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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수저를 떨어뜨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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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란 말들이 퍼진지도 오래이다. 그렇게라도 비아냥거려야 비틀어지고 괴로운 마음들이 숨 쉴 구멍이나마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헬조선이란 말 역시 유행의 절정을 넘어 썰물처럼 아스라하게 밀려가는 면이 있지만 그 말에 드리워진 사회의 구조적 병폐가 깊어지기만 할뿐인 현실을 보면 언제 더 무서운 말로 둔갑해 우리 가슴을 또 휘저을지 모른다.

식당의 둥근 테이블 한쪽에 앉을 땐 그런 신조어들이 이미 들쑤셔놓은 터라 마음이 맑지 않았다. 흐린 구름이 드리웠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으로 초등학교 동창 열 댓명이 모인 자리에 끼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요란한 즐거움 속에 한 시간이 지나도록 할 마디 말도 없는 친구 한 명이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그는 생활이 나보단 낫지만 역시 형편이 없었다. 말하자면 그나 나나 흙수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는 작곡을 하며 사는데 유명한 작곡가도 아니기에 입에 풀칠이나 하는 정도였다. 성격도 원만하지 못하고 극도로 내성적이라 친구들 사이에도 왕따 비슷하다. 남들과 소통을 잘 하지 못하고 무슨 말을 꺼내면 안으로 숙여드는 말이라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구들도 나이를 제법 먹어 그에게 대놓고 뭐라 하지 않고 포용하며 지내지만 대개 그를 고운 시선으로 보진 않는다.
두 시간 가까이 즐겁게 취해가며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잠시 정적을 탄 사이에 그동안 한 마디 없던 그가 테이블에 놓인 수저통에 손을 내밀었다. 숟가락 하나를 꺼내더니 들어올렸다. 나 외엔 그에게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손에 쥔 숟가락을 내 곁에 앉은 친구에게 건넸다. 건네 받은 친구는 영문을 몰라 당황하는 얼굴이었다. 숟가락을 꺼낼 때부터 색다르게 여겨졌던 나는 호기심이 더욱 일었다. 다른 친구들은 별 느낌이 없는 표정들이었고 다시 분위기가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떨어뜨려봐”
작곡을 하는 친구가 말했다. 나는 그 순간 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숟가락을 쥔 친구가 어리둥절 하는 사이 그는 다시 말했다.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려 봐. 그리고 그 소리를 들어봐.”
숟가락을 쥐고 있는 친구나 다른 친구들이나 그 의미를 파고들 감수성이 그다지 없어 보였지만 나는 느끼고 있었다. 그 친구가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 속에 어떤 강렬함이 수런거리고 있는지. 숟가락을 받아 쥔 친구가 어색하게 웃고만 있자 그는 숟가락을 도로 가져갔다. 그리곤 허공에서 바닥을 향해 살짝 놓았다.

팅, 소리가 청아하게 퍼져 나갔다.
그 순간의 황홀함과 행복감이 너무도 커서 나는 어쩔 줄 모를 지경이었다. 평소 내게도 그런 감수성이 있음을 아는 그는
“너는 이해하지?”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은 시멘트 바닥을 두드리며 울리는 청아한 소리처럼 곱고 맑게 빛났다. 다른 친구들은 우리 둘의 이야기에 관심조차 없었고 이미 시작된 잡다한 이야기에 웃고 떠들어 나갔다.

작디 작은 사건이지만 그 울림이 아주 커서 그 또한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숟가락은 어릴 적에 놀이 도구가 별로 없던 내겐 좋은 놀이 도구 중의 하나였다. 숟가락의 오목 패인 쪽에 내 얼굴을 비치면 얼굴이 거꾸로 되면서 기이하게 일그러진다. 볼록 나온 면에 비치면 얼굴이 똑바른채 또다른 모양으로 변형된다. 오목 거울과 볼록 거울 같은 것이다. 그 두 개의 거울을 양면에 지니고 있는 것이기에 앞뒤로 돌려가며 내 얼굴을 비치며 신기해 했다.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주변에 있던 식구나 친구들에게도 비춰보게 했다.
자연으로부터 조금 문명화 된 쌀, 그것을 좀 더 문명화한 밥, 그것을 떠서 우리의 몸 안으로 넣어주는 숟가락은 인류학적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으며 우리의 손의 연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맨 손으로 음식을 먹는 부락이나 민족이 아프리카나 인도, 필리핀의 민다나오 등등 지금도 많으니 그 말의 타당성은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다.
숟가락에 대한 그런 선이해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주변에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흐를 때 나는 이런 말로 되받아치곤 했었다.
“나는 나무 수저가 좋아. 어릴 때 나무 도시락에 밥과 노란 단무지, 계란 같은 반찬을 넣고 소풍가서 산에 올라 먹을 때의 그 나무 젓가락. 와리바시 말야.”
그렇게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처음엔 어이없어 하다가 화제가 그런 방향으로 뒤바뀔 때도 있었다.
“나무 수저보다 손수저가 더 낫지. 어릴 때 엄마가 장독에서 김장 김치 꺼내와 손으로 주욱 찢어 내 입에 넣어 줄 때의 엄마 손 수저.”
그러면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한결 도드라졌었다.
“맞아. 엄마의 손수저.”
엄마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 하얀 쌀밥의 서정 같은 걸로 깊어지기도 했었다. 더러는 돌아가신 엄마가 그리운지 목소리가 먹먹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나의 한계였다. 시중에 떠도는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담론에 대해 나는 그 이상으로 깨고 나가지 못했고 그 정도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작곡을 하는 가난뱅이 흙수저인 친구가 허공에 수저를 들어올린 다음에 떨어뜨리게 하고 그 친구가 알차차리지 못하자 자신이 떨어뜨릴 때 ‘팅~’ 소리는 나로선 상상치도 못한 수준이며 그 순간에 그 술집은 우주로 변해버렸고 은하수의 맑은 별들이 팅팅 소리를 내고 있었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란 말엔 너무도 깊은 비애가 담겨 있다. 그런 말이 나오기까진 사회의 구조가 병이 들어도 치명적으로 들 정도가 되어야 한다. 사회에 대한 색다른 은유가 터지는 것은 모순과 부패가 적당히 치닫을 때가 아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내달라 마음과 영혼의 골병이 헬조선의 접두사 격인 헬(hell) 즉 지옥인듯 들어야 기존의 벽의 한계를 깨뜨리며 터져 나온다. 1970년대의 시대적 질곡 속에 터져나온 ‘풍자냐 자살이냐’처럼 비장하지 않고 오히려 명랑하기까지 한 표현 속엔 진저리쳐지는 슬픔과 이 시대 청춘들의 감각이 함께 버무러져 더욱 아프다. 명랑성이 깃든 저런 말로 시대의 어둠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절망감을 냉소적으로 안고 가는 상태의 밝은 은유이기에 가슴이 더욱 미어진다.
그러한 슬픔과 아이러니를 지닌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그 말을 특히 많이 쓰는 푸르른 나무들인 청년들에게 그런 말들을 지어낼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에 대해 기성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기 그지없다. 무수한 말들을 더 할 수도 있지만 각설하고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젊은 남녀들이 모여 서로 돈이 없어 덧치 플레이로 술을 마시며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에 대해 가슴 아픈 열을 올릴 때 누구 한명쯤은 “난 우리 엄마의 손수저가 좋아. 그게 짱이야!”라고 해맑게 웃으며 말하면 좋겠다. 그 말을 받아 “수저를 떨어뜨려봐” 하며 퍼포먼스라도 벌였으면 좋겠다. 자신들을 해방시키는듯 가두는 절망의 박스에서 스스로 꺼낸 숟가락을 공중에 즉흥적으로 들어 올려 툭 떨어뜨려봤으면!
“그 소리에 대해 뭐가 느껴져?”
느닷없는 청아함에 혼을 빼앗긴 내게 가난한 작곡가인 내 친구가 넌지시 물었을 때 그와 단둘이라면 나는 전혀 색다른 세계로 빠져들면서 소리와 음악과 별들의 향연을 음미해 나갔을 것이다. 중년의 흙수저끼리 어우러져 천상의 소리와 빛깔들의 연금술사가 밤새도록 되어갔을 것이다. 그런 질문과 그런 대응의 미학적 절경을 젊은 남녀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소리의 세계든, 감각, 마음, 취미, 꿈의 세계든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의 허한 장마에 파묻히기 이전의 맑은 대지에 닿았으면 좋겠다.
책임 도피나 책임 전가 같은 말은 결코 아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의 비생산적 담론이나 지어내게 한 기성 세대들은 나를 포함해서 이제부터라도 그 못된 성곽을 빠져 나와 사회와 자아의 개선을 위해 반성과 노력을 하고, 젊은 세대들은 스스로 자아내는 청아한 소리에 원래 맑았던 영혼을 씻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지어낸 담론의 감옥에서 벗어나 멋지고 풍요로운 담론의 광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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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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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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