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자산 증가율보다 연체·손상대출 증가율 더 높아
[뉴스핌=이지현 기자] # 경기도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A씨는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카드사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았다. 그러던 중 불황으로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A씨는 남편의 사업자금 대출 이자까지 부담해야 했다. 그는 추가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은행에서는 대출이 거절됐다. 결국 A씨는 또다른 카드사에서 카드를 만들고 신용대출을 받아 대출 이자를 냈다.
카드사 신용대출의 일부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늘면서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연체·손상분류 대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보통 대출 연체 기간이 90일이 넘어가면 원금을 전액 회수하기 어렵다고 봐 손상채권으로 분류한 뒤 충당금을 쌓는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BC카드를 제외한 전업계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 중 3분기 기준으로 연체되거나 손상된 카드론 자산은 1조413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1조2940억원)보다 9.3%(1199억원)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자산이 21조4043억원에서 23조172억원으로 늘어 7.5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부실 우려 대출의 증가세가 더 가파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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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별로는 카드론 자산이 많은 신한카드의 부실 우려 대출 규모가 가장 컸다. 신한카드의 카드론 자산은 3분기 기준 5조5062억원인데, 그 중 연체·손상된 카드론 자산은 2977억원(전체 카드론 자산의 5.41%)이었다.
카드론 자산이 4조206억원인 KB국민카드의 연체·손상 카드론 자산 규모도 2009억원으로, 전체 카드론 중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이 5.00%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카드론 자산 중 연체·손상 카드론 자산 비중이 가장 큰 카드사는 롯데카드였다. 롯데카드의 전체 카드론 대출 규모는 2조4757억원이었는데, 그 중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은 2180억원에 달해 그 비중이 8.81%로 나타났다.
최근 생활자금 용도로 카드론을 이용하거나, 대출 돌려막기를 위해 이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부실 우려 대출도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카드론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대출이 가능한 카드론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게다가 카드사들도 카드론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초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카드론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 카드론의 평균 금리는 15% 수준이다.
이처럼 카드론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되자 금감원에서도 실태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내년 초 카드사 카드론의 금리 산정이 적정했는지, 부실 우려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가계부채 중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최근 가계 대출 및 카드론 대출이 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유심히 이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