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제품 문제점 지적에 반박 재반박 공방 반복돼
무의미한 비방전 그치지 않고 기술 개발 자극제 돼야
[편집자주] 삼성과 LG의 '건조기 기싸움'이 한창입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가전시장 리더인 삼성과 LG가 건조기에서도 '정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봐야겠죠. '글로벌 가전 리더' 자리를 놓고 벌이는 양사 간 경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기술력 우위 논쟁에서 시작한 양사의 자존심 대결이 법적소송으로까지 번진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을 안 좋게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서로에게 자극제가 돼 오늘날의 삼성과 LG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럼 삼성과 LG, 그 기나긴 가전 라이벌의 역사를 한 번 돌아볼까요.
[삼성vs.LG 가전 경쟁] ① '엎치락뒤치락' 라이벌 역사
[삼성vs.LG 가전 경쟁] ② '밀고 당기고' 치열한 수싸움, 기술력 높였다
[삼성vs.LG 가전 경쟁] ③ '윈-윈' 상생으로 가는 길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스팀받지 마" vs. "어불성설".
이번엔 건조기다. 삼성과 LG가 또 한 번 공방을 주고받았다. 삼성전자가 건조기를 저격하자 LG전자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튜브에 LG전자 건조기의 주요 기능인 스팀을 겨냥한 '그랑데AI 비긴즈 - 스팀받지 마 편'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는 그랑데AI 건조기 컨트롤 보드에 '생각할수록 스팀받네, 뜨거운 온도로 옷을 건조하면 옷감이 열 받아 안 받아?', '열받은 옷감에 스팀 뿌린다고 옷감이 살아나?'라는 문구가 이어진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영상에서 그랑데AI 건조기가 스팀이 필요 없는 에어살균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과 옷감 손상이 없는 60도에서 건조 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비교 우위에 있음을 내비쳤다.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LG전자가 올해 건조기 신제품의 주요 기능으로 스팀을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이를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스팀은 LG전자가 자사 건조기 성능의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마케팅 포인트다.
LG전자는 이에 대해 "우리 건조기에 적용된 스팀은 살균을 위한 것으로 건조 단계 전 살균·탈취를 위해 사용된다. 삼성전자 영상은 내용이 잘못됐다"며 "무엇보다 삼성전자도 해외 판매 중인 건조기에 스팀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같은 주장은) 어불성설이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삼성전자 측은 "건조기 광고는 자사 건조기 성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하며 살짝 비켜갔다.
대개 이런 식이다. 어느 한쪽이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면 반박에 재반박이 오가며 공방이 벌어지다 흐지부지되는 전개다. 물론 2014년 세탁기 파손 사건 때 처럼 공방이 소송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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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LG전자가 삼성전자 QLED TV를 정면으로 저격했다.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 알기'라는 타이틀로 내보낸 광고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발광다이오드(LED) TV를 비교하며 LG의 OLED가 삼성의 QLED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LED TV는 백라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두께가 두꺼울 수밖에 없고 색 표현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 결국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건 OLED TV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LG전자 측은 "LED 앞에 'A·B·F·U·Q·K·S·T' 등 무슨 글자가 오더라도 그건 LED일 뿐 OLED가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삼성의 QLED TV의 한계를 부각시켰다.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꼭 상대 제품의 문제점을 끄집어내다 보니 서로 간 비방전으로 비치기 일쑤다. 아니 오히려 자사 제품이 더 뛰어남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비단 건조기와 TV만이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모든 가전에서 양사는 기술력에서부터 시장점유율, 하다못해 출시시기를 놓고서도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다만 그처럼 치열한 경쟁이 불필요한 자존심 싸움이나 무의미한 소모전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라이벌의 존재는 기술 개발 등에서 자극제로 작용하며 회사의 성장은 물론 소비자들의 편익 증대에도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견원지간처럼 서로 으르렁대는 가운데 삼성과 LG가 어느덧 전 세계 가전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현재 생활가전 시장에서 LG전자가 글로벌 1위, 삼성전자는 북미 1위다.
상대보다 더 나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 그만큼 신제품을 일찍 내놓을 수 있게 되고, 그런 흐름이 이어지면 곧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게 되는 이치다.
업계 관계자는 "물어뜯기기 싫어서라도 기술 개발을 해야 하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며 "그렇게 보면 (치열한 경쟁이) 서로에게 좋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