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없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중국 사이트 불법 유출
문체부 "중국에 삭제 요청할 것…나훈아 권리위임 문서 없어 불가능"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추석연휴 기간 중국에서 불법유통된 '나훈아 콘서트'에 대한 저작권 보호 해결이 권리위임장의 문서화가 늦어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중국 사이트에 불법 유출된지 열흘이 넘도록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콘텐츠 저작권 보호에 다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나훈아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기 위한 취지로 나훈아와 KBS가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재방송 없이 편성되어 방송 전부터 '다시보기 없는 콘서트'로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그의 15년 만에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자 첫 비대면 공연으로 알려지면서 해외서도 관심이 쏟아졌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포스터 [사진=KBS] 2020.10.14 89hklee@newspim.com |
◆ KBS "자체적으로 빌리빌리 영상 삭제 요청중" vs 문체부 "권리 위임장 늦어져"
추석 연휴인 9월 30일 저녁 방영된 '나훈아 콘서트'는 시청률 29%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재방송과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가 없는 '공연 콘셉트'가 시청자를 TV 앞으로 이끈거다. 그러나, 다음날인 10월 1일 중국 유튜브 사이트인 '빌리빌리'에 버젓이 불법 유통되면서 애초 기획 의미는 물론이고 콘텐츠의 저작권에 훼손을 입히게 됐다.
이에 KBS 측은 지난 5일 뉴스핌에 "KBS 지식재산권부가 중국에 유통 중인 매체사와 직접 접촉해 권리 침해 사실과 단속을 전달했고, 한국 저작권위원회 북경사무소와 협력해 추가적인 권리침해에 대한 단속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화제 속에 방송된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도 '나훈아 콘서트'가 계속 언급됐다. 불법 유출 사태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중국에 나훈아 콘서트 영상을 삭제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영상 불법 유통 관련) 점검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민사적인 성격의 일이기 때문에 회사가 정보를 제공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 국가는 판권국에 협의를 해나갈 것이다. 만만찮은 작업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준비는 이미 이뤄졌다. 문체부는 지난 1일 '나훈아 콘서트'의 중국 사이트에 불법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 8일까지 중국의 중추절 연휴인 것을 감안해 9일 한국저작권위원회 소속 북경사무소를 통해 경고장을 전하겠다고 뉴스핌에 5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14일 오후까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이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부와 소속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07 leehs@newspim.com |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14일 "KBS를 통해 이번 '나훈아 콘서트'의 저작권 보고 문제 해결에 대한 권리 위임 문서를 가수 나훈아 씨로부터 받아야하는데, 그 문서를 아직 KBS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두상으로는 나훈아씨가 KBS에 저작권 위임을 했다는데, 문서가 없어 북경사무소에 영상 삭제 요청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 업무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려먼 위임 문서가 있어야 하고, 북경 저작권사무소에 저작권 보호 요청을 할 수 있다"며 "북경 저작권사무소에 요청하면 중국 정부 차원의 저작권 보호 조치가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저작권보호원, 북경사무소와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영상이 삭제됐다가 다시 게재되기도 한다. 어제는 나훈아 콘서트 영상이 6개가 올라왔고, 오늘은 10개 영상이 게재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빠른 시일 내에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가 나훈아에게 직접 위임장을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나훈아 콘서트' 영상 유통·제작 계약이 KBS와 되어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나훈아 콘서트' 관련 저작권 권리 위임장 업무 논의는 KBS의 위임을 받아 콘텐츠 유통과 제작 업무를 하는 KBS 자회사인 KBS미디어와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정감사 기간이라 KBS가 문체부에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 '권리 위임장' 놓고 의견 차이…"제작자 불법 유통 제치 원치 않는 경우도"
KBS는 자체적으로 빌리빌리에 불법 유통된 '나훈아 콘서트' 삭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KBS 지식재산권부 관계자는 "'나훈아 콘서트' 영상이 불법 유통되고 있는 매체인 '빌리빌리'에 직접 삭제 요청을 전달했고, 아직 답은 오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영상 한 두건이 삭제되고 있다"며 "빌리빌리가 직접 영상을 삭제한 것인지 게시자가 한 것인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유튜브 채널에 KBS 영상이 불법 유출되면 이용자가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을 빌리빌리 측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며 빌리빌리와도 논의할 기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훈아 콘서트' 권리 위임장 문서화가 지연되는 건에 대해서는 "문서화하는데 제작진과 나훈아 측 사이에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끼면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나훈아 콘텐츠의 삭제를 위해서는 KBS가 빌리빌리와 직접적으로 의견을 나누면 되기 때문에 문체부가 요구하는 저작권 권리 위임 문서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문체부와 협의할 게 있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체부가 주장하는 권리 위임장이 필요한 이슈는 장기적 정책에는 맞지 않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등의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최근 빌리빌리에 게재된 '나훈아 콘서트' 영상 3개 중 2개가 삭제됐기 때문에 해결되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빌리빌리측이 삭제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빌리빌리는 유튜브처럼 이용자들이 영상을 올리고 지우기 때문에 이번에 문제된 영상이 빌리빌리 측이 삭제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BS는 빌리빌리 측에 영상 삭제 요청 이후 답은 받지 못한 상황이다.
[세종=뉴스핌] 이한결 기자 =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2019.12.12 alwaysame@newspim.com |
문체부 관계자는 빌리빌리에 '나훈아 콘서트' 삭제와 우리 콘텐츠 보호를 위해 반드시 개인 권리자의 '권리 위임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간 강력한 대응을 위해서다. 문체부가 권리 위임장을 받아 한국저권위원회 북경사무소에 콘텐츠 삭제 및 보호 조치를 중국 정부 저작권 부처인 북경국가판권국에 요청하게 된다. 북경국가판권국이 이 요청을 수락하고 해당 매체에 삭제 조치를 취하도록 전달한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가 권리자의 요청으로 대신해 영상 삭제 요청한다는 문서를 보내고, 중국 당국에서 이를 확인하면 빌리빌리 측에 즉각 조치 요청을 한다"며 "중국의 국가판권국과 한국의 문체부가 협력관계이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 요청 건을 대부분 수락한다. 중국 정부가 문제가 된 사이트에 직접 경고하기 때문에 해결율도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콘텐츠의 권리는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정부에 위임한다'는 목적의 문서가 반드시 있어야 정부 간 대응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 권리자가 불법 유통 콘텐츠의 삭제 조치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불법 유통 경로일지라도 영상이 홍보되면, 부수적인 판매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포맷 침해 경우도 많은데, 권리자가 삭제 조치를 원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먼저 나설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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