 당당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김마리아다. 이날 윤석남 작가는 직접 김마리아에 대해 설명하며 그림 속 포즈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마리아는 정신여학고 시절 빼어난 학업능력과 지도력으로 주의의 신망을 받았으며 교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일본에서 유학했다. 2.8 독립선언에 참여한 뒤 선언문을 기모노 속에 숨겨 국내로 들여와 3.1운동을 일으키는데 적그 가담했고 이 일로 체포돼 심한 고문을 받고 귀와 코에 고름이 차는 고질병을 얻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려나자마자 활동을 재개했다. 대한민국애국부인회 회장을 맡아 임시정부에 자금을 전달하고 조직을 확대하던 중 동지의 배신으로 또 한번 검거돼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윤석남 작가는 김마리아에 대해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당했고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그림 속 인물의 몸짓이 진취적일 수밖에 없다. 김마리아의 포즈는 마치 만세를 부르는 듯한 몸짓이다. 재미있는 손짓도 하고 있다. 학생들 앞에서 당당하게 만세를 부르라고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남자현 초상 Portrait of NAM Ja-hyeon, 2020년 3월 30일, 한지 위에 분채 Color pigment on Hanji, 210x94cm [사진=학고재] 2021.02.17 89hklee@newspim.com

이어 "김마리아는 생전 지병도 있었고, 고문에 후유증도 있어 말년에 고생이 많았다. 일본 순사에게 인두 고문 을 받아 왼쪽 가슴을 잃기도 했다. 그래서 실제로 당시 입었던 한복을 보면 양쪽 가슴 부분의 길이를 다르게 제작했다"며 "나중에 미국에서 고문을 했던 일본 경찰을 만났다고 한다. 일본 경찰이었던 사람은 울며 용서를 빌었고, 김마리아는 웃으면서 사과를 받아주었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본관 안쪽 방을 가득 채운 설치 '붉은 방'(2021)도 만나볼 수 있다. 붉은색종이로 직접 자르고 붙인 토테미즘적인 벽면과 그 앞에 세워진 독립투사들의 얼굴을 담은 나무 조각들이 설치돼 있다. 나무 조각은 독립투사들이 손에 쥐던 칼과 총처럼 날카롭지만 여기에 그려진 그들의 얼굴은 독립을 이룬 기쁨을 만끽하는듯 평화롭다.

본관 전시 및 김이경 소설가의 책에 포함되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그중 오광심, 이병희, 조신성, 김향화, 동풍신, 부춘화, 윤희순, 이화경 등 8인의 초상을 학고재 오름 온라인 전시 공간에서 추가로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붉은 방 Red Room, 2021, 혼합매체 Mixed media, 가변크기 Dimensions variable [사진=학고재] 2021.02.17 89hklee@newspim.com

이번 전시와 함께 김이경 소설가가 동명의 책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도 함께 출간한다. 전시 서문은 지난 20여년간 윤석남 및 한국 여성주의 미술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지속해온 김현주 추계예술대학교 교수가 쓴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김현주 교수는 윤석남 작가에 대해 "윤 작가를 여성미술의 대모라고 불리는데, 요즘에는 아버지나 어머니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며 "4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작업해온 윤석남은 '여성미술의 지침목'이나 '여성미술의 버팀목'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또 김 교수는 윤 작가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왜 이렇게 열심히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애를 썼을까. 여성이 존중받지도 못하던 시절에' 대해 대화하다 깨달은 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는 사라졌지만 나의 자긍심을 가진 일이 독립운동이고, 여성해방운동의 통로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선생님의 전시 서문을 쓰면서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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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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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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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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