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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상시험 리포트④]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장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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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국내 임상시험 건수 중 61% 차지..전문가 우려 목소리
시민단체 "임상의 위험은 떠안고 다국적 제약사만 돈 벌게 해주는 꼴"

[편집자주] 지난해 서울의 임상시험 도시 점유율은 세계 1위, 국내 전체로 따졌을 때 한국은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임상시험 5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며 관련 규제는 완화하고 지원은 늘려 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 놀이터가 됐다. 임상시험의 위험성, 그리고 임상시험 산업육성이라는 포장지에 감춰진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의 실태를 추적한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한국의 임상시험 건수는 지난해 세계 6위를 기록하는 등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임상시험에 대한 안전 규제가 느슨한 빈틈을 노리고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습격

27일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임상시험 승인 건수(제약사 기준)는 2001년 45건에서 지난해 478건으로 10배(433건) 넘게 증가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임상시험 건수는 같은 기간 동안 18건에서 293건으로 무려 16배 이상(275건) 늘었다. 이는 제약사들의 국내 전체 임상시험의 61%를 차지하는 수치다.

국내 임상시험 건수는 2012년부터 6년 동안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제약사보다 앞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임상시험 건수가 많은 상위 10% 기관(19개) 중 9곳이 다국적 제약사였다. 국내 제약회사는 3곳에 불과했다. 국내 임상시험을 대행해주는 다국적 CRO(임상시험 수탁기관)도 5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약사와 CRO를 포함해 상위 19개 기관 중 14곳이 다국적 기업인 셈이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는 임상시험 단계 중 가장 까다로운 관문으로 꼽히는 3상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의 3상 시험은 31건에 불과한 반면 다국적 제약사의 3상 시험은 178건을 기록했다. 1상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안정성을, 2상은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3상은 대규모 환자(1000명 이상)를 대상으로 ‘약효’와 ‘부작용’을 평가하는 단계다.

◆다국적 제약사 모셔오는 ‘한국 정부’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임상시험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가 가져온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다국적 제약사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임상시험을 유치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투자가 늘어나면서) 임상시험장소로 위상이 제고됐으며 임상시험 증가에 따라 환자는 무상진료의 기회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또 "기획재정부, 식약처,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임상시험 허기기간의 단축, 임상시험용 의료기기 통관절차 간소화, 임상시험서비스 인프라 확충과 인력 양성, 임상시험비용에 대한 지원 등을 추진하며 다국적 제약기업과의 국내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임상시험 승인 상위 10% 기관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이후 정부는 2015년 임상시험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임상시험 사절단’을 꾸려 임상시험 유치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 사절단은 다국적 제약사들을 상대로 국내 임상시험 유치에 적극 나섰다. 사절단은 매년 싱가폴, 미국, 일본, 유럽 등을 찾아가 국내 임상시험 인프라를 홍보하며 다국적 제약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와 임상시험 스폰서들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시험센터 및 연구실 등의 시설을 살펴보는 ‘한국임상시험 산업 투어’도 실시되고 있다. 전국의 임상시험센터 정보를 담은 디렉토리 북을 제작해 글로벌 스폰서에게 배포, 스폰서가 방문을 희망하는 센터 및 연구자와 파트너링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임상시험 안전망이 부실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 다국적 제약사와 글로벌 스폰서들을 모집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이렇게 유치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세계 임상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이익을 노린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역량 확보의 핵심영역으로 CRO 등 유관산업 발전과 CRC(임상연구코디네이터) 등 관련 직종의 높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김남희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봤는데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은 임상시험을 하기 좋은 나라라는 글을 쉽체 찾아볼 수 있었다“며 ”이들은 한국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임상시험 승인도 빨리 떨어지는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을 밀어준다고 그 이유까지 덧붙여 놓았다“고 설명했다.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다국적 제약사가 챙긴다

전문가들은 다국적 제약사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벌이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상시험의 위험성은 우리 국민이 떠안는데도 수익은 다국적 제약사가 챙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표한 청구실적 상위 100대 품목 중 국내 제약기업 청구액 비중과 청구실적 상위 20대 품목 청구액 변화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보험급여 의약품의 최근 5년간 청구실적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청구실적 상위 20대에 새롭게 진입한 품목은 총 6개였는데 모두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었다.

상위 20대 품목 중 국내 제약사의 제품 청구액은 지난 2012년 4539억원에서 2016년 1605억 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진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7989억 원에서 1조41억원으로 2000억원 이상 늘었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한국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등 활동이 저조하다는 반증이다.

신약 개발은 많은 시간과 자금을 요구한다. 여러차례 임상시험 도중 한차례라도 오류가 나면 수천억원을 고스란히 날리는 구조다.

세계 임상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유럽에 비해 국내 제약사는 신약개발 역량이 크게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 비해 임상시험 산업의 역사가 짧고 경험이 부족한 것.

결국 제약산업 활성화라는 정부의 기조 아래 임상시험 관련 기반은 갖춰졌지만 국내 제약사보다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진출과 활동이 확장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재천 건강세상네트워크 운영위원은 “국내 임상시험을 통해 한국의 제약사가 혜택을 본다면 우리 국민들도 그 이익을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은 임상시험의 위험 부담은 우리 국민이 떠안고 신약 개발로 인한 수익은 다국적 제약사가 챙겨가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imbong@newsp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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