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수익 악화로 카드 수수료 비용 부담"
[뉴스핌=이지현 기자] KB손해보험이 카드로 저축성보험의 보험료 결제를 중단했다. 납입 보험료의 2%가 넘는 카드 수수료 부담 때문에 손해보험사들도 카드납 축소에 나서는 모양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지난 23일부터 장기저축성·연금보험의 보험료 카드납부를 중지했다. 23일 이후 체결된 신규 계약부터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은 보험료를 카드납부할 수 없다.
또 이미 가지고 있던 보험계약이라도, 카드 미등록 계약 중 과거 카드수납 이력이 없는 계약의 경우도 카드수납이 불가하다. 다만 이미 KB손보의 저축성보험이나 연금보험에 가입해 보험료 카드결제를 하던 계약자는 보험상품 구분 없이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KB손보가 보험료 카드납 축소에 나서면서 손해보험사 중 저축성보험의 카드결제를 제한하고 있는 보험사는 KB손보를 포함해 삼성화재·현대해상·농협손해보험·더케이손해보험 등 5 곳이됐다.
이처럼 최근 손보사들 사이에서도 보험료 카드결제 축소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카드 수수료 비용 부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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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이 저축성보험의 보험료 카드납부를 중지했다. 최근 손보사들 사이에서도 보험료 카드결제 축소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사진=뉴시스> |
저축성보험은 고객이 보험료를 납입하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다시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운용 수익률이 낮아진 것.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납입보험료의 2.2%에 달하는 카드수수료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현대해상도 지난 10월부터 저축성보험의 보험료 카드납을 제한한 바 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가장 큰 이유는 카드 수수료 비용 부담"이라며 "보험사들이 저축성상품 보험료를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다 보니 카드납을 손보사들도 보험료 카드납을 축소해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성보험 등 장기상품 비중이 손보사보다 많은 생명보험회사들은 일찌감치 보험료 카드납 축소에 나선 바 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재 25개 생보사 중 3곳(KB·처브라이프·BNP파리바카디프생명)만이 모든 보험상품에 대한 카드납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생보사 중 한화·교보·알리안츠·푸르덴셜·ING생명 등 일부는 저축성보험뿐 아니라 모든 보험상품의 카드납을 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카드납을 축소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저축성보험의 카드납부는 빚을 내 저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료 카드납부는 보험사와 카드사 간 개별 계약이어서 강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보험사가 명확한 기준 없이 카드납을 임의로 거절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올해 7월부터 그 기준을 공시토록 했다"며 "다만 보험료 카드납 허용 범위는 보험사와 카드사간 계약 문제여서 당국에서도 카드납 전면 허용을 강제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