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630년 전 발급된 고려시대 과거 합격증 '최광지홍패' 1점과 고려후기 선종 경전 '육조대사법보단경' 1책, 조선후기 '백자 항아리' 1점 등 전적 2점과 도자기 1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최광지 홍패'는 고려 말~조선 초 문신 최광지가 1389년(고려 창왕 1년) 문과 '병과 제3인(전체 6등)'으로 급제해 받은 문서다. 홍패는 고려~조선시대 발급된 문과와 무과 합격증이다. 보통 홍화씨 등으로 붉게 염색된 종이로 발급됐기 때문에 '홍패'라는 명칭이 붙었다. 반면 생원·진사시험 통과자에게는 합격증이 흰 종이로 발급됐기 때문에 이를 '백패'라고 불렀다. 최광지의 족보에는 1389년 문과에 급제했다는 기록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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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최광지 홍패 [사진=문화재청] 2020.03.03 89hklee@newspim.com |
홍패에는 '성균생원 최광지 병과 제삼인 급제자(成均生員 崔匡之 丙科 第三人 及第者)'와 '홍무 이십이년 구월 일(洪武 貳拾貳年 玖月 日)'이라는 문장이 두 줄로 적혀 있으며 발급 연월일 위에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이라는 국새가 찍혀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시대 홍패는 총 6점으로 시기는 모두 '최광지 홍패'보다 빠르지만 관청에서 왕명을 대신해 발급했기 때문에 국왕의 직인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문서의 형식과 성격 측면에서도 '왕지(王旨, 왕명)'라는 문서명과 국왕의 인장이 찍힌 정황으로 보아 임금의 명령을 직접 실천한 공식 문서로서 완결된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최광지 홍패'가 유일하다.
'최광지 홍패'와 함께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은 1책(64장)으로 1290년(충렬왕 16)년 원나라 선종의 고승 몽산덕이(1231~1308)가 편찬한 책을 고려 수선사에서 당시 제10대 조사인 혜감국사 만항(1249~1319)이 받아들여 1300년(충렬왕 26년) 강화 선원사에서 간행한 판본이다. 현재 경상남도 사천시 백천사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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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육조대사법보단경 [사진=문화재청] 2020.03.03 89hklee@newspim.com |
'육조대사법보단경'은 혜능의 선사상을 이해하거나 선종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 중요한 경전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간행됐다. 백천사 소장본은 우리나라에 전래된 관련 경전 가운데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선시대에 보이는 '덕이본' 계열의 책들과도 판식의 차이점이 보여 고려 시대의 특징을 갖고 있다.
또 다른 보물로 지정 예고된 부산박물관 소장의 '백자 항아리'는 조선 17세기 말~18세기 초에 제작됐으며 높이가 52.6cm에 이르는 대형 항아리다. 구연부와 어깨에 미세하게 금이 간 것을 수리했으나 거의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보존상태도 양호하다. 형태는 좌우가 약간 비대칭을 이루나 자연스럽고 다양하며 담담한 청색을 띤 백색의 유약이 고르게 발라져 전체적으로 우아한 품격을 나타낸다.
이 '백자 항아리'는 안정된 기형과 우수한 기법 등으로 보아 17세기 후반~18세기 초반의 관요(官窯, 왕실 도자기 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관요백자의 제작기술이 완숙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자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 후기 백자 항아리 중 크기와 기법 면에서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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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백자 항아리 [사진=문화재청] 2020.03.03 89hklee@newspim.com |
'백자 항아리'는 50cm 이상 크기의 입호(立壺, 항아리 형태)로서의 희소성, 파손이나 수리가 거의 없었던 완전성, 비례가 알맞은 조형성과 정제된 유약, 번조(燔造, 도자기 굽기) 기법의 우수한 수준 등을 근거로 조선시대 도자사의 중요한 유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보물로 지정해 연구하고 관리‧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최광지 홍패' 등 총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89hk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