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사장 사임 '기울어진 추'…"M&A 현실" 씁쓸
"4년만에 증권 복귀...최현만 수석부회장 역할 관건"
[뉴스핌=박민선 기자]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새로운 경영진이 발표되면서 미래에셋대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통합 이후 무게 추가 한쪽으로 기울게 됐다는 현실감에 직원들은 허탈감을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1999년 대우그룹 사태로 한때 시련도 있었지만 금융투자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꾸준히 지키면서 1등 브랜드의 자부심을 지켜온 대우증권. 하지만 미래에셋증권과의 통합이 임박하면서 30년간 이어온 대우 '색'이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상실감도 흘러나온다.
지난 10일 미래에셋대우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사장, 마득락 미래에셋대우 부사장을 등기이사인 각자대표 3인으로 내달 4일 열리는 주총 안건에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각자대표 중 한 자리는 홍 사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홍 사장은 "(통합까지가)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며 사의를 표했다. 통합 이후 미래에셋대우를 이끌 수장에는 미래에셋그룹이 새로운 인물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홍 사장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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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은 품으면서 양사 간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이어져왔다. 조직, 문화, 전략, 비전 등 모든 부분이 달랐던 만큼 화학적 결합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또한 감추기 힘들었던 것. 하지만 이를 의식하듯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이후 전면에 나서 임직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고용 안정 등을 수차례 강조했고 이 과정에서 이런 이질감은 상당 부분 해소되는 듯 했다.
특히 박현주 회장은 대우맨들 정서를 헤어리듯 홍 사장에 대한 신뢰를 강조해왔다. "홍 사장은 똑똑한 사람", "내가 요즘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홍 사장을 통해 대우증권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때문에 피인수회사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대우맨'의 상장을 가진 홍 사장이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우세했던 것.
하지만 홍 사장의 사임이 공식화됨에 따라 내부 관계자들은 이를 계기로 임직원들의 실질적 이동과 변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한 관계자는 "직원들 입장에서야 홍 사장이 갖는 상징성과 의미에 비춰볼 때 좀 더 자리를 지켜주길 바랐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직접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한 사람이 홍 사장이고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 아니겠느냐"고 전해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3인 경영진 구도에 미래에셋증권 2, 대우출신 1은 예상됐지만 실질적 무게감에 비춰봤을 때 직원들 입장에선 구심점이 많이 약해졌다고 느낄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나부터도 당장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를 시작으로 미래에셋대우의 임원 라인부터 변화가 예상된다. 홍 사장이 물러나면서 마득락 부사장이 각자대표 3인 가운데 한 자리를 지켰고 김국용 부사장이 등기이사 후보로 오를 예정이지만 앞으로 대우 출신 임원들의 교체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임직원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34명이었던 임원 수는 6월말 기준 26명(박현주 회장, 황건호 전 미래에셋증권 사외이사 포함)까지 감소하는 등 합병에 따른 현실을 외면하긴 쉽지 않다.
M&A를 겪었던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미래에셋의 색과 대우증권의 색이 합쳐지는 본격적인 통합이 이뤄지면서 꾸준히 (인력구조에)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라며 "(박 회장이) 새 그림을 그려가겠지만 한쪽 위주로 기운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 인재들 이탈이 심해질 수 있고, 그런 측면에서 최현만 수석부회장 등의 역할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