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박진범 황선중 기자 윤혜원 수습기자 = 15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서울 반포고. 입실 종료 시간이 가까워오자 시끌벅적했던 고사장 앞도 문득 차분해졌다.
[사진=박진범 기자] |
미리 준비해온 주먹밥과 초콜렛 등을 나눠주던 후배들은 쓰레기를 치우면서 서로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건넸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찰에게 핫팩을 나눠주는 학생도 있었다. 입실 종료 시간을 앞두고 내려 헐레벌떡 뛰어오는 수험생들에겐 학교와 상관없이 현장에 있던 모든 후배들이 "수능 대박. 화이팅"이라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입실 완료시간인 오전 8시10분이 넘자 고사장 안은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수험서를 훑는 수험생부터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것처럼 보온병에 담긴 물을 마시고 심호흡을 하던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시험 중에 용변이 마려운 불상사를 겪지 않기 위해 고사장 내 화장실은 마지막까지 북적였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여고. 감독관 안내와 함께 교실 앞으로 가방을 옮긴 학생들 책상 위는 깨끗이 비워졌다. 혹여나 시험 중 실수는 하지 않을까 감독관의 안내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염려했던 수능날 한파는 물러가며 학생들이 수능을 치를 교실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새어나왔다.
부모들은 수험생을 고사장으로 들여보내며 더욱 마음을 졸였다. 이화외고 3학년에 재학중인 딸을 시험장으로 들여보낸 차명희(48)씨는 "작년에 오빠를, 오늘은 여동생을 수능 치르게 해 2년 연속 마음 졸이고 있다"며 "아이가 막판에 스퍼트를 내다보니 (공부할 시간이) 한두달 더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지만, 실수하지 않고 자기 실력대로 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씨는 수능을 보는 딸만큼이나 긴장된 마음에 오늘 하루를 성당에서 기도로 보낼 예정이다. 그는 "수능 입실 시간이 끝나고서부터 수능이 끝날 때까지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성당에 미사를 보러 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차씨는 "딸아이의 점심 도시락으로 딸이 좋아하는 현미잡곡밥, 장조림, 미역국, 치킨너겟을 싸줬다"며 "미역국을 먹으면 미끄러진다는 미신 있지만 믿지 않고, 딸이 원하는 걸 준비해줬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열띤 응원전에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주는데, 교문 앞에 응원하는 학생들과 취재진이 작년보다 훨씬 많아 깜짝 놀랐다"며 "딸아이가 시험장인 이화외고에 다니다보니 아는 사람 마주칠까 부끄럽다며 이화외고 뒷편의 이화여고를 통해 빙 둘러오면 안되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딸을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바로 귀가하지 않고 학교 근처를 서성이던 차씨는 수능 입실 마감을 20여분 남긴 7시 50분쯤 이화외고에서 발길을 돌렸다. 교문 앞 왁자지껄한 응원단과 취재에 열을 올리는 기자들이 빚어내는 웅성임을 바라보는 차씨의 좁혀진 미간에 착잡함이 베어있는 듯 했다. 기자에게 수험생을 둔 엄마로서의 심경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엔 약간의 떨림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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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고에서는 한 어머니가 뒤늦게 가져온 도시락을 아들에게 전달해달라며 학교 관계자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고사장은 대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시험 시작을 앞둔 학생들 표정에서 긴장이 흘렀다. 감독관이 시험 설명을 하는 동안 수험생들은 가져온 문제집을 다시 보면서 최종 점검을 마쳤다.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감은 채 각오를 다지는 학생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책상이나 의자가 삐걱거리지는 않는지, 컴퓨터용 싸인펜이 잘 나오는지 수시로 체크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8시 40분 1교시 국어 영역을 시작으로 대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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