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에필로그]'마약' 4개월 추적한 마약중독자의 고백 '뒷이야기'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취재기자 방담] 기존 시각 벗어난 새로운 시도 돋보여
"마약 예방 위한 인프라 부족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법·제도 문제"
"모든 사람은 예비중독자라는 사실 알아야 사회서 마약 추방 가능"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4개월 동안 이어진 [마약중독자의 고백] 시리즈가 60편으로 마무리됐다. 마약중독자를 단순히 악마화하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이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마약을 과학적으로 보도해 한국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켰다는 평가도 있었다. 기획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얘기를 방담으로 풀어봤다.

(방담=오승주 사회부장, 임성봉 윤혜원기자)

▲오승주 사회부장(이하 오): 취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윤혜원(이하 윤): 마약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약중독자의 수기를 보면 이들이 마약을 접한 시기와 장소, 동기 등이 무척 다양합니다. 마약을 손에 넣는 통로가 그만큼 멀지 않은 곳에, 구석구석 포진하고 있다는 얘기겠죠.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 중 하나는 관련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력과 시설도 턱없이 모자라고 이를 위한 법과 제도도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았습니다. 마약이 빠르게 확산하는 현실과 정반대입니다. 마약 문제는 여론과 정부의 관심을 잠깐 받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사건이 터지면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해왔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역량을 적극 투자하는 문제로서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성봉(이하 임): 저는 취재 자체가 무척 어려웠다는 생각부터 떠오르네요. 워낙 폐쇄적인 주제다 보니 한 발을 내딛는 일이 무척 어렵고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관련 전문가를 찾는 일부터 섭외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습니다. 한 단체로부터 받은 마약중독자의 수기를 하나씩 읽어보는 작업마저도 끔찍이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반면 황당하고 재밌는 기억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러 가면 꼭 듣는 얘기가 있었는데 “기자님, 혹시 마약 하는 거 아니죠?”라는 질문입니다. 1~2명이면 모를까 거의 모든 취재원이 같은 말을 하니 죽을 맛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경찰서를 찾아가 마약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들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친분이 있는 경찰관들도 “임 기자, 마약 검사 한 번 받아야지?”라며 농담을 던지고는 했습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기획기사 마지막 편은 취재팀이 직접 마약을 해보는 거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물론 맹세하건대 저희는 결코 마약에 손대지 않았습니다.

▲오: 마약중독자 수기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사연을 꼽는다면요?

▲윤: 29편 <마약에 빠진 신학생...“신이 있다면”>입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심지어 이른바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도 마약을 한 번 접하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사연자는 학창 시절 성적도 우수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신망도 두터운 ‘엄친아’였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에 중독되면서 학교를 자퇴하고 조직폭력배에 들어가 폭력과 마약에 찌들어 삽니다. 단약을 결심하며 신학생이 돼서도, 취업해서도 결국 마약을 마다할 수 없어 다시 찾았고요. 최근 직업과 계층, 부와 명예를 떠나 누구든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는데 이런 현실이 이 사연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지 않았나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든 어떤 배경을 가졌든, 마약은 발 들인 이후에는 기존의 ‘나’로서 살아가기 무척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임: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수기 중, 다섯 번이나 구속되고, 수감 중 병으로 막내아들을 잃은 남성의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기획기사의 1편이었는데, 마약중독자로서 겪는 고통이 가장 잘 표현된 수기였습니다. 이 남성의 사연을 기사로 옮기면서 가슴이 참 먹먹했습니다. 무엇보다 우여곡절 끝에 남성이 단약(마약을 끊는 일)에 들어갔지만, 과거 마약 투약 사실이 들통나 구속되는 것으로 수기가 마무리돼 더 안타까웠습니다. 또 남성이 구속되던 날은 군에 간 아들이 100일 휴가를 나오는 날이었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이 기사를 읽고 “구속되고, 아내를 잃고, 아들을 잃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수기의 주인공이 왜 마약을 못 끊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마약이란 그럼에도 끊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것’입니다. 기사를 쓰는 내내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 되뇌었지만, 저라고 다른 선택을 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오: 마약은 세계 공통적인 문제지만, 한국 사회만이 갖는 특징도 있었나요?

▲윤: 필로폰의 영향력이 가히 지배적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코카인이나 헤로인, 대마, 신종마약 등 다양한 마약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가지각색의 마약류가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필로폰은 한국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유지 중입니다. 저도 취재하면서 알게 됐지만, 여기에는 필로폰이 한국에서 이어온 나름대로의 유구한 역사가 반영돼 있었습니다. 이 역사는 전후 한국이 일본의 필로폰 생산기지로 동원됐던 시절부터 최근 동남아산 필로폰 생산과 중국계 범죄조직의 국내 밀반입 등 여러 국내외 여건이 겹친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물론 마약 중독 치료·재활 시설도 필로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임: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마약에 지나치게 무지하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는 마약, 도박, 성(性)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마약은 가장 천시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정부 역시 검거 말고는 이렇다 할 마약 퇴치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마약사범 1만명 시대’입니다. 또 우리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헛된 환상에 취해있는 동안 한국은 국제마약범죄조직의 표적이 됐습니다. 국내에 밀반입된 필로폰 대부분이 태국산, 중국산, 북한산입니다. 우리 사회가 마약에 무지했던 탓에 이제는 누구도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다른 특징으로는 중독자에게 치료·재활의 길이 지나치게 좁다는 점입니다. 마약에 무지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우리 사회는 ‘중독=질병’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중독자 감소정책이 모두 실패했습니다. 중독자는 처벌을 받아도 마약을 끊지 못합니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자력으로 마약을 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오: 시리즈 중 인터뷰 기사도 많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누구인가요?

▲윤: 김은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장입니다. 국과수는 김 과장은 마약 감정 전문가로서 세계 최초로 프로포폴을 모발에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김 과장의 전문성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으로 당장 들이닥치는 마약 감정 의뢰를 처리하기도 바쁘기 때문이죠. 최근 신종마약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마약에 대한 연구와 신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려면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겠죠. 하지만 전국 연구소를 통틀어 국과수의 마약 분석 인력은 15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마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느낀 대목 중 하나입니다.

▲임: 한 명을 딱 꼽기는 어렵지만, 굳이 가리자면 국립부곡병원 장옥진 의료부장과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에서 대구를 거쳐 창녕까지 내려가 진행한 인터뷰였는데, 중독 치료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병원 치료와 관련해 중독자 사이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을 수 있어 더 의미가 컸습니다. 가령, 병원에 입원하면 담당 의사가 환자를 수사기관에 신고한다거나, 한 번 입원하면 자발적으로 퇴소할 수 없다 등의 오해들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중독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적은 소재였지만, 중독자에게는 국립부곡병원에 대한 정보 자체가 매우 귀합니다. 다행히 장옥진 부장이 치료과정부터 병원 분위기는 어떤지 등 작은 것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줘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장옥진 부장과의 인터뷰는 기자로서 중독 치료에 대해 배우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오: 취재 전과 후, 마약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윤: ‘누구든 마약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약은 조직폭력배나 연예인, 재벌가나 빈민층 등 소위 ‘일반적인’ 시민들과는 동떨어진 집단에서 사용하는 존재로 여겨졌던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저도 이런 인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마약이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중독될 위험성이 커졌다는 것, 다른 하나는 마약에 중독됐다가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회에 복귀하길 원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는 것입니다. 마약은 더이상 별세계 얘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얘기입니다. 마약이 그간 사람들과 좁혀온 거리감을 정부는 물론 시민들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면 마약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도 들었습니다. 마약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 2차 범죄 피해 등은 이미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습니다.

▲임: 마약이란, 상상을 뛰어넘는 공포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취재 이전에는 마약을 ‘담배보다 조금 더 중독성이 강한 물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마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부터 삶을 파괴하는 과정을 본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 번 마약을 투약한 사람은 평생 악마에 쫓기는 신세가 되더군요. 10년간 단약 중인 사람도 눈앞에 필로폰이 있으면 유혹을 이기기 어렵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중독 치료에서는 환자가 자기 손으로 필로폰을 변기에 버리는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간단한 동작이지만 중독자 대부분 이 훈련을 힘들어합니다. 또 대마초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마초 합법화 현상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한국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런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 취재 이전에는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취재 후에는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대마초가 필로폰이나 헤로인 등 다른 마약으로 향하는 ‘관문’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대마초 합법화는 기대와 달리 여러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이번 취재가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윤: 취재를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균형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마약의 실태와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마약에 대한 호기심이나 모방범죄를 부추기지 않는 중간점을 찾기 위해 매일 줄타기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마약에 손을 대고, 누군가는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중독자들의 가감 없는 수기와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애쓰고 있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증언이 이러한 현실을 생생히 증명해줬습니다. 한국 사회에는 마약 중독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마약중독자의 고백] 시리즈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마약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임: 마약에 있어 우리는 모두 ‘예비중독자’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모든 비장애인은 예비장애인이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 신체를 헤치고, 마찬가지로 마약도 불현듯 나타나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마약을 추방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마약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습니다. 마약과 싸워 이기려면 마약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마약의 종류부터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 마약에 노출됐을 때 이를 회피하는 방법, 중독됐을 경우 치료·재활을 요청하는 방법 등도 알아야 하지요. 마약에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가 갈 길이 아직 멉니다. 끝으로 마약중독자의 고백 시리즈가 중독자에게는 위로와 응원의 말을, 예비중독자에게는 경각심을 심어줬기를 바랍니다.

imbong@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삼전닉스 주가는 급락, 빚은 그대로?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이른바 '빚투'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가 없고 주가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계좌는 반등을 기다리기에 앞서 부족분부터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해진 기한까지 추가 담보를 납입하거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주가 회복 전에 보유 주식이 강제 처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만2800원(6.35%) 내린 18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3만2000원(10.44%) 하락한 113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각각 7.57%, 9.46%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도 커지고 있다. ◆ 주가 급락에 담보비율 하락…납부기한 넘기면 반대매매 문제는 주가가 떨어져도 빌린 돈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보로 잡힌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금 대비 담보비율이 낮아지고, 유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추가 담보 납입이나 대출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가령 다른 담보 없이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 한 종목만 담보로 잡혀 있고 대출금이 그대로라면, 담보비율이 150%였던 계좌는 지난 5일 하루 하락만으로 각각 약 138.6%, 135.8%까지 낮아진다. 유지 비율 140%를 적용받는 계좌라면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이자와 비용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으로, 실제 계좌의 담보 상태와는 차이가 있다.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1억5000만원어치를 담보로 1억원을 빌린 투자자는 지난 5일 주가가 7.57% 떨어지면서 담보 가치가 약 1억3865만원으로 줄어든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최소 담보 가치가 1억4000만원이라면 하루 만에 약 135만원의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셈이다. 부족분을 제때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고객에게 부족 금액과 납입기한을 안내하고 있다. 현금 입금이나 증권 입고, 보유 주식 매매, 신용융자 현금상환 등으로 부족분을 해소할 수 있지만, 기한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동안 주가가 더 떨어지면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고객의 추가 납입 여력과 담보가치가 동시에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계좌를 면밀히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융자 잔액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8조7715억원으로 전날보다 1269억원(0.44%) 증가했다. 같은 날 위탁매매 미수금 관련 반대매매 체결액은 약 84억2000만원으로, 이달 4일 약 39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에 정부는 반대매매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오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140%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주가 급락에 따른 일시적인 담보 부족이 대규모 강제매도로 이어지는 상황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규제 완화가 모든 계좌의 반대매매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담보 유지 기준과 적용 대상, 기존 담보 부족 계좌의 처리 방식 등은 증권사별 시행 방안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신용융자에 대한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로, 주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증권사들은 정부 발표 직후 내부 검토에 착수했으며, 구체적인 적용 방안과 기존 계좌에 미치는 영향은 검토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담보부족 고객의 단기 반대매매 가능성이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반대매매가 과도하게 일어나면 오히려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주가 급락과 강제매도가 맞물려 하락세를 심화시키는 상황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라고 전했다. ◆ 메모리 업황은 견조하다는 평가…반등까지 버틸 여력이 변수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최근 주가 하락이 기업의 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미주 영업·마케팅 채널을 점검한 결과 당장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역시 수요 감소보다는 건설 지역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27년 예상 순자산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 각각 1.13배, 1.00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현 주가 수준에서는 향후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잠재적 위험보다 기대수익에 압도적으로 무게가 실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도 이번 급락이 반도체 업황 자체의 악화보다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수급 충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의 AI 산업 규제 강화 우려와 헤지펀드 청산 등이 기술주 전반의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민주당 역시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중시하는 만큼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내 투자가 지연되더라도 동맹국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연산 수요가 유지될 수 있어, 정책 우려가 과도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곧바로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M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말까지 저점을 높이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협의와 장기공급계약의 이익 방어력이 확인돼야 본격적인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AI 관련 기술주 역시 주가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AI 산업이 고성장 국면에 있지만 관련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적자인 데다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AI 기업들과 빅테크들의 현금흐름 개선 단서가 입증되기 전에는 악순환이 끊어지기 어려워보인다"라며 "시장은 3분기 실적 시즌에서 이 단서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4분기 실적 시즌까지는 가야한다"고 전했다. dconnect@newspim.com 2026-11-07 07:00
사진
정비사업 용적률 1.2배 허용한다더니…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정부와 여당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인센티브를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연내 통과가 기대됐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의 부정부패 가능성을 지적하며 공공 정비사업 확대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민간 정비사업 지원 기조가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은 이미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추가적인 요건과 제한이 붙을 수 있어 실제 정비사업 현장에서 사업성 개선 효과가 폭넓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합의 됐지만 실제 법안 통과는 미지수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 1.2배까지 부여하도록 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법안 개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I일러스트=이동훈 선임기자]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간 협의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오 시장과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위축된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10대 개선 과제'를 국토부에 제시했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8개 과제를 수용했으며, 나머지 과제 중 하나인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특별법에 따라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법적 상한의 최대 1.4배, 공공재개발 사업에는 최대 1.3배의 용적률을 적용하는 점을 들어 민간 정비사업에도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에도 법적 상한의 1.2배 또는 1.3배까지 용적률을 추가로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토부는 용적률 1.2배 방안을 최종 선택해 여당과의 협의 과정에 있으며 이를 포함한 도정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이 제도가 확정되면 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인 서울시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360%까지 용적률을 늘릴 수 있으며 2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250%에서 300%까지 받게 된다.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이 법적 상한의 1.2배로 높아지면 2031년까지 약 4만3000가구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순증 물량은 기존 목표인 8만7000가구에서 13만가구 수준으로 늘어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법적 상한 1.2배 상향이 모든 사업장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사업장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이같이 추산된다"고 말했다. 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의 정비사업 주택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적률 상향이 이뤄지면 단순계산시 35만가구 착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의 방향성은 마련됐지만 국토부와 여권에서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라서다. 실제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상계2구역 재개발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용적률을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에 대해 "서울시와 도시정비법처럼 바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협력하겠다"면서 "서울시와 실무 협의를 하고 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국토부와의 실무협의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도정법 개정안은 국토부가 아닌 여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울시보다 야당과의 협의가 우선시 될 것"이라며 "세부적인 개정안 내용에 대해 서울시의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가 아직 없었고 단지 서울시의 요청사항만 국토부에 전달된 상태"라고 말했다.  ◆ 與 지역별 차등적용 등 추가 조건 내놔…대통령 비판 인식도 통과 변수 이미 방향성이 확정됐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서울시 입장은 이미 전달한 만큼 개정안 처리를 신속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대했던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려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법안 개정에 시간이 소요될 사안도 발생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여권의 추가 사항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먼저 지역별 차등적용이다. 강남·서초·송파구의 강남3구와 용산구의 민간정비사업은 용적률 추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또 늘어난 용적률로는 전용면적 59㎡ 이하 주택만 짓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해 예외를 주지 못하도록 명확히 하는 것도 추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일단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당에서 요구하는 추가 사안은 서울시가 고려했던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내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 추가 소요와 진통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부분은 서울시가 크게 반대할 사안은 아닌 만큼 개정안 통과를 크게 늦출 요인이 아니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사업성 증대가 절실한 비도심 강북지역에 중점적으로 배정할 수 있고 또 강남권 등 인기지역에서는 재건축 이후 사업성까지 고려해 고밀 재건축을 크게 반기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요구 사항인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완화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통과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하면서도 막판 진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출범 이후 사안마다 극한대립에 빠진 서울시와 국토부의 관계 때문이다. 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다. 오세훈 시장은 홍 장관과의 빠른 만남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홍지선 장관은 실무협의부터 마무리한 다음 만남을 공식화한 상태다. 도정법 개정 사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답변을 기다린다'고 말한 반면 서울시는 국토부가 도정법 개정에 대해 시 의견을 요청한 사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재개발 사업장을 찾아 공공 재개발을 강조하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공재개발은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데 민간정비사업은 부정 부패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을 악마화한다고 비판했다. 시장 전문가는 "대통령이 맞대 놓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했는데 여권이 민간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법안 개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의 정비사업에 대한 방향성은 국정과제에도 명시돼 있는 '공공성 강화'며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도 있는 만큼 국회나 정부의 제도 개선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2026-11-07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