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과도한 경영 개입" 반발…20년 전으로 회귀 불만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 가속화에 대해 저항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노조는 물론 정치권도 가세해 은행 점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논리다.
하지만 은행들은 난색을 보인다. 점포 폐쇄는 수년간 은행권 화두인 디지털 혁신 추진 등을 감안할 때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라 맞선다. 과도한 경영 개입 논란을 부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불만도 팽배하다.

9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일각에서 외국계 은행에 대해 지점 수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법안 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점포를 가장 많이 폐쇄한 외국계 은행을 본보기로 삼아 정조준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최근 5년 새 점포 수가 각각 18%(259곳→212곳), 68%(134곳→43곳)나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의 같은 기간 점포 수 비중은 평균 약 10%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을 본보기로 삼아 향후 모든 은행으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해당 법안은) 시대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금융노조 역시 각각 '소비자 피해 우려', '양질의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은행의 점포 폐쇄 움직임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이 오직 효율성과 단기 수익만을 목표로 영업점 폐쇄를 가속화 할 경우 금융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영업점 폐쇄는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금융 취약계층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보면 점포 폐쇄는 비대면·언택트 금융환경이 일상화된 점을 볼때 "거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초저금리 기조 속 악화되는 수익성을 감안할 때도 비용절감·효율성 측면에서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창구를 찾는 비중은 날로 줄어들고 있지만 모바일·인터넷뱅킹 비중은 날로 급증하는 추세"라며 "점포 폐쇄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춘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라고 전했다.
점포 폐쇄를 가로막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과거로 회귀하는 후진적 행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들의 경우 점포와 인력 조정 부문은 지난 1998년 은행법 개정 이후 자율로 맡겨진 상태다. 만약 일정 수 이상 지점 유지 등을 강제할 경우 사실상 과거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또 다른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하게끔 한 점포 폐쇄를 법안 제정 필요성까지 언급하며 막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점포 폐쇄 움직임은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 주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대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들은 연말연시를 맞아 지점 통폐합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연말까지 약 80여개의 점포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말 7500여개에 달했던 국내 은행의 점포 수는 올해 연말 6500여개로 불과 5년 만에 1000여개 이상 줄어든다.
rpl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