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없는 절대평가 '급락제' 허용
교수·학생 전원 동의 아래 변경 가능
학생들 의견 분분...형평성 해소 가능할까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각 대학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울대학교가 이번 학기에 한해 성적 평가 방법 중 하나로 급락제(S/U)를 허용하기로 했다. 일부 학생들은 환영하는 반면 일부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락제 적용을 위해서는 각 과목별 수강생 전원의 동의가 필요해 급락제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특정 과목에만 급락제가 적용될 경우 과목 간 평가방식이 달라지게 돼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대는 21일 2020학년도 1학기에 한해 전공 교과목 성적 평가 방식을 등급제(A~F)에서 급락제로 변경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강제성 없이 각 교과목 교수와 수강생들 논의 하에 자유롭게 급락제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급락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과목 교수와 수강생 '전원 동의'가 필수적이다. 동일 교과목이 여러 강좌로 개설된 경우에도 분반 수강생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급락제 방식 아래에서 학생들은 '만족(Satisfactory)' 혹은 '불만족(Unsatisfactory)' 둘 중 하나의 학점을 받게 된다. 기본 조건만 충족하면 S 학점을 받을 수 있어 절대평가인 'P/F(Pass or Fail)' 방식과 사실상 동일한 셈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평가방식에는 언제나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유례없는 재난적 상황으로 무기한 비대면 강의를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불이익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한시적으로 성적 평가방식을 급락제로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사실상 급락제 적용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교수와 수강생 한 명도 빠짐없이 급락제에 동의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특정 과목에서 급락제를 적용에 성공했더라도 또 다른 과목에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등급제를 실시하게 되면 과목마다 성적 평가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미국 하버드대학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따라 2020학년도 봄학기 성적 평가 방식으로 급락제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형평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대와 달리 모든 교과목에 공통 적용했다.
하버드대 내 신문사인 '더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클로딘 게이(Claudine Gay) 하버드대 학장은 "형평성 때문에 보편적인 평가 방식을 채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급락제 허용을 환영하고 학교 결정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학부생 정모 씨는 "수업 평가 방식 때문에 혼란을 겪었는데, 이를 통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복수전공 진입이나 성적이 필요한 학생들의 경우 급락제가 아닌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이런 이해관계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가 '전원 동의' 하에 바꿀 수 있게 둔 것은 이해된다"고 전했다.
특히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형평성이란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수업에서 교수님과 학생들이 여러 토론이나 합의로 결정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