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상인들 "설 대목이란 건 옛말이죠"
설 당일 전 연휴 길어 "주말 장 보러 갈 계획"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설을 준비하는 골목가게 분위기는 냉랭했다. 전통시장과 먹거리 골목은 가게 주인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목을 앞두고도 매출에 영향이 없다며 울상짓는 모습이었다.
지난 1일 오후 2시쯤 도착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영등포전통시장. 각종 채소와 과일·고기·생선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며 차례상을 준비하는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장 가판대에는 농수산물이 가득히 쌓여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모습 [사진=장봄이 기자] |
시장 내부는 손님보다 가게 주인이 훨씬 많은 상황이었다. 가게마다 1~2명씩 나와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장을 보는 사람들은 종종 눈에 띄는 정도였다.
차례상 준비를 위해 캐리어 장바구니를 끌고 나온 50대 주부 김모씨는 "명절 때마다 과일이나 차례상 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에 온다"면서, "올해는 설 당일 전에 연휴가 길어서 주말에도 장을 보러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게에 서너 명만 모여 있어도 주목을 받았다. 한 게장 반찬가게에는 60대 여성 6명 정도가 게장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차례상 음식과 함께 다 같이 먹을 것이라며 맛집이라고 했다. 이곳 외에는 손님이 줄지어 모여있는 가게가 없었다.
한 생선가게 주인은 "요즘 장보러 시장에 오는 사람은 거의 드물고, 특히 젊은 사람들은 없다"면서 "날씨도 춥고 설 대목이라는 건 옛말"이라고 푸념했다.
거리가 썰렁하기는 인근 먹거리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찾은 때는 다소 이른 시간대였지만, 식사하는 손님이 있는 매장은 드물었다. 주인이 혼자 가게를 지키거나,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식당도 많았다. 대부분 문 앞에는 설 연휴 기간 폐점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설렁탕 전문점 문 앞에는 '3, 4, 5일 연휴기간에는 쉽니다'는 공지가 붙었다.
서울 영등포구 한 백화점 내 설 선물 예약코너 [사진=뉴스핌DB] |
영등포 인근 백화점은 막바지 설 선물세트 판매가 한창이었다. 종류도 과일 선물세트부터 한과·견과류·버섯·한우 선물세트까지 다양한 코너를 마련해 놓았다.
식료품 코너에서 장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한우 선물 매대에는 4명 정도 고객들이 모여 선물세트 배송을 신청하고 있었다. 다른 코너는 직원들만 지키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연휴 직전이라서 그런지 선물세트 배송을 신청하는 안내처도 찾는 이들이 없이 휑한 상황이었다.
주말에 대형마트를 찾을 예정이라는 직장인 박모씨(35)는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백화점에서 장을 보면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에 올해도 집 근처 대형마트를 갈 것"이라며, "선물세트도 가성비 있는 마트에서 모두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4인 가구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19만5605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일반슈퍼마켓은 21만86원, 대형마트 25만369원, 기업형 슈퍼마켓(SSM) 25만1684원, 백화점 38만730원 등의 순이었다.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