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 디즈니랜드'될 판.. 이탈리아 현지인, 공무원 한숨
[뉴스핌=이영기 기자] 이탈리아 최고의 관광도시가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적대는 인파에서 몸을 밀치며 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긴줄에서 한두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라 물위의 디즈니랜드 격으로 평가돼 주목된다.
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베네치안들이 베니스를 지키기 위해 일어서고 있다며 "오늘의 문제는 상 마리코 광장과 리알토 다리에 그치지만 몇년 후면 문제가 도시 전체로 번져갈 것"이라는 이탈리아 관광장관의 우려를 전했다.
지금이 아니라 거대한 해양상업 도시였던 베니스를 생각한다면 밥먹고 빠지는 하루짜리 관광객들이 이를 점령하고 있는 양상이라는 것.
한 미국인 젊은 여성은 친구들에게 "미안해유~(Skooozy)하고 몸을 밀치며 관광객으로 가득한 좁을 길을 나아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도시는 단체 여행객 무리가 운하위 다리를 지날 때 드르륵거리는 여행가방 끄는 소리만 들린다. 셀프영상을 찍는 연인들을 태운 곤돌라 노를 젓는 곤돌리어들이 하는 베네치안 사투리는 드물다.
영어하는 사람, 중국말 하는 사람, 또 다른 언어 그 무엇을 구사하는 사람이든 지금은 초대형 크루즈가 그리고 저가항공가 매일 아침 쏟아낸다. 가정집은 거의 모두가 호텔로 변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관련 공무원들은 '저가 관광'을 한탄하면서 대표적인 광장이나 베니스 도시 자체에 들어올 때 입장료를 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니스를 이렇게 바꿔버린 '먹고 쏜살같이 구경하기' 관광을 우려하는 이탈리아 관광장관 다리오 프랑세스치니는 "상 마르코와 리알토 다리 등을 둘러보는데 불과 2~3시간 걸려, 이는 깃발든 가이드만을 졸졸 따라다니는 격"이라고 말했다.
프랑세스치니는 "이탈리안 도시의 아름다움은 건축 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가계와 일하는 모습 그 모든 실생활 자체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니스를 지켜내겠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951년에 17만5000명이던 베니스 시민은 지금 5만명으로 줄어들었고, 점점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지난 6월 베네치안 1만8000명이 '대형 선박(크루즈)'에 반대하는 협회를 구성했다. 그 협회는 어부를 위협하는 상어 이빨을 가진 크루즈선을 새겨넣은 T셔츠를 팔고 있다. 대형 크루즈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비공개 시민투표가 있었던 것이다.
프랑세스치니는 "상 마르코 광장 앞을 거대한 크루즈가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라"면서 "이는 차마 두고 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비록 관광 수입이 도움은 되지만, 베니스의 고유 색깔보다는 베니스의 라스베가스 버전이 이 도시를 지배하는 양상이라, 베니스 정체성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프랑세스치니는 "오늘의 문제는 상 마리코 광장과 리알토 다리에 그치지만 몇년 후면 문제가 도시 전체로 번져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