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김기춘 조윤선 사전구속영장 발부
블랙리스트, 범죄 이상의 헌법적 가치 훼손시키는 중대 범죄
특검, 블랙리스트 청와대 개입 여부 집중 수사 전망
[뉴스핌=김기락 기자] 법원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사상-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통제했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을 결정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위증)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사전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게 됐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배제하기 위해 작성된 블랙리스트에 결정적으로 참여한 혐의를, 조 장관에게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혐의 등을 부여했다.
블랙리스트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약 1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언론사와 연예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제한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범죄 혐의를 넘어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중대 범죄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김 전 실장에 1차적으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조 장관이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이미 이 같은 정황에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상당 부분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을 추가 조사해서 윗선(개입 여부를)이 더 있는지 파악해보고 (블랙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랙리스트 관련,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이 구속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결국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권력층으로부터 나온 것이 확인된 셈”이라며 “사상적 갈등을 일으킨 블랙리스트 혐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이 받는 뇌물공여죄 등 보다 위중한 국가적 범죄”라고 비판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구속되면서, 특검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검은 그동안 수사를 거부해 온 최순실 씨를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최 씨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탓에 최 씨 수사를 보다 강도높게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24일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지금까지 조사를 거부해왔다. 12월27일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4일 ‘정신적 충격’으로 각각 불출석했다. 지난 9일에도 헌법재판소에 출석한다고 해놓고, 특검과 헌재 둘다 출석하지 않는 등 매우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국민적 공분을 한층 더 키웠다.
특검은 최 씨를 조사하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관련 혐의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발부 및 기소 등 윤곽은 내주 중반께 윤곽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