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총수 부재, 장기적 경쟁력에 큰 손실 초래"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됨에 따라 삼성은 3년 만에 또 다시 총수 부재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이 그려온 '뉴삼성'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각 계열사 수장들이 각개전투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선장을 잃은 삼성그룹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이 법정 구속된 후 삼성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삼성은 그 동안 "총수 부재에 따른 플랜B는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그만큼 총수의 부재가 그룹 전체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삼성 관계자는 판결 직후 "할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낭패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악의 결과가 이미 나온 만큼 남은 경영진을 중심으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TF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삼성에서 총수 없는 경영체제는 과거에도 두 차례 있었다. 2008년 4월 당시 이건희 회장이 특검 수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었다가 2년 뒤인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년 간 삼성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했지만, 미래 사업인 '5대 신수종 사업' 선정이 늦어지며 결과적으로 일부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기회를 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후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1년여를 총수 없이 지내야 했다.
삼성전자가 대만 TMSC와의 미세공정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도 공교롭게도 이 무렵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번 구속 시에도 계열사 사장 및 임원의 인사를 못하고 대규모 투자나 구조조정이 멈추어 섰다"며 "그것이 5-10년 후의 삼성과 대한민국 경제에 얼마나 큰 손실이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지만 손실임에는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부회장이 두 번이나 구속 수감됨에 따라 임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되고 삼성의 글로벌 명성에도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유능한 인재들이 삼성에 합류하기를 꺼릴 수 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삼성의 복귀는 요원해질 전망이다. 이는 미래 경쟁력 상실로 직결된다.
또 삼성 글로벌 네트워크의 정점이 이재용 부회장인데 또 다시 그가 1년 반, 발이 묶이면서 그의 풍부한 인맥도 무용지물이 되게 됐다.
예컨대 파운드리 경쟁에서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경쟁업체보다 몇 대나 더 확보하는가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재수감됨에 따라 그가 네델란드 EUV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해 '딜' 하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해졌다.
당장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의 실적이 나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 의사결정의 부재,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의 누수 등은 삼성에게 두고두고 악재다.
이 교수는 "총수의 구속은 단기적 일상의 운영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장기적 경쟁력에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부디 삼성이 이번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지속 성장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