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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전 불편해도 탈원전 지지"..전력예비율 6% 이하로

기사입력 : 2017년08월17일 13:58

최종수정 : 2017년08월17일 15:34

대규모 정전 사태로 탈원전 논란 재점화
탈원전 지지 의식 보편화, 장기간에 걸친 국민 합의 결과

[타이페이=강소영 기자] #15일 저녁 7시 반(현지시각) 타이베이 서북 지역 베이터우(北頭)구에서 차를 몰고 지나가다 점멸된 신호등에 적잖이 당황했다. 성급히 근처 마트에 차를 세우니 상점의 간판과 매장 내부도 모든 꺼진 상태다. 주변에서 정전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신호등이 꺼져 도로의 차들이 최대한 속도를 줄인 채 눈치 운전중이었다. 골목길은 어둠에 휩싸여 행인을 잘 알아볼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이내 군인과 경찰들이 대로변에 배치됐고, 차량을 안내하기 시작하면서 교통 상황은 빠르게 안정됐다. 

집에 도착해보니 스마트폰 SNS 라인 단체방에는 전국에서 전력 상황을 묻고 답하는 메시지로 가득 차있다. 다행히 정전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기 공급이 회복됐다. 정전으로 촛불을 붙이다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지만, 정전 규모에 비해 큰 사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만 사회의 충격은 대단했다. 대만의 한 백화점은 영업 50년래 처음 맞는 정전 사태라고 성토했고, 대만 정부의 전력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여론이 악화되자 당일 저녁 대만 경제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고, 정부도 즉각 사직서를 수리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15일 대만에서 기자가 직접 겪은 대규모 정전사태 모습이다. 이날 발생한 대만의 전국적인 정전 사태로 대만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에선 대만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고, 탈원전 정책을 앞서 수립한 대만에서도 이번 사태를 빌미로 원전 지지세력이 다시 목청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에도 '원전 회귀'는 대만사회의 주류가 아니다. 대만의 전력 전문가들은 전력 수급 문제가 전력의 생산량에 있지 않고, 전력 시스템 운용에 있다고 지적한다. 원자력으로 전력 생산량을 무조건 늘리기 보다 스마트 전력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해낸 전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사상 초유의 '블랙 아웃' 대만 탈원전 논의 재점화 

대규모 정전 사태를 유발한 대만 다탄발전소 <사진 =연합신문망(聯合新聞網)>

대규모 정전 사태는 15일 오후 5시경에 시작됐다. 대만 총통의 집무실이 있는 타이베이 총통부를 포함해 타이베이 12개 행정구, 수도권에 해당하는 신베이시 그리고 중부 도시 타이중, 남부 도시인 타이난과 가오슝 일대 등 사실상 대만 전역에서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규모 정전의 원인은 전력을 공급하는 대만 에너지 회사 중국석유 직원의 기기 조작 실수로 밝혀졌다. 이날 오후 4시 50분경 중국석유가 운영하는 다탄(大潭)발전소에서 직원이 천연가스 공급 밸브를 닫는 실수를 범하면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고 중국석유 측은 해명했다.

정전 사태로 많은 가구와 상점, 기업이 불편을 겪기는 했지만 전력 공급이 신속히 회복되면서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만 과학기술부가 관할하는 대만싼다과학단지(三大科學園區) 국장은 "오후 정전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생산기업은 없다. 다만 저녁 일부 지역에서 전력을 부분적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신주(新竹)과학단지, 남부과학단지 일부 생산 라인이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우려하는 것과 달리 TSMC(대만 최대 반도체 생산기업)과 UMC(대만 반도체 대기업)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큰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번 정전 사태의 후폭풍은 엄청나다. 전력 공급 중단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만이 여러 차례 정전 사태를 경험한 바 있고, 탈원전으로 예비 전력 부족에 대한 문제점이 이어져 온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6월 초 강력한 폭우가 쏟아진 후 신베이원전 2호기 가동이 중단됐고, 이달 초에는 화롄 발전소 송전탑이 태풍으로 쓰러졌다. 타이중 화력발전소도 고장이 발생했다.

탈원전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도 여름철 전력 수요 확대와 연이는 전력 문제로 6월 대만 남부 핑둥현의 마안산원전 2호기와 타이베이 외곽 신베이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대만에서는 이번 정전 사태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찬반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원전을 지지하는 단체와 원전 관계 기관들은 대만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8.15 정전 사태로 대만 내에서 원전 회귀 움직임이 일고 있거나, 탈원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국내 일부 매체의 보도와 달리 대만의 주류 여론은 여전히 '탈원전 지지'에 무게가 실려있다.

대만의 전력 전문가들은 정전 사태가 전력 생산의 양의 문제가 아닌 전력 시스템 효율의 문제에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발생한 정전 사태 혹은 전력 시설 고장 사건의 원인이 전력량 공급 부족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원전 회귀론의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다만 대만의 전력 예비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전력 수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원전 찬반론 양측 모두 수긍하는 부분이다.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본격화한 이후 전력 예비율이 6%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급증하고 있다. 중화민국원자력학회 등 원자력 관련 단체와 반 민진당 인사들이 원자력 발전 회귀를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력 전문가들과 대만 국민들은 원전 건설 확대가 전력 수급 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8.15 대규모 정전 사태 발생 후 대만의 상당수 매체들과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보다는, 전력 공급 시스템을 개선을 통해 전력 사용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대만의 과학기술 전문지 테크노오렌지는 전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스마트 전력망 구축에 나설것을 촉구했다. 

현재의 전력 공급 시스템에서는 생산된 전력량의 상당 규모가 사용되지 않고 낭비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이러한 전력 낭비로 발전소는 필요 이상의 전기를 더욱 많이 생산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사용하지도 않은 부당한 전력 사용료를 부담하게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전력망은 발전소가 각 지역의 필요 전력량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불피요한 전력 생산과 낭비, 자원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소비자들도 스마트 전령망을 통해 각 발전소의 전력 생산 현황과 시간 별 생산 단가를 파악할 수 있어 전기 절약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 대만 국민 "정전 불편하지만, 탈원전 지지한다" 

대만 국민들도 이번 정전 사태로 인해 원전 회귀로 돌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공식적인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자가 취재한 10여 명의 대만 현지인은 모두 "탈원전 정책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타이페이에서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린(林 여성. 38세)씨는 "전력이 부족해서 정전이 자주되거나 전력 공급이 제한되면 생활을 불편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불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진이 잦은 대만에서는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전력을 제한 공급해도 사실 일반 국민들이 겪는 불편함은 그리 크지 않다. 이번 사태 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대부분의 동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가오슝에 거주하는 마케팅 회사 직원 저우(周 남성. 33세)씨도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환경과 인류에 대한 위협에 비하면 전력 제한 공급으로 인한 불편은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전으로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생산공장은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우(吳, 남, 30세)씨는 "개인적으로는 탈원전을 지지하지만,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그리고 대규모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기업은 현재의 전력 수급 현황에 대해 걱정이 큰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대만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관계자는 대만 차이나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공업용 전력 공급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정책 수립을 해야 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신흥산업 기업의 전력 수요는 엄청난데, 정부가 향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대만 산업과 투자 환경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탈원전 흑백논리보다 국민 합의 과정, 대응 방식에 주목할 때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를 대만에서 직접 겪은 기자가 보기엔 대만의 선례를 탈원전 자체의 적정성을 따지는 '반면교사'로 삼기보다,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수립해온 과정과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응하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대만 사회 분위기에서 언급했듯 대규모 정전 사태 후 대만 사회에서는 원전 회귀론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큰 힘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 이번 정전 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 회귀를 지지하는 서명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원자력 서명 확대 움직임은 정전 사태 이전부터 지속되온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순수한 지지 의견 외에 현 정부에 대한 불만, 원자력 이익집단의 행동 등 정치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은 추진 기간과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확연히 다르다. 대만에서는 탈원전 논의가 거의 37년간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관계 기관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지난 수십 년동안 수많은 토론과 의견 수렴, 시민 운동을 통해서 현재의 탈원전 정책 기반이 수립된 것. 현재 대만에서 탈원전을 지지하는 민간 단체만 150여 개에 달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다소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우리의 탈원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 정전 사태 후 '원전이 옳다 혹은 나쁘다'라는 식의 흑백논리에 치우치기 보다 원전 없이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분주한 것도 인상적이다. 

◆ 대만의 탈원전 운동 과정 

대만에서 원전 반대에 대한 의견이 처음 제기된 것은 3기 발전소 건설 계획이 발표된 후였다. 대만은 1968년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나섰다. 1호기에서 2호기 발전소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3호기 원전 건설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80년 4기 원전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원전 추가 건설 반대의 여론이 확산됐고, 1984년 국회의원과 감찰위원(감사원에 해당) 등이 예산 책정 과다와 원전 추가 건설의 경제성 등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탈원전 논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4기 원전 건설에 대한 찬반 논란이 양립하는 가운데, 1985년 7월 7일 3기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인 1986년 4월 28일 20세기 최대·최악의 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대만 내의 반원전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같은해 10월 대만전력 본사 앞에서 대규모 반 원전 시위가 발생했고, 정계에서도 원전 반대의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탈원전'이 대만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됐다.

이후 대만에서는 탈원전을 지지하는 많은 민간단체가 설립, 탈원전 움직임이 빨라졌다. 1987년 9월 신환경기금회, 1988년 1월 대만환경보호연맹, 같은 해 조직된 옌랴오반핵자구회 등 원전 반대 단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만의 탈원전 운동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정부를 포함한 탈원전 지지 세력과 원자력 발전 이익단체, 원전 지지 세력이 첨예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2000년 대만에서 최초의 정권 교체를 통해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민진당 정부가 수립되면서 탈원전 운동이 다시 힘을 얻는 듯 했지만, 2001년 2월 행정원 원장이 4기 원전 공정 재기를 선언하면서 대만 내에서 다시금 탈원전과 원전 이념의 갈등이 사회문제로 불거지게 됐다.

2002년 민진당 정부는 환경기본법에 반원전 원칙을 편입하고, 각계 환경인사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탈원전 행동에 나선다. 동시에 반원전 단체들도 다시금 활발한 탈원전 운동을 진행하게 됐다.

탈원전과 원전 지지파의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사고는 대만 탈원전 파에 힘을 강력한 힘을 실어줬고, 대만 사회에서는 탈원전 여론이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2013년 1월 대만의 푸방문교기금회 이사장이 '엄마가 감독하는 원전 연맹'이라는 단체를 조직, 대만 부녀자들의 탈원전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이후 유명 인사들이 탈원전 지지를 이어가면서 탈원전 분위기가 고조됐다.

대만 행정원은 4기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찬반을 묻는 대국민 투표를 추진했지만, 각종 문제에 직면하면서 투표가 무산됐고, 4기 원전 건설에 대한 논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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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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