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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마약' 4개월 추적한 마약중독자의 고백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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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방담] 기존 시각 벗어난 새로운 시도 돋보여
"마약 예방 위한 인프라 부족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법·제도 문제"
"모든 사람은 예비중독자라는 사실 알아야 사회서 마약 추방 가능"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4개월 동안 이어진 [마약중독자의 고백] 시리즈가 60편으로 마무리됐다. 마약중독자를 단순히 악마화하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이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마약을 과학적으로 보도해 한국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켰다는 평가도 있었다. 기획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얘기를 방담으로 풀어봤다.

(방담=오승주 사회부장, 임성봉 윤혜원기자)

▲오승주 사회부장(이하 오): 취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윤혜원(이하 윤): 마약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약중독자의 수기를 보면 이들이 마약을 접한 시기와 장소, 동기 등이 무척 다양합니다. 마약을 손에 넣는 통로가 그만큼 멀지 않은 곳에, 구석구석 포진하고 있다는 얘기겠죠.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 중 하나는 관련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력과 시설도 턱없이 모자라고 이를 위한 법과 제도도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았습니다. 마약이 빠르게 확산하는 현실과 정반대입니다. 마약 문제는 여론과 정부의 관심을 잠깐 받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사건이 터지면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해왔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역량을 적극 투자하는 문제로서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성봉(이하 임): 저는 취재 자체가 무척 어려웠다는 생각부터 떠오르네요. 워낙 폐쇄적인 주제다 보니 한 발을 내딛는 일이 무척 어렵고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관련 전문가를 찾는 일부터 섭외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습니다. 한 단체로부터 받은 마약중독자의 수기를 하나씩 읽어보는 작업마저도 끔찍이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반면 황당하고 재밌는 기억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러 가면 꼭 듣는 얘기가 있었는데 “기자님, 혹시 마약 하는 거 아니죠?”라는 질문입니다. 1~2명이면 모를까 거의 모든 취재원이 같은 말을 하니 죽을 맛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경찰서를 찾아가 마약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들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친분이 있는 경찰관들도 “임 기자, 마약 검사 한 번 받아야지?”라며 농담을 던지고는 했습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기획기사 마지막 편은 취재팀이 직접 마약을 해보는 거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물론 맹세하건대 저희는 결코 마약에 손대지 않았습니다.

▲오: 마약중독자 수기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사연을 꼽는다면요?

▲윤: 29편 <마약에 빠진 신학생...“신이 있다면”>입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심지어 이른바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도 마약을 한 번 접하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사연자는 학창 시절 성적도 우수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신망도 두터운 ‘엄친아’였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에 중독되면서 학교를 자퇴하고 조직폭력배에 들어가 폭력과 마약에 찌들어 삽니다. 단약을 결심하며 신학생이 돼서도, 취업해서도 결국 마약을 마다할 수 없어 다시 찾았고요. 최근 직업과 계층, 부와 명예를 떠나 누구든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는데 이런 현실이 이 사연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지 않았나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든 어떤 배경을 가졌든, 마약은 발 들인 이후에는 기존의 ‘나’로서 살아가기 무척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임: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수기 중, 다섯 번이나 구속되고, 수감 중 병으로 막내아들을 잃은 남성의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기획기사의 1편이었는데, 마약중독자로서 겪는 고통이 가장 잘 표현된 수기였습니다. 이 남성의 사연을 기사로 옮기면서 가슴이 참 먹먹했습니다. 무엇보다 우여곡절 끝에 남성이 단약(마약을 끊는 일)에 들어갔지만, 과거 마약 투약 사실이 들통나 구속되는 것으로 수기가 마무리돼 더 안타까웠습니다. 또 남성이 구속되던 날은 군에 간 아들이 100일 휴가를 나오는 날이었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이 기사를 읽고 “구속되고, 아내를 잃고, 아들을 잃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수기의 주인공이 왜 마약을 못 끊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마약이란 그럼에도 끊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것’입니다. 기사를 쓰는 내내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 되뇌었지만, 저라고 다른 선택을 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오: 마약은 세계 공통적인 문제지만, 한국 사회만이 갖는 특징도 있었나요?

▲윤: 필로폰의 영향력이 가히 지배적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코카인이나 헤로인, 대마, 신종마약 등 다양한 마약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가지각색의 마약류가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필로폰은 한국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유지 중입니다. 저도 취재하면서 알게 됐지만, 여기에는 필로폰이 한국에서 이어온 나름대로의 유구한 역사가 반영돼 있었습니다. 이 역사는 전후 한국이 일본의 필로폰 생산기지로 동원됐던 시절부터 최근 동남아산 필로폰 생산과 중국계 범죄조직의 국내 밀반입 등 여러 국내외 여건이 겹친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물론 마약 중독 치료·재활 시설도 필로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임: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마약에 지나치게 무지하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는 마약, 도박, 성(性)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마약은 가장 천시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정부 역시 검거 말고는 이렇다 할 마약 퇴치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마약사범 1만명 시대’입니다. 또 우리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헛된 환상에 취해있는 동안 한국은 국제마약범죄조직의 표적이 됐습니다. 국내에 밀반입된 필로폰 대부분이 태국산, 중국산, 북한산입니다. 우리 사회가 마약에 무지했던 탓에 이제는 누구도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다른 특징으로는 중독자에게 치료·재활의 길이 지나치게 좁다는 점입니다. 마약에 무지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우리 사회는 ‘중독=질병’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중독자 감소정책이 모두 실패했습니다. 중독자는 처벌을 받아도 마약을 끊지 못합니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자력으로 마약을 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오: 시리즈 중 인터뷰 기사도 많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누구인가요?

▲윤: 김은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장입니다. 국과수는 김 과장은 마약 감정 전문가로서 세계 최초로 프로포폴을 모발에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김 과장의 전문성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으로 당장 들이닥치는 마약 감정 의뢰를 처리하기도 바쁘기 때문이죠. 최근 신종마약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마약에 대한 연구와 신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려면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겠죠. 하지만 전국 연구소를 통틀어 국과수의 마약 분석 인력은 15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마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느낀 대목 중 하나입니다.

▲임: 한 명을 딱 꼽기는 어렵지만, 굳이 가리자면 국립부곡병원 장옥진 의료부장과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에서 대구를 거쳐 창녕까지 내려가 진행한 인터뷰였는데, 중독 치료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병원 치료와 관련해 중독자 사이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을 수 있어 더 의미가 컸습니다. 가령, 병원에 입원하면 담당 의사가 환자를 수사기관에 신고한다거나, 한 번 입원하면 자발적으로 퇴소할 수 없다 등의 오해들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중독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적은 소재였지만, 중독자에게는 국립부곡병원에 대한 정보 자체가 매우 귀합니다. 다행히 장옥진 부장이 치료과정부터 병원 분위기는 어떤지 등 작은 것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줘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장옥진 부장과의 인터뷰는 기자로서 중독 치료에 대해 배우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오: 취재 전과 후, 마약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윤: ‘누구든 마약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약은 조직폭력배나 연예인, 재벌가나 빈민층 등 소위 ‘일반적인’ 시민들과는 동떨어진 집단에서 사용하는 존재로 여겨졌던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저도 이런 인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마약이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중독될 위험성이 커졌다는 것, 다른 하나는 마약에 중독됐다가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회에 복귀하길 원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는 것입니다. 마약은 더이상 별세계 얘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얘기입니다. 마약이 그간 사람들과 좁혀온 거리감을 정부는 물론 시민들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면 마약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도 들었습니다. 마약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 2차 범죄 피해 등은 이미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습니다.

▲임: 마약이란, 상상을 뛰어넘는 공포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취재 이전에는 마약을 ‘담배보다 조금 더 중독성이 강한 물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마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부터 삶을 파괴하는 과정을 본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 번 마약을 투약한 사람은 평생 악마에 쫓기는 신세가 되더군요. 10년간 단약 중인 사람도 눈앞에 필로폰이 있으면 유혹을 이기기 어렵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중독 치료에서는 환자가 자기 손으로 필로폰을 변기에 버리는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간단한 동작이지만 중독자 대부분 이 훈련을 힘들어합니다. 또 대마초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마초 합법화 현상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한국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런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 취재 이전에는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취재 후에는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대마초가 필로폰이나 헤로인 등 다른 마약으로 향하는 ‘관문’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대마초 합법화는 기대와 달리 여러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이번 취재가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윤: 취재를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균형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마약의 실태와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마약에 대한 호기심이나 모방범죄를 부추기지 않는 중간점을 찾기 위해 매일 줄타기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마약에 손을 대고, 누군가는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중독자들의 가감 없는 수기와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애쓰고 있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증언이 이러한 현실을 생생히 증명해줬습니다. 한국 사회에는 마약 중독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마약중독자의 고백] 시리즈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마약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임: 마약에 있어 우리는 모두 ‘예비중독자’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모든 비장애인은 예비장애인이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 신체를 헤치고, 마찬가지로 마약도 불현듯 나타나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마약을 추방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마약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습니다. 마약과 싸워 이기려면 마약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마약의 종류부터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 마약에 노출됐을 때 이를 회피하는 방법, 중독됐을 경우 치료·재활을 요청하는 방법 등도 알아야 하지요. 마약에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가 갈 길이 아직 멉니다. 끝으로 마약중독자의 고백 시리즈가 중독자에게는 위로와 응원의 말을, 예비중독자에게는 경각심을 심어줬기를 바랍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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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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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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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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