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 유통보다 자본시장 경력 우선
투자금 회수 요원...리츠 재추진 '무게'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홈플러스가 임일순 전 사장 후임으로 자본시장 사정에 정통한 CEO(최고경영자)를 찾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폐점을 전제로 한 점포 매각에까지 손을 댈 만큼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공모 리츠(REITs·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 상장에 재도전해 위기 타개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임 대표 후보군을 유통 전문가가 아닌 자본시장에서 찾는 것도 리츠 사업을 위한 밑그림이란 분석이다.
◆새 대표 자본시장서 물색...리츠 재추진하나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최근 임일순 홈플러스 전 대표이사 사장 후임으로 자본시장 경력이 있는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 지난 7일 퇴임 의사를 밝힌 임 전 사장은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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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실적 추이. 2021.01.19 hj0308@newspim.com |
이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리츠 상장을 재추진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온·오프라인 유통 경영 역량이 있는 인사보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와 접촉하고 있다"며 "리츠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2019년 상장 추진된 홈플러스 리츠는 자산 규모 4조3000억원, 공모 규모 1조7274억원에 달하는 대어(大漁)였다. 홈플러스가 51개 매장을 리츠 AMC에 매각한 뒤 리츠 측이 임대료로 수익을 주주들에게 6개월 단위로 배당하는 구조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의 외면으로 홈플러스는 상장 일정 자체를 취소했다.
당시 홈플러스 리츠가 수요예측에 실패한 이유는 사이즈 문제였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사이즈를 줄이고 투자자 신뢰를 얻는 데 주력했다면 당시에도 상장에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며 "다운사이징 후 부동산 이점이 있는 점포들만 편입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올해 초 리츠 사업을 재추진한다면 상장까지 1년여 정도가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리츠 AMC 인가를 반납하면서 재인가를 받아야 하는 탓이다.
◆지난해 부채비율 860%...자산 유동화 속도
업계가 리츠 사업 재추진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홈플러스의 재무지표 악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홈플러스홀딩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의 합병 시점인 지난해 2월 기준 ㈜홈플러스의 총차입금은 7조9451억원, 부채비율은 859.5%, 차입금 의존도는 69.9%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최근 폐점을 전제로 한 자산 유동화에 열심인 것 또한 같은 이유다. 홈플러스는 그간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의 점포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최근에는 경기 안산점과 대전 둔산점, 대구 칠성점 등 부지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홈플러스의 실적은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 강화와 온라인 쇼핑 주류화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계속 감소했고 2018 회계연도부턴 당기순손실을 냈다.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리츠를 재추진하는 이유는 투자금 회수와 관련이 깊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7조원에 인수했으나, 현재 엑시트 계획이 요원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수익 정상화와 관련해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MBK파트너스 측은 리츠 사업과 관련해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리츠는 재추진할 생각이 없다"며 "새 대표이사는 여러 후보들을 만나고 있는 단계이며 선임 시기도 아직까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